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국산신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방을 권장하는 것은 환자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임상근거가 명확하고 충분치 않으면 처방의 명분 또한 세울 수 없다. 이번에 등장한 국산 SGLT-2억제제 이나보글리플로진은 한국인 대상의 다양하고 풍부한 임상근거를 갖췄다는 점에서 국내 환자들에게 처방을 권장할 수 있는 약제다. 특히 전문가들의 연구논문 검토결과,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처방을 위한 임상근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산 SGLT-2억제제 이나보글리플로진(제품명 엔블로정)의 등장에 따라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당뇨병치료제 처방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국산신약이라는 점과 더불어 국내 의료진에 의한 국내 환자 대상의 다양한 허가 임상연구를 거쳤다는 점에서 개발단계에서부터 학계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메트포르민+국산 DPP-4억제제 제미글립틴+국산 SGLT-2억제제 이나보글리플로진의 3제 병용요법을 동계열 표준제제인 다파글리플로진 병용과 비교·평가한 ENHANCE-D 연구의 교신저자였다. 김 교수는 저널 게재를 위해 이나보글리플로진 3상임상의 연구논문을 제출하고 검토받는 과정에서 리뷰어(reviewer)들로부터 저용량 이나보글리플로진의 혈당강하 효과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전세계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획기적인 약물에 대한 좋은 연구결과를 제공해준데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달받았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나보글리플로진 연구결과가 한국인 2형당뇨병 환자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방이 가능한 근거라는 평가로 해석해볼 수도 있겠다.

 Q. SGLT-2억제제의 역할과 계열효과는?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SGLT-2억제제 계열에서 혈당강하 효과에 더해 심장·신장 보호효과가 있는 것으로 명확히 입증돼 있다. 심부전과 관련해서는 기전특성 상 이뇨작용 뿐 아니라 케톤체의 생성에 관여해 심장 수축력을 강화시키는 작용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SGLT-2억제제는 당뇨병 유무에 관계없이 심부전 개선혜택이 우수한 것으로 판명된 만큼, 꼭 심부전 병력자가 아니더라도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당뇨병 환자에게 예방 차원에서 처방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혈당조절과 더불어 심장·신장 보호효과는 SGLT-2억제제 전계열에서 관찰되는 계열효과(class effects)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근거한다면, 이후 등장한 후발 SGLT-2억제제의 경우 대규모 연구를 통해 심장·신장 보호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어느 정도는 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SGLT-2억제제는 어떻게 권고되고 있나?

오는 5월 11~13일 개최되는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새로운 당뇨병 진료지침이 발표될 예정이다. 약물치료와 관련해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일부에서 메트포르민이 아닌 다른 계열의 혈당강하제를 1차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우선 권고되는 것이 확실시 된다.

일례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이 있으면 SGLT-2억제제나 GLP-1수용체작용제를,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는 SGLT-2억제제를, 만성신장질환(CKD) 병력자는 SGLT-2억제제나 GLP-1수용체작용제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식이다. 이러한 내용이 확정돼 발표된다면, 우리나라도 학회 차원에서 2형당뇨병의 1차치료제로 SGLT-2억제제를 권고한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Q. 2·3차 또는 병용치료의 현황은?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2’를 보면, 혈당강하제 단독요법은 줄고 2~3제 병용처방이 늘고 있다. 워낙 다양하고 많은 루트를 통해 2형당뇨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한 루트만을 막는 하나의 기전만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한 가지 기전의 약제를 쓰고 용량을 늘려가는 것보다, 처음부터 2·3가지 기전의 약제를 병합해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Q. SGLT-2억제제와 가장 어울리는 병용조합은?

SGLT-2억제제는 어떠한 계열의 약제와 병용해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될 수 있다.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인슐린과는 독립적인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혈당강하제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계열과도 기전이 겹치지 않아 모든 경우의 병용조합이 가능하다.

DPP-4억제제 단독의 경우 혈당강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는데, SGLT-2억제제와의 병용을 통해 충분한 추가 혈당강하 혜택을 거둘 수 있다. 향후 보험급여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메트포르민+DPP-4억제제+SGLT-2억제제의 3제병용 처방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Q. 이나보글리플로진 3제병용 연구를 주도했는데?

ENHAND-D 연구로, 메트포르민에 국산 DPP-4억제제 제미글립틴과 국산 SGLT-2억제제 이나보글리플로진을 더하는 3제 병용치료를 다파글리플로진 병용과 비교했다. 2제병용 중 메트포르민과 DPP-4억제제 조합이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가운데, 이나보글리플로진을 더할 경우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다파글리플로진과 혈당조절 효과를 비교·평가한 것이다.

연구목적이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이나보글리플로진의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입증하는 것이었는데, 이나보글리플로진 0.3mg 병용그룹의 혈당조절 효과가 다파글리플로진 10mg과 비교해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의 혈당강하 효과가 약간 더 좋은 경향이 관찰됐는데, 연구대상 환자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우월성까지 증명할 수는 없었다.

Q. 이나보글리플로진의 혈당조절 효과는 어디에서 기인했나?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에 연구논문을 제출했는데, 리뷰과정에서 저용량으로 다파글리플로진과 대등한 효과가 도출된데 대한 놀라움이 표출되는 동시에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정확한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나보글리플로진의 구조 및 기전특성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이나보글리플로진은 0.3mg 용량으로도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더 많은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우수한 혈당강하로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높았던 요당 배출량이 저용량으로도 대등한 효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외에도 이나보글리플로진은 다른 SGLT-2억제제와 비교해 SGLT-2 결합력이 뛰어나고 신장피질에 분포하는 비율도 높은 것이 분자구조 또는 기전 상 특징이다.

Q. 신장기능 관련 혈당조절 효과와 또 다른 혜택은?

일반적으로 SGLT-2억제제는 신장기능이 떨어지는 환자에서 혈당조절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의 하위분석에서는 이나보글리플로진 치료그룹을 봤을 때, 신장기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환자그룹에서도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혈당강하 효과가 유의하게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당화혈색소(A1C) 7% 미만조절 비율이 80%에 달하는 등 강한 혈당조절 효과 외에도 체중·혈압·인슐린저항성 등을 개선하는 이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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