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환자 유치 성공은 세계화의 지름길

지난해 미국 지역은 환자를 많이 유치했다기 보다는, 주한미군과 재외동포 등에 의해 두루 퍼져 있던 환자들을 재확인하는 시기였다. 실제 유치 전부터 이미 미국 환자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외국인 코디네이터를 일찌감치 둔 병원들도 많다.
주한미군과 재외동포가 아닌, 미국 지역 환자 유치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달 서울성모병원은 LA에 현지 지사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상반기에는 뉴욕으로 확대, 서울대병원에 이어 현지에서 직접 미국 환자에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진료 희망자는 미주사무소에 파견된 의료진과 간호사에게 일대일 상담을 통해 맞춤형 진료를 선택한 후, 국내 방문을 위한 항공권과 숙박권 예약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사후관리도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한국에 있는 의료진과 수시로 면담하면서 진행된다.


병원 관계자는 "법인 설립을 계기로 해외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의 일부를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주 교포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지에서 나서는 경우 교포 위주의 환자 유치가 예상되지만 국제수가를 적용하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며, 이같은 네트워크가 결국에는 미국인 유치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직접 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보험사를 직접 공략해야 한다는 평이 지배적. 지난해에는 일찌감치 JCI 인증을 획득한 세브란스병원을 중심으로 보험회사의 러브콜이 이어져왔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보험회사 중 하나인 블루크로스 블루실드의 해외 대행사인 CGH와 "미국 의료보험 환자"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병원계에 화제를 몰고 온 바 있다.

이희원 국제협력팀장은 "당시 CGH는 태국과 싱가포르 병원을 먼저 접촉했지만, 한국 의료수준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우리 병원에도 환자 유치를 제안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에 익숙한 미국 환자의 치료를 다른 나라에 맡기는 것인 만큼 병원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세브란스병원 사례를 보고 다른 병원들도 JCI 인증에 대한 관심이 급물살을 탔다. 마침내 지난해 8월 31일 고려대 안암병원이 2번째로 JCI 인증을 받았다. 존스홉킨스병원, 메이요클리닉,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 미국 내 95%에 달하는 병원과 세계 35개국 209개 병원이 JCI 인증을 받았으며, 외국인 환자 유치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싱가포르도 14개 병원이 JCI 인증을 갖고 있는 만큼 JCI 인증은 미국 시장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아무리 유수 보험회사와 협약 체결에 성공했더라도 환자 의뢰 성과는 생각보다 저조했다. 이희원 팀장은 "미국에서 우리나라는 비행시간만 10시간이 소요되는 등 너무 멀기 때문에 환자가 오기에는 쉬운 결정이 아닌 것 같다"며 "보험회사가 협약을 진행할 때는 JCI 인증을 따지지만 정작 환자를 보낸 사례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금방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계속 홍보를 할 예정이다.

한양대 국제협력병원 김대희 행정팀장도 "메디케어에 가입돼 있지 않은 환자들을 위주로 한국 의료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며, 정부를 중심으로 보다 큰 틀에서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국가의료 브랜드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파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급증을 갖기 보다는 꾸준히 활동을 해야 할 것"으로 조언했다. 미국은 단기간 성과가 나는 곳이 아니며, 가격보다는 환자의 안전성을 가장 따지기 때문에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말 "Medical Korea"라는 국가의료브랜드를 공식 런칭한 것은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 브랜드의 인지도가 얼마나 향상되는지에 따라 병원들의 성과가 좌우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도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흥원은 지난해 11월 뉴욕지소에 미국 환자 유치의 새임무를 추가로 부여하고, "한국보건의료사업센터(Korea Healthcare Business Center)" 현판식을 열었다. 또한 가입자수가 7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UHI(United Health International)와 미국 환자 유치 의료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하고, 보험적용대상, 보험적용시술, 법적 이슈, 진료비 청구 프로세스, 환자 관리방안 등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필요한 주요 이슈들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으로 한국 의료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 5종을 출시하기로 했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주요 도시에 31명의 한국의료 홍보위원을 위촉했다. 전문성을 갖춘 보건의료 관계자들로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 총영사관의 추천을 받아 선발됐으며, 이를 중심으로 한국의료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일을 하는 것은 금물이며, 병원들도 나름의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의 미디어마케팅그룹 EMMI 윤정화 한국대표는 "메디케어에 속해있는 미국인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으로 한국의료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분위기를 띄워놓고 민간 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미국 보험회사, 에이전시 등과의 파트너십은 3~4년 이상 지속적인 신뢰가 중요한데, 임기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정부가 무작정 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임기가 끝나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대화를 진행할 창구 자체가 사라진다는 미국인의 불평은 한국은 물론 한국의료의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든다.

병원들은 광고성이 아니라, 수술 성공률이나 회복률 등 높은 의료의 질을 확인할 수 있는 컨텐츠를 인터넷 상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 대표는 "기존 홍보방식인 브로셔나 컨퍼런스만으로는 약하며, 다국어 홈페이지는 물론 전세계적인 홍보가 가능하도록 하고 신뢰할수 있을만한 홍보 컨텐츠가 필요하다"며 "세계적인 논문 발표와 인프라 구축 내용, 치료 사례나 수술 후기 등을 담은 게시판을 활성화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강조했다.

그동안 미군 등 365일 항시 미국인 환자를 응대한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해온 김대희 팀장도 "일회적인 로드쇼나 컨퍼런스 등으로는 홍보가 약하다"며 "병원에서 치료한 실제사례를 토대로 수술과정이나 수술 이후 소감, 체험수기 등을 많이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다수의 환자 유치가 가능하리라 예상됐던 미국은 단기간의 눈에 띄는 성과가 저조하면서 러시아, 중국 등에 주력 시장을 내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은 분명 중요한 시장이다. 까다로운 미국의 선택을 세계가 따라가는 분위기 속에서는 미국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당장 환자 유치는 어렵더라도 준비부터 하자. 무엇보다 "글로벌 의사"가 되겠다는 일념과 동네의원 원장에 그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부족한 영어공부, 직원들의 영어교육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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