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는 금물, 정부와 함께 장기적인 전략으로

지난호에 살펴본대로 러시아와 함께 외국인 환자 유치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중동 지역이다. "오일머니"라 일컫는 VIP의 경제력으로 무장하면서 기존의 태국, 싱가포르 등으로 의료관광을 많이 다닌 부류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기대가 모아지는 시장이다.

더욱이 지난해 원전 수주를 기점으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중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중동 지역 환자 유치를 위해 개별 병원 차원의 움직임보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을 보여 왔다.

유치 합법화 직전 한국관광공사는 건국대병원, 동서신의학병원, 우리들병원 등과 중동 두바이 소비자박람회인 "Women’s Healthcare Show"에 참가,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담 활동을 전개하고 의료 관광을 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작업을 벌였다. 관광공사 김배호 두바이 지사장은 "중동 시장은 비만, 당뇨, 심장질환 등과 관련한 해외 의료관광 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건강검진, 미용, 한방 등의 서비스와 관광을 접목한 의료관광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것"으로 소개한 바 있다.

이후에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차원으로 5월 한차례 방문 이후, 10월에는 중동 지역 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과 함께 한국 의료 홍보 사절단을 파견했다.

진흥원 장경원 글로벌헬스케어비즈니스센터장은 "홍보 활동 이후 당장의 이렇다할 성과가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다만 중동 현지로부터 국내 병원들의 중동 진출에 대한 니즈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의료진의 국내 연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의 환자 1명을 유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환자를 의뢰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두바이 메디컬시티 설립 계획으로 환자를 마냥 해외로 뺏기는 것을 중동 자체에서 염려하고 있다. 따라서 견제를 받지 않는 선에서 전반적인 중동 진출과 중동 환자의 유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TF팀을 운영 중에 있다.

중동 환자가 자국에서 부족한 의료기술로 치료받아야 할 경우, 정부가 직접 치료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특성상 정부간 협약도 시도하고 있다. 오는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및 쿠웨이트와 보건의료분야 MOU 체결을 유도할 계획이다.

장 센터장은 "중동에는 JCI를 획득한 일부 병원들이 있지만, 의료기술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해당 정부 보건부에서 대신 치료비를 내주는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정부간 협약이 중요하며, 협약 자체에만 의미를 두기보다는 실질적인 의뢰가 가능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008년 6월 자생한방병원은 이슬람 최고의 명문인 이집트 알-아즈하르 대학 및 미국 UC 어바인 대학과 "상호 문화와 과학기술 협조를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고, 상호 의료인력과 학술 교류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들병원은 아랍에미리트로부터 척추수술의 우수한 기술을 인정받아 디지털 척추병원을 수출하기로 하는 성과를 얻었다.

건국대병원은 12층에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진료공간을 구축하면서 별도의 기도실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러시아인과 러시아 문화 교육을 진행한 삼성서울병원은 중동 문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중동 지역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증가할 여지 또한 많지만, 그렇다고 마냥 "노다지"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일단 비행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자 발급 문제 등이 까다롭다. 더욱이 중동인들은 그동안 이미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의료혜택을 누려온 이들로, 비용을 얼마든지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대신 고급진료를 원한다.

여러 나라 환자가 타깃인 국내 병원에서는 중동만의 맞춤형 서비스가 부족한 실정이다. 단기간에 코란, 기도실, 아랍 식사를 마련하는 것이 맞춤형 서비스가 아니며, 환자가 몰려올 이유도 아니다.

이에 따라 개인 병원 차원으로 중동에 접근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함께 뭉쳐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잇다. 의료의 질과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높이고, 외국에 계속 노출을 시키면서 장기적으로 대량의 환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의료 외적인 분야로도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전 수주가 확정될 당시 의료기술 지원 요청이 뒤따랐던 만큼, 국가 전체의 산업으로 접근하고 있을 정도다. 드라마 "대장금"에 이어 "주몽"이 큰 인기를 끄는 등 중동에 부는 한류 열풍 확대도 주목할 만 하다. LG전자는 이란 TV 광고 모델로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을 발탁해 매출을 높였다.

주의해야 할 문화적 차이는 무엇일까. KOTRA는 최근 "중동·북아프리카 비즈니스문화 가이드"를 발간을 통해 중동과 한국의 가장 큰 문화적 차이로 "빨리빨리"를 꼽았다. KOTRA는 "천천히 생각하는 중동 사람들은 재촉당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며, 인내심이 사업 성사의 비결"이라며 "손님을 중시하는 이슬람문화의 특성상 팩스나 이메일 보다 전화, 전화 보다 대면 상담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중동 최대 소비시즌인 `라마단"을 노려볼만 하다. 올해 8월 12일부터 9월 10일까지 진행되는 라마단은 금식기간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보이지만, 오히려 연중 소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다. 라마단을 전후로 식품류는 물론 전자제품, 자동차 등 대규모 할인행사가 열려 대규모의 소비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다.

차도르 속 이슬람 여성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되면서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미용, 성형기술 강국 우리나라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밖에 KOTRA는 "무하마드에 대한 공개 비판 금지, 인사시 고개를 숙이지 말 것, 어깨를 뒤에서 치는 행동을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유의하라"고 당부하며 "중동의 삶에 녹아든 이슬람 문화코드만 잘 활용할 것"으로 강조했다.

3월말쯤 지난해 병원들의 각 지역별 유치 실적이 공개될 예정이지만, 중동 지역은 환자가 꾸준히 늘어났다 해도 워낙 적은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중동에 대한 열망은 크다. 정부와 병원들이 함께 뭉쳐 나간다면 싱가포르, 태국으로 유입되던 환자들부터 우리나라로 오게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동인을 닮아 느긋한 마음을 갖고,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 보자.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