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약뜰까] 항암제 최초 개량생물의약품 한국로슈 '페스코'
허셉틴과 퍼제타를 하나의 제품으로 합친 고정용량 피하주사제
반복된 정맥주사, 케모포트 이식 부담 줄여...치료시간 90% 절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은 세포 증식이 활발하게 일어나 재발이 빠르고, 이 경우 치료 예후가 급격히 악화된다.

때문에 조기에 전이성 HER2 유방암 환자는 모두 추가적인 암 발생을 막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환자들은 장기간 정맥주사로 치료를 받다 보니 혈관이나 신경, 조직 손상으로 인한 마비, 통증 등 부작용에 시달려왔다.

일부 환자는 주사 바늘을 찌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혈관이 굳어진 환자도 있는데, 이들은 심장 근처까지 카테터를 삽입하는 케모포트 이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케모포트 이식 역시 삽입 부위에 진물, 통증 등이 발생해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식에 따른 감염을 막기 위해 매달 항응고제 치료와 소독을 따로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특히 전이성 환자는 길게는 10년 동안 3주 간격으로 대학병원을 찾아 유지요법 치료를 받는데, 원내에서 투약과 모니터링에 5시간을 보내고 입원을 위한 대기 절차까지 포함하면 1박 2일을 넘기기도 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부담인 상황이다.

로슈 페스코
로슈 페스코

이런 가운데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과 퍼제타(퍼투주맙)를 하나로 합친 고정용량 피하주사 페스코(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가 환자에게 투약 편의성과 시간 절약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허셉틴과 퍼제타는 각각 다른 HER2 수용체를 표적으로 해 두 약물을 병용하면 항암 효과가 강화된다.

페스코는 약물의 분산과 흡수를 돕는 히알루로니다제를 더해 허셉틴과 퍼제타를 피하로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페스코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편의성 개선과 치료시간 감소 효과를 인정 받아 항암제 중 처음으로 개량생물의약품으로 허가됐다.

허벅지에 투여하는 만큼 정맥 혈관 부담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초기 유도용량 투여에 8분, 유지용량 투여에 5분이 소요돼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에 비해 약물 투여 시간을 90% 줄였다.

게다가 입원 없이 당일 치료가 가능하고, 약물 투여를 위한 용해, 환자 체중에 따른 용량 조절, 정맥 혈관 확보 등의 과정이 필요치 않아 치료 준비 시간도 약 90% 절감할 수 있다.

물론 효과도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 대비 비열등하다.

임상3상 FeDeriCa 연구에서 7주기 치료 후 혈중 농도를 측정한 결과, 기준값인 0.8을 상회하며 비열등성을 보였다(허셉틴 대비 1.33, 퍼제타 대비 1.22). 또 2차 목표점인 병리학적 완전관해 역시 페스코군에서 59.7%,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군에서 59.5%로 유사했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두 군이 유사했다. 두 군 모두에서 흔하게 발생한 이상반응은 탈모, 메스꺼움, 설사, 빈혈 등이었고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 선호도는 정맥주사제보다 높았다. 임상2상 PHranceSCa 연구에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85%는 정맥주사보다 페스코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약물 투여가 편하고 의료기관에 머무는 시간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87%는 남은 치료를 페스코로 받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로슈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에 페스코의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한 상태이며, 재택 치료의 선호도를 평가하는 임상3b상 ProHer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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