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친환경병원학회 신동천 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
"기후변화는 생명과 관련된 문제…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 찾아야"

▲한국친환경병원학회 신동천 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
▲한국친환경병원학회 신동천 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기후변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인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보건의학 학술지는 지난 2021년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기를 경고하는 대규모 공동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국친환경병원학회 신동천 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의료계가 환자만 잘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인류 건강을 위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지는 신 회장을 만나 의료계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물었다. 한국친환경병원학회는 국내 최초로 녹색병원 개념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친환경병원을 구축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를 예방하고자 2013년 창립됐다.

<1> 빨라지는 기후변화 건강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2>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3> 기후변화 관심 필요 이유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돼"

■ 기후변화에 대한 국내 의료계 관심은 어느 수준인가?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문제에 대한 국내 의료계 관심 수준은 선진국보다 낮고 후진국과 비슷하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국외 전문가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성명서를 만드는 등 여러 활동을 해왔다. 여기에 참여하는 국가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대부분이다.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하면서 선진국은 의사 역할을 폭넓게 생각하고 기후변화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미국 의료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나 시민, 즉 의사가 아닌 이들이 해야 할 일을 말하지 않는다. 병원에서의 에너지 절약법, 환자에게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기를 알리는 방법 등 의료계가 해야 할 일에 중점을 두고 논의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의 차이다.

■ 의료계는 기후변화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나?

기후변화는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환자 개개인을 치료한다'라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 그리고 인류 전체를 치유한다'는 가치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현대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중요한 말이 'Do no harm'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뜻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러 가지 생태계 문제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인류가 질병에 걸리고 사망에 이르는 등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료계는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에 대응하고자 각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한국친환경병원학회 신동천 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
▲한국친환경병원학회 신동천 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

■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미국에서는 탄소중립(NET-ZERO) 병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의료계는 비용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을 해야 한다.

의료계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병원 내 에너지 절감이 대표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친환경병원을 표방하며 그동안 여러 가지 활동을 해왔다. 2013년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를 완공했는데, 다양한 임상의학연구가 이뤄지는 곳으로 온도, 습도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동물 실험실이 있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또 2014년 연세암병원을 개원하면서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지역과 건물마다 탄소 허용배출총량(CAP)을 정해두는데, 건물 완공 당시 본 병원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허용배출총량을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비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LED 설치, 에너지를 절감시키는 로이유리(Low-E glass) 도입, 여름철 전력 제어 및 고효율 설비 도입, 가스설비 최적 운영 등을 실시해 온실가스를 예상량보다 적게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투자가 있었음에도 4~5년간 300만불을 절약할 수 있었다. 비용 효과적이었고 결국 병원에도 도움이 됐다. 규모가 있는 병원만 이 같은 일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크지 않은 병원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장기적 시각을 갖고 에너지 절감을 위해 투자한다면 상당한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개원가에서도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총 에너지를 계산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구나 시설로 교체하는 등 활동을 할 수 있다.

■ 한국친환경병원학회 회장으로서 여러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병원에서 환기와 감염 관리 필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병원에서 공기 질을 친환경적으로 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본 학회가 개발하고자 한다. 

코로나19(COVID-19) 등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기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아직 병원에는 없다. 현재 일본에서는 일본공조에너지학회가 순천당병원과 함께 병원내 감염병 방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환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공기를 통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환기가 중요한 만큼 학회는 친환경적 환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한다.

또 병원이 할 수 있는 에너지 절감법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시간을 두고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시행하고 병원 관계자들이 만나 토론하면서 병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제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 

■ 기후위기 상황에서 의료계에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기후위기는 더 이상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체로 다가온,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다. 기후변화로 인류, 국민, 그리고 더 가까이 지역사회 주민들이 온열질환이나 심혈관질환, 감염병 등을 앓을 수 있으며, 홍수 등 재난 상황에서 정신건강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 의료계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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