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5, 4, 3, 2, 1, 엔진 점화, 이륙, 누리호가 발사됐습니다"

작년 여름이었다. 국내 연구진의 순수 연구개발로 탄생한 누리호는 발사대에서 우주를 향해 솟아올랐고, 발사 16분 만에 모든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올해 봄, 또 다른 흥미로운 모습을 봤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창업자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에서 달·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의 비행 실험이 있었다.

스타십은 발사 직후 1단 추진체인 슈퍼헤비와 분리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발사 4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하며 불탔다.

눈길을 끌었던 모습은 스타십 개발자들의 모습이었다. 당시 생중계에 잡힌 스타십 개발자들은 공중에서 분해돼 불타고 있는 로켓을 보며 환호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실패가 당연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스타십의 1단 로켓의 추력은 7590톤에 달하는데, 이는 작년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1단 로켓의 추력이 300톤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스타십의 실패는 당연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연구개발팀은 스타십 발사에 실패했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확신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것 때문에 환호성을 지른 것일 수도.

반면 우리는 실패에 너무나도 인색하다. 기대했던 선수가 올림픽에서 입상하지 못하면 실패로 간주한다. 은메달을 따고 우는 선수가 흘리는 눈물은 아쉬움이겠지만 여론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로 만든다.

실패에 인색한 우리 문화는 산업 전반에도 깔려있다.

최근 국내 한 제약사는 수년째 지속되는 적자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우선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이후에는 권고사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게다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에도 경영상태가 개선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불가피하지만 정리해고도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회사 측은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연구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 신약 연구개발 실패는 글로벌 제약사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하나의 혁신신약이 개발되기까지 최대 5000개 후보물질을 평균 700만 시간, 6000여 건의 실험 과정을 거쳐야 겨우 1개가 탄생할까 말까다. 

신약개발은 그저 한 순간의 행운으로 수십조원을 거머쥘 수 있는 로또가 아니다.

많은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열정을 꺾고 실패로 취급해 포기로 내모는 일이 없도록, 우리도 실패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가져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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