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대사증후군학회 고광곤 회장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역사는 스타틴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스타틴은 이상지질혈증 약물치료의 대명사라고 지칭해도 무방하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역사를 돌아보면, 1970년대 혜성같이 등장한 스타틴이 2000년대 초반까지 성장기를 거치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등장한 고용량 스타틴과 당뇨병 위험증가의 연관성 때문이었다. 지난 10년간 심장학·내분비학계는 스타틴의 당뇨병 위험증가를 놓고 열띤 논쟁을 펼쳐 왔고, 국내에서는 심장대사증후군학회 고광곤 회장(케이하트내과의원, 전 가천의과학대학 교수)이 담론을 주도했다. 고광곤 회장은 “지난 10년의 논쟁에 기반해 향후 10년을 예단해 본다면, 이상지질혈증 약물치료의 시기가 앞당겨지고 안전하면서도 강력한 지질치료인 스타틴과 비스타틴계의 병용 또는 복합제 요법이 더 큰 쓰임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Q.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스타틴의 혜택은 어느 정도인가?

스타틴은 1970년대 로바스타틴을 필두로 첫 선을 보인 후, 1990년대 4S와 같은 대규모 랜드마크급 임상연구를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감소 혜택을 입증받기에 이른다. 현재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대명사격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스타틴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스타틴은 LDL콜레스테롤(LDL-C) 감소가 주된 기전이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심혈관보호효과를 발휘하며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스타틴에서 관찰되는 심혈관보호효과를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 또는 오프타깃효과(off-target effects)라고도 한다. LDL-C 감소가 스타틴의 온타깃효과(on-target effects)라면 △혈관이완작용 △항염증효과 △혈전억제작용 등은 대표적인 오프타깃효과에 해당한다.

Q. 오프타깃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직접 진행한 연구를 통해 스타틴의 심혈관보호효과를 확인하고, 이를 학계에 보고했다(고광곤 논문 Circulation 1999년). 초음파를 통해 상완동맥 내피세포의 기능을 관찰해, 스타틴이 산화질소(NO)의 활성화를 촉진시켜 혈관이완작용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광곤 논문 Cardiovascular Research 2000년).

C-반응성단백질(CRP)이나 인터루킨-6(IL-6)와 같은 염증물질을 감소시키는 항염증효과도 확인했다. 여기에 혈전을 억제하는 작용까지 스타틴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기여하는 세 가지 루트가 모두 밝혀졌다(고광곤 논문 Circulation 2002년).

Q. 스타틴의 역사에 부침(浮沈)은 없었나?

심혈관보호효과에 근거해 당뇨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스타틴의 인슐린저항성 개선 여부를 들여다 본 적이 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진행된 연구에서 고용량 스타틴의 경우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혜택을 입증한 CARD 연구가 있었지만, 2000년대부터 스타틴이 인슐린저항성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뇨병 위험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고광곤 논문 Diabetes Care 2008년, JACC 2010년).

Q. 스타틴의 당뇨병 위험이 공식화된 계기는?

2010년을 넘어서면서 TNT, IDEAL, SPARCL 등 대규모 스타틴 임상연구를 한 데 모아 메타분석한 결과 중강도보다 고강도 용량을 쓸수록 당뇨병 발생위험이 높은 것으로 란셋(Lancet)에 보고됐다. METSIM 연구에서는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 사용군과 비사용군을 비교한 결과, 스타틴 사용군에서 당뇨병 발생빈도가 46%나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리얼월드 후향적 관찰연구에 따르면, 스타틴 투약기간이 길어질수록 2형당뇨병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는 2012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스타틴의 라벨에 당뇨병 위험증가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하면서 논란이 공식화됐다.

Q. 당뇨병 위험, 스타틴의 계열효과로 볼 수 있나?

모든 스타틴이 당뇨병 위험증가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틴의 당뇨병 위험에 관한 논쟁의 와중에 등장한 피타바스타틴이 대표적이다. KAMIR(한국인 심근경색증 등록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처방된 스타틴(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피타바스타틴)을 비교한 결과, 신규 당뇨병 발생(NODM) 빈도가 8.4%, 10.4%, 3.0%로 피타바스타틴 처방군이 가장 낮았다. 피타바스타틴은 용량에 따라서도 당뇨병 위험이 관찰되지 않았다. 또 다른 한국인 대상의 KOREA DM 연구에서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당뇨병 위험인자가 최소 1개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피타바스타틴 1mg과 4mg을 비교했는데, 신규 당뇨병 발생빈도에 차이가 없었다.

Q. 동계열 내에서 당뇨병 위험이 다른 이유는?

2018년 JAMA와 NEJM에 보고된 논문을 보면, LDL-C가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경우 당수송체인 GLUT-4(glucose transporter-4)가 억제되고 이로 인해 인슐린저항성 위험이 증가한다는 식으로 스타틴 치료와 당뇨병 위험증가의 기전을 설명하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 피타바스타틴은 높은 지질 친화성(lipophilicity)을 갖고 있으면서도 애디포넥틴(adiponectin) 수치는 증가시킨다. 특히 당대사와 관련해 중요한 인자인 GLUT-4의 위치이동(translocation)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저항성은 개선하는 것이 특징으로 언급돼 있다.

