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양정훈 교수
심인성 쇼크 치료 근거 제시하는 RESCUE-SHOCK 임상시험 시작
국내 28개 병원 참여 ... 2028년 논문 발표 예정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양정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양정훈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환자에게 중요한 문제지만 명확한 근거 기준이 없어 여전히 논쟁으로 남아 있는 문제가 많다.

심인성쇼크(cardiogenic shock)를 동반한 다혈관질환 환자 치료 시 문제가 되는 혈관에만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 표적혈관동맥(non culprit artery)까지 해야 한다는 논쟁도 그중 하나다.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임상시험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인성 쇼크인 상태인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생각하기 어렵고, 보호자의 승인을 받기도 힘들어서다. 따라서 이 분야는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는 부족하고,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그런데 최근 삼성서울병원 양정훈 교수(순환기내과, 중환자의학) 연구팀이 이 분야에 도전하는 'RESCUE-SHOCK'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전향적, 오픈 라벨, 다기관, 무작위 대조군 연구로 이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고, 논문 발표로까지 진행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 'RESCUE-SHOCK' 연구 디자인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심인성 쇼크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연구는 전 세계에서 약 3개일 정도로 힘든 연구에 속한다. 지난해 11월 시작했는데, 오는 2028년 12월 31일 최종 데이터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에는 정맥-동맥 간 '체외막산소화요법(VA-ECMO)'가 요구되는 급성심근경색(AMI) 및 진행된 상태의 심인성 쇼크 상태이면서 다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할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표적 혈관 병변 PCI(culprit lesion-only PCI)군'과 '즉각적 다혈관 PCI(immediate multi-vessel PCI)군'으로 무작위 배치하고, 어떤 술기가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심인성쇼크를 동반한 AMI 환자는 PCI로 표적혈관동맥(culprit artery)에만 치료하면 예후 개선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심인성쇼크 환자 대부분이 다혈관질환 환자다. 따라서 비표적혈관동맥(non culprit artery)에도 PCI를 즉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했다.

그런데 2017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병원 Holger Thiele 박사팀이 CULPRIT-SHOCK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표적 혈관 동맥에만 PCI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비표적혈관 동맥에 PCI를 받은 환자군은 표적혈관동맥에만 시술한 환자군보다 사망 또는 신대체요법을 받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얼 월드에서는 CULPRIT-SHOCK 임상 결과와 반대되는 관찰연구도 많다. 최근 미국에서 심혈관등록데이터를 기반으로 비-ST분절심근경색(non-STMI) 및 심인성쇼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그것이다.

연구 결과, 즉각적 다혈관 PCI가 더 많은 혜택을 보였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진행하는 RESCUE-SHOCK 연구 결과는 이러한 논쟁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할 것이다. 

- 'RESCUE-SHOCK' 연구 진행 상황은 어떤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560명이 목표인데, 현재 모집 중이다. 우리 병원을 비롯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28개 병원이 참여하기로 했다.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의사로서 걱정도 많다. 심인성 쇼크 상태의 환자를 보면 의사도 '멘붕' 상태인데, 그 상황에서 보호자 동의를 받아 환자를 모아 임상시험을 할 수 있을지 마음이 무겁다. 

- 오랫동안 심인성 쇼크에 천착해 왔다. 그 이유는?

심인성 쇼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로 인한 사망률은 여전히 높다. 지금이라도 심인성 쇼크 연구에 대한 홍보나 연구 등이 필요하다. 

10년 전에는 의사들조차 심인성 쇼크에 관심이 없었다. 당시 나는 주니어 스탭이었는데밤늦게까지 심인성 쇼크를 연구했다. 또 다른 의사를 설득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당시 선배 의사들이 "젊은 친구가 열심히 하네"라며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여러 선배들이 도와준 덕분에 진전도 있었다. 2021년 대한심장학회 산하에 심인성쇼크 연구회도 발족했고, 같은 해 '한국 심인성 쇼크 가이드북'도 발간했다.

심인성 쇼크 연구회는 현재 우리 병원 권현철 교수님이 회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병원 내에서 심인성쇼크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 최근 정부가 심인성 쇼크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제 정부도 심인성 쇼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뜻 아닌가? 

국립보건원이 '한국인 심인성 쇼크의 관리, 중재, 치료 이행 제고 전략 개발'을 목적하는 사업을 발주했다. 그 사업을 권현철 교수님이 임상총책임자(PI)를 맡아, 우리 병원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심인성 쇼크에 대한 잘 몰라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또 병원과 지역에 따라 심인성 쇼크로 인한 사망 편차가 너무 커 상향 평준화도 꾀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고, 오는 2023 최종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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