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대 손일석 교수

경희의대 손일석 교수
경희의대 손일석 교수

2022년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에서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의 약제 조합 구성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이뇨제의 경우 2제 요법 시 사용 비율은 22.4%, 3제 요법 시 사용 비율은 69.6%에 달한다. 단독요법 시 이뇨제의 사용 비율이 2.4%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뇨제가 고혈압 환자의 병용요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약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2022년 진료지침에서 1차 고혈압약으로서 티아지드(thiazide) 유사 이뇨제를 선호해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권고등급 Ⅱa, 근거수준 B). 세계고혈압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Hypertension) 2020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뇨제를 선택할 때 chlorthalidone과 같은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의 우선 사용을 권고했고, 2017년 미국심장학회(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및 미국심장협회(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가이드라인에도 긴 반감기와 입증된 심혈관보호 효과에 근거해 chlorthalidone이 권고된다고 기술돼 있다.

이 외에도 2019년 영국 고혈압진료지침(NICE), 2023년 미국당뇨병협회(ADA) 가이드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chlorthalidone과 같은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의 선택으로 인한 손해보다 이익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Hydrochlorothiazide보다 Chlorthalidone을 권고하는 이유

Chlorthalidone의 우수한 혈압 강하 효과와 심혈관 보호효과에 대한 메타분석(특정 연구 주제에 대하여 이루어진 여러 연구결과를 하나로 통합하여 요약할 목적으로 개별 연구의 결과를 수집하여 통계적으로 재분석하는 방법)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ALLHAT(The Antihypertensive and Lipid-Lowering Treatment to Prevent Heart Attack Trial) 연구를 통해 chlorthalidone은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고 이는 미국 고혈압진료지침(JNC7)에서 chlorthalidone을 고혈압 1차 약제로 권고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Roush 등이 2021년 발표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chlorthalidone은 4년 이상의 장기 투여 시에 hydrochlorothiazide(HCTZ)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21% 더 낮췄다. 이는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진료지침에서 명시하고 있는 “혈압을 조절해 혈압 상승에 의한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 목표와 일치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당뇨병에서도 chlorthalidone의 임상적 이점은 명확하다. 1996년 Curb 등의 SHEP(The Systolic Hypertension in the Elderly Program)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용량 chlorthalidone(12.5~25mg) 투여 환자의 혈당 증가는 위약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34% 더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chlorthalidone이 HCTZ 대비 좌심실비대(Left Ventricular Hypertrophy)를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특히 2021년 발표된 CLICK(The Chlorthalidone in Chronic Kidney Disease) 연구에서는 4단계의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환자에서 chlorthalidone이 우수한 혈압 강하 효과와 함께 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그동안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가 권고되지 않는 4단계 만성콩팥병에서도 chlorthalidone의 임상적 이점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SHEP, ALLHAT 하위 분석을 통해 폐경기 여성에서 연간 골 소실률 및 amlodipine, lisinopril 대비 골절 위험을 유의하게 낮춰주는 효과도 보여줬다.

Chlorthalidone 병용요법 중인 환자, 근거중심적인 치료 전략이므로 변경할 이유 전혀 없어

일부 연구에서는 chlorthalidone과 HCTZ의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에 차이가 없거나 혹은 전해질불균형과 같은 이상반응의 위험이 chlorthalidone 투여군에서 더 높다는 결과를 통해 가이드라인과는 정반대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발표된 Pragmatic trial이 대표적인데 이처럼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될 수는 있으나 한계점도 많기 때문에 임상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HCTZ를 복용 중이던 환자가 chlorthalidone으로 약제를 변경하게 되는 경우 더 많은 빈도의 전해질불균형 검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전해질불균형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국내에서의 Randomized Controlled Trial(RCT)과 리얼월드(real world) 연구결과를 통해 chlorthalidone의 내약성을 검증해 보는 것이 타당할 텐데, 2017년 Hong 등이 발표한 amlodipine/losartan/chlorthalidone 3제 복합제의 RCT 연구결과에서는 amlodipine/losartan 병용요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 330명을 대상으로 3제 복합제를 투여했을 때, 저나트륨혈증 및 저칼륨혈증은 보고된 바가 없었다.

2021년 Lee 등이 발표한 Common Data Model 연구에서는 amlodipine/losartan/chlorthalidone 3제 복합제를 투여한 955명의 환자에서 평균 0.2mmol/L의 칼륨 수치 변화가 있었는데 기저평균값이 4.3±0.5mmol/L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 범위 내에서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ClinicalTrials.gov에 보고된 코호트 연구(NCT05462535) 결과에서는 약 4,600여명의 amlodipine/losartan/chlorthalidone 3제 복합제 복용 환자에서 전해질불균형이 나타난 빈도는 저나트륨혈증 0.15%, 저칼륨혈증 0.07%, 고칼륨혈증 0.07% 수준으로 대부분이 ‘드물게’ 나타나는 결과를 보였다.

이뇨제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 Chlorthalidone으로 시작해야

이뇨제는 여전히 심부전, 뇌졸중, 수축기단독고혈압, 당뇨병 등의 동반질환에서 추천되고 있는 고혈압 약제다. 특히, 국내에서는 고혈압 팩트시트에서 보듯이 2제 및 3제 병용요법에서 그 역할이 더욱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근거중심에 기반한 진료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 전략을 세우는데 주목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losartan/chlorthalidone, amlodipine/losartan/chlorthalidone과 같은 다양한 계열의 고혈압 복합제들이 출시돼 있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도 chlorthalidone 병용요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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