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윤건호 교수
“이나보글리플로진, 한국인에서 유효하고 안전···임상의 처방경험↑ 중요”

드디어 우리나라 당뇨병 치료시장에 국산 SGLT-2억제제가 등장했다. 국내 제약업계가 자체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을 근거로 시판승인된 SGLT-2억제제는 이나보글리플로진(제품명 엔블로정)이 처음이다. 특히 이나보글리플로진은 기존의 SGLT-2억제제와 비교해 30분의 1 수준의 상용용량으로도 계열내 표준약제 대비 대등한 혈당조절 효과를 나타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SGLT-2억제제 효과의 핵심마커인 요당 배출량이 동계열내 다른 약제와 비교해 현저히 증가하면서 강력한 혈당조절 및 심장·신장 보호효과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내분비학계의 석학인 가톨릭의대 윤건호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로부터 국산 SGLT-2억제제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시장진출 의미와 기전특성 및 치료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Q. SGLT-2억제제의 잠재력에 대한 평가는?

SGLT-2억제제는 이전 계열과는 완전히 다른 기전의 신규 혈당강하제에 속한다. 혈당조절을 통해 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심혈관질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혈당조절은 물론 심장이나 신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표적장기 보호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당뇨병이 없는 심부전 환자에서까지 임상결과 개선혜택을 보여줬다. 또 SGLT-2억제제의 기전특성 상 만성신장질환(CKD) 등으로 인해 신장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러한 임상특성의 환자에서 신장 보호효과를 보고한 연구도 있다.

Q. SGLT-2억제제의 계열효과 유무는?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놓고 본다면, 계열효과(class effects)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SGLT-2억제제 전반에서 혈당조절에 더해지는 심장·신장 보호효과가 일관되게 관찰된다.

다만 기전특성 상 SGLT-2와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는지(혈당강하력), 또 얼마나 오래 결합하는지(반감기) 등에 따라 유효성·안전성 측면에서 미묘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계열효과를 인정한다면, 다른 SGLT-2억제제에도 혈당조절과 함께 심장·신장 보호효과가 내재돼 있다고 보는 것도 무방하다.

Q. 국산 SGLT-2억제제가 등장했는데?

SGLT-2억제제가 세상에 선을 보인지 10년 정도 지난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당뇨병 분야의 혁신신약(first-in-class)이 등장한지 10년만에 국산 신약이 개발됐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우리나라도 의약품 수입국에서 신약 수출국으로 시장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이나보글리플로진은 국내 자체기술로 개발됐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 당뇨병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에 근거해 시판승인을 받은 만큼, 국내에서 당뇨병을 진료하는 임상의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임상시험에서 다파글리플로진과 비교한 이유는?

자신감의 표출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신약승인 목적의 시판 전 임상시험은 위약 대조군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계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표준치료제를 대조군으로 삼아 헤드 투 헤드로 비교하고, 여기서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것은 실패의 위험부담도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나보글리플로진은 0.3mg 상용용량을 다파글리플로진 10mg과 비교했다. 개발단계의 신약을 동계열내 표준약제와 헤드 투 헤드 방식으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힘든 결정이다.

Q. 이나보글리플로진의 혈당조절 효과는?

3상에 해당하는 ENHANCE-M 연구에서는 이나보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다파글리플로진 병용과 비교해 당화혈색소(HbA1c) 감소 측면에서 비열등한(non-inferiority)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보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제미글립틴 3제병용을 검증한 ENHANCE-D 연구에서도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HbA1c 감소효과의 비열등성이 입증됐다.

특히 이나보글리플로진은 저용량으로도 계열내 다른 약제와 대등한 혈당조절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기전 상 SGLT-2와 강하게 결합하고, 오래 결합해 반감기를 늘리는 특성이 작용해 대등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겠다.

Q. 요당 배출량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나보글리플로진 치료군에서 요당 배출량(glycosuria, 당뇨)이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더 높았다는 것은 강하고 오랜 결합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SGLT-2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얼마나 강하게 오래 억제하느냐에 따라 요당 배출량, 더 나아가서는 혈당조절 강도가 결정된다. 따라서 요당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 만큼 강력한 혈당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나보글리플로진 병용 임상시험에서는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요당 배출량이 증가한 상태에서 비열등한(non-inferiority) 혈당조절 효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요당 배출량 증가가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우수한(superiority) 혈당조절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데 대해서는 사후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사후 또는 하위분석을 통해 이나보글리플로진에서 관찰되는 높은 요당 배출량을 통해 혈당조절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환자그룹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CKD 등으로 신장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요당 배출량도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임상특성의 환자들에게 이나보글리플로진을 적용해 요당 배출량을 늘려준다면 더 좋은 혈당조절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HbA1c 9% 정도로 중증 고혈당 환자의 경우도 요당 배출량 증가를 통해 신속한 혈당강하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Q.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이상적인 병용조합은?

1차치료제인 메트포르민과의 병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외에도 SGLT-2억제제는 현재 처방 가능한 다른 모든 계열과 병용조합이 가능하다. 당뇨병의 어느 단계에서든 사용이 가능하며 어떤 계열과 조합해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설폰요소제와 병용 시에는 체중증가 또는 저혈당 없이 부가적인 혈당조절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티아졸리딘디온계의 경우 피오글리타존 등의 혈당조절 지속성에다가 SGLT-2억제제를 통해 부종이나 체중증가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베타세포에 작용해 인슐린분비능을 촉진시키는 DPP-4억제제도 전혀 다른 기전의 SGLT-2억제제와 좋은 병용 파트너가 될 수 있다.

Q. 임상현장에서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역할은?

우선 메트포르민에 이은 2차선택으로서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역할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국내외 가이드라인 권고안에 근거해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1차치료제로도 처방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ASCV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 심부전이나 신장질환을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에서 SGLT-2억제제를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SGLT-2억제제의 계열효과가 널리 인정받고 있는 만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근거를 갖춘 이나보글리플로진을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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