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병원 신경과 차재관 교수

동아대학교병원 신경과 차재관 교수
동아대학교병원 신경과 차재관 교수

국내 첫 출시된 고용량 항혈소판제제 ‘클로피도그렐(플래리스) 300mg’, 기존 75mg 제제에 비해 복약편의성 매우 높아

클로피도그렐 loading dose, 급성 뇌졸중뿐 아니라 경미한 뇌졸중 및 일과성 뇌허혈증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 보여

- 뇌졸중 환자에서 주로 사용하는 항혈소판제제는?
항혈소판제제는 급성기 뇌졸중의 치료 및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제이다. 급성기 뇌졸중 환자 및 모든 혈관성 질환 환자에게 흔히 사용되는 항혈소판제제는 아스피린인데, 아스피린은 급성기 환자에서 효과가 매우 좋지만 만성기에서 장기 사용 시 저항성으로 인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지혈 방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아스피린과 함께,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ADP 수용체 길항제를 병용하는 요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스피린이 혈소판 내의 cyclooxygenase(COX)만을 억제하는데 비해 ADP 수용체 길항제는 혈소판의 ADP 수용체인 P2Y12와 결합해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며, 두 약제의 병용을 통해 급성기 뇌졸중의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또한 동맥경화성 뇌경색(large artery atherosclerosis)과 열공성 뇌경색(Lacunar infaction) 등 약 50% 이상의 뇌경색 환자들의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제로써,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을 병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클로피도그렐의 효과는?
아스피린은 효과가 좋지만, 지혈을 방해하는 부작용 때문에 고령의 환자에서 장기적으로 쓰기에는 부담이 존재한다. 치료 효과 면에서도 클로피도그렐이 당뇨 환자, 동맥경화성으로 인해 혈관에 변화가 있는 환자, 혹은 뇌졸중이 재발했던 환자들에게 확실히 효과가 좋다는 보고들이 많다. 

- 뇌졸중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의 loading dose가 필요한 이유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서 약제의 loading dose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클로피도그렐의 경우 약제의 효과가 좋지만, 표준 용량인 75㎎으로는 그 작동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 따라서 급성기 환자의 경우 약제의 용량을 처음에는 300㎎, 그다음에는 600㎎까지 올려줌으로써 혈소판 응집 억제 작용의 시작 시간을 6시간 이내로 줄이게 된다. 

- 급성 뇌졸중 환자 이외에도 클로피도그렐을 loading dose 하는 경우가 있나?
CHANCE trial과 POINT trial에서 경미한 뇌졸중 및 일과성 뇌허혈증 환자에서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loading dose의 2차 예방 효과가 아스피린 단독 사용에 비해 유의하게 좋았음이 입증됐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의료진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경미한 뇌졸중 혹은 일과성 뇌허혈증, 불안정한 혈관을 가진 환자들에게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loading dose를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급성기가 아니더라도 경동맥 협착이 심하거나 지주막하 출혈이 의심돼 스텐트 시술을 빨리 들어가야 되는 환자의 경우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을 충분히 복용해야 하는데, 이때 클로피도그렐을 loading dose 함으로써 약효의 작용 시간을 빨리 앞당기게 된다. 

- loading dose로 인한 출혈 부작용은?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 단독 사용뿐 아니라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 시 출혈에 대한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장관계 출혈의 위험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위장장애가 있었던 환자의 경우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약제를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다. 저희 병원도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 단독 사용 시에는 위장 보호제를 쓰지 않지만,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 환자에게는 예방 목적으로 위장 보호제를 드리고 있다. 

단, 모든 약들은 치료 효과와 대비해 부작용이 고려돼야 한다. 특히 뇌졸중은 그 자체로 상당히 위험한 병이기 때문에, ‘질병의 치료’라는 측면에서 환자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한 약제가 충분히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다.

- loading dose 시 교수님께서 선호하는 약제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서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을 사용하며, 용량은 보통 아스피린 100(~300)mg과 클로피도그렐 300mg을 사용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항혈소판 제제에서 loading dose의 개념은 클로피도그렐이 나오면서 생긴 것이다. 클로피도그렐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매우 좋지만, 약효의 액션 타임이 길기 때문에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loading dose를 한다고 보면 된다. 

- 기존의 클로피도그렐 75㎎과 비교해 클로피도그렐(플래리스) 300㎎의 이점은? 
뇌졸중 환자들은 의식장애가 있거나, 의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복약 협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혈관 상태도 안 좋고 삼킴 작용이 약해져 있으며, 상당수의 뇌졸중 환자들이  L-tube를 통해 식사와 약물을 투입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기존의 클로피도그렐 75㎎ 4정을 빠짐없이 복용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용량의 약을 4정으로 복용하는 것보다 300㎎ 1정으로 복용하는 것이 복약 편의성 측면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점이 크다. 

- 뇌졸중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뇌졸중 환자가 항혈소판제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항혈소판제제가 뇌졸중의 재발방지뿐 아니라 혈관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클로피도그렐을 비롯한 다양한 항혈소판제제들은 오랜 기간 여러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효과가 입증된 약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약제들이 (건강보험급여로 인해) 저비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보니 일부 환자들은 약제의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오히려 매체에서 광고하는 값비싼 건강기능식품을 맹신하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들 중에 뇌졸중에서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나온 것은 없으며, 항혈소판제제를 꾸준히 복용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입증된 항혈소판제제를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뇌졸중의 재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뇌혈관의 건강을 지키실 것을 권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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