서울 공급병상 10% 이상 과잉…머지 않아 생존경쟁

대형병원 몸집 키우기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 6일 한림대의료원이 동탄성심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를 하는가 하면, 8일 해운대백병원이 전격 개원해 병원계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서울권, 수도권, 경상권 등 각 지역의 병상 확대 움직임을 알아보고, 주변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짚어본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병상 확대나 새병원 설립 계획이 있는 병원은 고대 안암병원, 중앙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이다.

고대 안암병원은 올초 외래주차장과 인근 부지 등 총 3만여평의 부지에 400병상 규모의 연구센터인 첨단의학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첨단의학센터는 소화기센터, 심혈관센터, 암센터가 주축이 되는 400병상 규모의 특화센터로, 완공이 예상되는 내년말에는 1400병상에 달하는 대형병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중앙대용산병원은 부지 소유주인 코레일에 토지반환 청구소송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용산병원을 모두 흑석병원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갑상선·유방센터, 심장혈관센터, 뇌신경센터, 관절센터, 스포츠의학센터 등의 특성화를 중심으로 320병상의 공사를 끝내게 되면, 내년 7월까지 모두 이전을 완료하게 된다. 추가적인 병상 확대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재단인 두산그룹 차원으로 인천 지역에 1000병상 새병원에 욕심을 내고 있는 만큼 병상 확대 의지도 엿보이고 있다.

코레일이 "종합의료시설"로 규정된 용산병원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건이다. 용산 주민들이 의료대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부지를 반납하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S병원 등이 부지에 관심을 가진 것이 소문나면서 새병원이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지역은 마곡지구다. 서울시는 마곡지구 개발을 위해 지난해 "마곡지구 연구중심 허브병원 육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대형 종합병원 설립과 호텔과 휴양시설을 덧붙여 대규모 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빠르면 내년까지 공개입찰로 진행될 것"이라며 "1300병상으로 2012년 말에 완공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마곡지구에 가장 관심이 많은 병원은 이화의료원으로, 동대문병원의 통합을 완료한 이후 올해 안으로 1000병상 이상의 새병원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자체와의 계획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다, 입찰계획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제하며 "김포공항과 맞닿아 있으면서 글로벌 병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마곡지구에 의대, 간호대 설립을 강점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더욱이 마곡 지구에 타병원이 들어서면 이대목동병원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마곡지구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산, 삼성, 을지병원 등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마곡지구에 관심이 많던 또다른 병원인 인하대병원은 계획을 철회하고 인천 지역에 새병원 건립 계획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평뉴타운도 병원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은평뉴타운 관계자는 "뉴타운 내 남아있는 부지에 대한 종합병원 설립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은평에 들어오고자 하는 병원 재량에 따라 병상 규모와 준공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은평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병원은 2곳으로, 6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급성기 병상은 아니지만 서울대병원은 약 100병상 규모의 센터 중심의 암센터를 2011년 초까지 건립할 예정이다. 여기에 질세라 세브란스병원도 476병상으로 암센터를 통해 암 전문클리닉과 로봇수술센터, 첨단영상센터를 마련한다.
사립대병원 뿐만 아니라, 서울시 차원으로도 새병원 설립 의지는 뜨겁다.

서울시는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에 150억원을 투입해 본관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모든 공사가 마무리 되는 내년 말에는 현재 500병상 규모의 보라매병원이 850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으로 변신하게 된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신관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병원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쇄신된 상태"라며 "대형병원으로 자리매김해 지역 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의료원도 올해말 중랑구 신내동에 623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신축 개원할 예정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기존 삼성동에서 이전하는 것이지만, 500병상 규모에서 다소 늘어난 수치"라며 "서울시립 산하병원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공의료를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4월 2일 법인화 전환을 앞둔 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공공병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서울 중구에 있는 병원부지를 4000억원 가량에 매각하고 2014년까지 현재 560병상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000병상의 새병원을 신축한다. 특히 서울 서초구 원지동으로 확정되면서 강남권 병원 사이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보훈처는 고령 보훈대상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내년에 1400병상 규모의 보훈중앙병원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안에 재활의약센터, 암센터, 심혈관센터 등 보훈대상자 질환에 맞게 특성화하는 세부운영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얼마 전에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출신인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시립대에 의대와 간호대 신설을 적극 추진해 보건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응급의료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강남과 강북에 200병상 규모의 응급의료전문 시립병원 2개소를 신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대형병원들의 계획을 종합해보면, 2014년 정도에는 지금보다 5000병상 이상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국회 복지위)이 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급성기 병상 수급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12월말 기준 전국에 급성기 병상은 총 22만 7611개로, 2만 4143개 병상이 과잉공급돼 있다.

특히 서울의 급성기병상 수요는 3만9682개에 그쳤으나 공급병상은 4만3954개로 10%이상 과잉공급돼 있다. 여기에 5000병상을 더하면 20%의 공급과잉이 되는 가운데, 더이상 병상확충 경쟁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경쟁으로 치닫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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