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병원(서울김포공항) 서동호 원장
임상 소견
40세 남자가 우측 엉치 및 다리의 극심한 신경병성 통증(neuropathic pain)을 주소로 내원했다. 환자는 약 3개월간 외부 병원에서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물리치료 및 신경차단술을 시행했고, 증상이 점차 호전됐다.
하지만 본원에 내원하기 3일 전 갑작스럽게 통증이 악화되었고, 신경차단술 시행 후 호전되지 않아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생각하고 본원에 내원했다. 보행 및 수면을 못할 정도로 통증이 매우 심했고 신경학적 검사상 우측 발목(right ankle) 감각 저하 및 GTDF (great toe dorsiflexion)가 Grade 3으로 저하되어 있었다.
본원에서 MRI 검사를 하고 L4-5 추간판 탈출증(herniated nucleus pulposus, HNP) 진단 하에 추가 신경차단술을 시행했고, 다른 약과 함께 pregabalin (뉴로카바Ⓡ피지)를 처방했다. 약 2주간 pregabalin을 복용하면서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되었고, pregabalin을 제외한 다른 진통제 등은 감량했다.
신경병성 통증은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지만, 질환이라는 인식이 낮아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세포 감각 신경계의 병변이나 질병으로 인한 통증(pain caused by a lesion or disease of the somatosensory nervous system)으로 정의되며 약 3~6개월간 거의 매일 통증을 경험하는 만성 통증과 급성 통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중추신경(척수, 뇌)과 말초신경에서 발생하며 뇌졸중, 당뇨병, HIV, 암, 만성 염증, 신경손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연속 또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다른 통증과 함께 발생할 수 있다.
결론 및 고찰
신경병성 통증은 전기 충격, 타는 듯한 느낌(burning), 저림(numbness), 가려움(itching),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통증 및 이질통(allodynia) 같은 특징적인 임상 증상을 동반하고 통증의 영역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신경계의 병변이나 통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MRI 영상진단 검사나 정량적 감각 검사(quantitative sensory test, QST)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신경병성 통증은 뇌에 영향을 미쳐 심리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만성 통증으로 진행하면 불안, 우울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1
신경병성 통증에 대한 약물치료로 통증이 부분적으로 경감되는 비율은 환자군 중 40-60%로 아직까지 치료에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Gabapentin, pregabalin, carbamazepine 같은 항경련제와 항우울제, 마약성 진통제 등 다양한 약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운동, 물리치료, 심리치료 같은 비약물 치료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 보톨리눔 톡신이나 신경 조절기, 신경 자극기 등을 시도하기도 한다.2
이 환자는 MRI 검사에서 요추 디스크 파열 재발이 의심되었고 우측 발목 근력저하가 동반됐지만, 신경 손상이 아닌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근력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경차단술을 추가로 시행한 후 pregabalin을 투여하며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됨을 확인했다.
Pregabalin은 칼슘통로 α2-δ 리간드로 중추신경계 세포의 신경 접합부에 위치하는 전위의존적 칼슘통로 (voltage-gated calcium channel)의 보조적 아단위인 α2-δ 칼슘통로에 결합하여 칼슘 유입을 억제하여 시냅스 내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조절함으로써 중추신경계의 과잉흥분과 통증의 전달을 억제시킨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섬유근육통, 당뇨병성 및 암성 신경병성 통증 환자 등 다양한 통증에 효과적이고, 간에서 대사되지 않고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다른 약물과의 약동학적 상호작용 가능성이 낮으며 투여 용량에 비례하여 통증 경감 효과가 나타난다.2
주요 이상반응으로 어지러움, 졸음, 말초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치료 중단율이 낮은 장점이 있다.3
또한 ADA, ESMO 등 다양한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pregabalin을 신경병성 통증의 1차 치료 약물로 권고하고 있다.
요컨대, 극심한 신경병성 통증 환자뿐만 아니라 경미한 신경병성 통증 환자 등에서 pregabalin의 적절한 용량을 진통제와 병용해 투여할 경우 추가적인 시술이나 수술 없이 통증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References
1. Min YK et al, J Korean Med Assoc. 2008;51(12);1133-1143.
2. Dworkin RH, et al. Pain 2007;132(3):237-251.
3. C.P. Taylor et al, Epillepsy Res. 2007;73(2):137-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