Q. 피타바스타틴은 중강도 스타틴 아닌가?

고강도 스타틴이 기저치 대비 LDL-C를 50% 이상 낮춘다면, 중강도는 30~50%까지의 강하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LDL-C 조절 목표치가 70mg/dL 미만이다. 이 정도는 피타바스타틴 4mg으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최대 강하력이 50%이기 때문에, 기저 LDL-C가 140mg/dL이라면 중강도 스타틴으로 70mg/dL까지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초고위험군을 제외한 고·중·저위험군은 피타바스타틴으로도 충분한 LDL-C 강하를 담보할 수 있다. 더불어 평생 스타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선택기준에 당뇨병 위험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고강도보다는 중강도 스타틴, 특히 당뇨병 위험이 없는 피타바스타틴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게 된다.

Q. 피타바스타틴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스타틴 치료는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은 줄여야 한다. 아시아인 대상의 REAL-CAD 연구에서는 스타틴 고용량 추세를 반영해 피타바스타틴 4mg과 1mg을 비교한 결과, 고용량군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19%나 유의하게 낮았다. 두 용량 사이에 신규 당뇨병 발생빈도 역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TOHO-LIP 연구도 있다. 피타바스타틴 2mg과 아토르바스타틴 10mg의 LDL-C 강하력 및 심혈관 아웃컴을 비교한 연구인데, 피타바스타틴의 심혈관 혜택이 기대 이상이었다. 총 240주의 치료·관찰결과, LDL-C 등 지질프로파일의 변화는 두 군 간에 차이가 없었다. 반면 심혈관사건 복합빈도(심혈관 사망, 돌연사, 심근경색증, 뇌졸중, TIA, 심부전)는 2.9% 대 8.1%로 피타바스타틴군의 상대위험도가 66%나 유의하게 낮았다(HR 0.342, 95% CI 0.160-0.734). 지질프로파일에 차이가 없었는데도 이처럼 심혈관질환 하드 엔드포인트가 큰 격차를 보인 것은 피타바스타틴이 혈관과 더불어 대사적으로도 혜택을 발휘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Q. 당뇨병 위험을 고려한 스타틴의 대체전략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이드라인에서 관상동맥질환 병력자에 해당하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LDL-C 55mg/dL 미만과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감소를 권고하는 실정이다. 스타틴의 당뇨병 위험 등 안전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이 목표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병용의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광곤 논문 Circulation Journal 2019년).

Q. 신속한 병용의 적용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지침에서는 LDL-C 55mg/dL 미만조절을 권고하는 동시에 스타틴의 단독의 최대내약용량까지 사용한 후에 병용을 고려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물론 55mg/dL 미만조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강도 스타틴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그런데 국내 조사결과를 봐도 고강도 스타틴의 목표치 달성률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용량에 비례하는 당뇨병 위험 등 부작용에 대한 부담으로 순응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치료 중단율 또한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때문에 단계적으로 스타틴 단독요법의 용량을 높이고 이후에 병용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보다 앞서 낮은 용량의 스타틴 단계에서부터 에제티미브와 같은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를 병용하는 쪽으로 가이드라인이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본다.

Q 향후 이상지질혈증 치료가 병용 쪽으로 패러다임 전환될 것으로 보는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해 중강도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병용하는 복합제 전략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일례로 피타바스타틴 2mg에 에제티미브 10mg을 더하면 스타틴 더블도즈와 비교해 더 높은 부가적 조절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피타바스타틴 4mg/에제티미브 10mg 요법으로 LDL-C를 50% 이상 충분히 낮출 수 있다. 효과는 고강도 스타틴과 대등하게 가져가고, 부작용 위험은 상대적으로 더 줄일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본다. 실제로 국내 진행된 연구에서도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이 고강도 스타틴 단독과 비교해 부작용 위험은 낮고 심혈관질환 혜택은 대등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Q. 향후 예상되는 또 다른 패러다임은?

스타틴 단독이든 스타틴/비스타틴계 병용이든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최대한 빨리 시작하자는 것이다. 50대 이상에서 이상지질혈증을 진단받은 경우는 이미 죽상동맥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이 시점에서는 심혈관질환을 막기가 더 어렵다. 때문에 30대 초반부터라도 이상지질혈증이 의심되면 빨리 스타틴 또는 스타틴/비스타틴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현재 안전성을 제고한 상태에서 원하는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질치료의 빠른 적용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일례로 심혈관질환 저·중위험군인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중강도보다 낮은 단계까지 스타틴의 용량을 낮추고 여기에 에제티미브를 병용하는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 임상근거가 부족한 상태지만, 복합제들이 다양한 용량선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낮은 용량의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더하는 전략이 적용범위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가이드라인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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