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결과, 주요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미국, 중국, 일본 순으로 나타났지만, 실질적인 환자 증가율은 러시아와 아랍권 국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국내 병원들이 러시아를 새로운 시장으로 손꼽고 있으며, 주요 타깃 국가로 선정하고 있다.

그동안 병원들의 러시아 시장 진출 과정을 통해 본 러시아 시장 공략 방법은 무엇일까.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외국인 유치가 허용되기 이전부터 국제의료협회 소속 의료기관과 함께 러시아 환자 유치를 위한 팸투어를 진행해왔다.

진흥원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한 팸투어는 러시아 의료인 및 유치업자와 협회 회원,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우수한 의료기술을 널리 알려 러시아에서 치료가 어려운 이들을 수용함에 따라 질환 중심의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가능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덩달아 주요 병원들도 일찌감치 러시아에 관심을 가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건진센터를 개소하면서 러시아 의사 출신 코디네이터를 고용, 검진은 물론, 입원, 수술, 퇴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이 중점을 둔 부분은 연수를 받고 돌아간 러시아 현지 의료진이다.

병원 관계자는 "러시아 의료진이 우리나라의 의료기술과 병원시설을 신뢰하고 돌아가면서 치료를 위한 의뢰를 보내오게 되면서, 현재 러시아 환자가 80%까지 이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러시아 병원과의 협약으로, 암 환자의 경우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후 러시아에서 편안하게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글로벌 의료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 프로그램으로 "AIA (Asan In Asi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온 의사들에게 의학적 연수교육은 물론 친교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이른바 "글로벌 아산" 우호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갖는 것과 동시, 아산만의 외국인 환자 유치 전략을 갖는다는 취지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역 중 심장수술이나 건강검진을 받기 위한 러시아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차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삼성서울병원도 몇 년 전부터 의료진 연수를 통해 러시아 환자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러시아 환자가 826명으로 50% 가까이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로부터 환자 유치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했다. 의료 환경이 낙후돼 해외로 나가고 있는 시민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먼저 제안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외국인 환자를 응대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국제진료센터의 계획이 구체화됨에 따라 ‘글로벌 문화 이해’ 특강도 마련했다. 8일 열린 첫 번째 특강은 단연 러시아부터 시작됐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 최윤락 박사가 ‘러시아, 러시아인, 그들의 문화’라는 주제로 러시아의 문화와 생활을 이해하고, 에티켓을 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임직원 500명이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 앞으로 러시아 환자들을 부모님, 형제처럼 대할 것을 다짐했다.

이처럼 러시아 지역의 이점은 우리나라가 "치료기술의 우위"에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의료관광 에이전시 닥스메디컬코리아도 의사 출신 대표가 가진 러시아 의료진 네트워크를 통해 주력 지역을 러시아로 꼽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사무실을 개소해 러시아 현지인을 상주하게 하면서, 한국행 의료관광을 계획하는 러시아인에게 다양한 국내 정보와 전문적인 의료 자문 제공에 나서고 있다.

우봉식 대표는 "러시아 전문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지에서의 발빠른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다"며 "심장 질환이 많으며 암 전문 검진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치료 과정의 신속한 제시와 신뢰할만한 전문의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주의해야 할 러시아인의 특징이 있을까. 우선 러시아인들은 까다롭다. 문화나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탓이지만, 승산이 있다.

우 대표는 "러시아인은 겉으로 볼 때는 서양이지만, 감정이 풍부하고 정이 많은 민족"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정이 많기 때문에 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기회로 꼽았다. 러시아를 후진국이 아닌 친구로 바라본다면, 한번 믿고 친해진 관계를 깊이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 유치에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추운 지방이다보니 보드카 등의 술을 좋아하거나 육류 섭취로 인한 질병 패턴이 있다는 사실도 살펴볼만 하다. 또한 러시아인 입장에서 손님을 환대할 때 한상 가득 차려진 것을 좋아하지만, 그만큼 자신들도 환대받기를 바란다.

러시아를 잘 아는 이들은 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중국인들과 비슷하지만, 중국인에 비해 훨씬 더 감성적이고 덜 계산적이기 때문에 보다 감성적인 부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서협진·신속 대응 등 장점 피력...
이형래 동서신의학병원 교류협력본부장

동서신의학병원 교류협력본부에는 빅토리아 최, 박질피라 등 러시아 출신의 코디네이터 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캐나다 출신 그레헴 러브와 함께 "노랑머리" 직원 일행이다.

병원은 영어와 일어, 아랍어, 러시아어, 몽골어 등 5개 언어 홈페이지를 개설한 가운데, 러시아 홈페이지 경우는 러시아 현지에서 제작, 관리되고 있다. 그만큼 러시아에 두는 비중은 높다. 24시간 핫라인도 영어 외에 러시아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후 러시아인 1명을 코디네이터로 더 충원 예정에 있다.

동서신의학병원이 러시아를 타깃으로 선정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와 동서신의학병원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돌아간 러시아 현지 의료진을 양성하면서부터다. 지난해 9월부터 내과·신경과·신경외과 등 3명의 러시아 의료진이 연수를 받고 돌아간 이후,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같이 공존해 있는 치료의 장점이 널리 알려진 이후 러시아 환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직접 비용을 들여가면서도 러시아 의료진을 초청, 연수교육 기회를 높여 지난 1월에 2명, 2월에도 1명이 교육을 받았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국가간 MOU 체결까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형래 교류협력본부장은 "러시아 현지인 고용으로 신속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라며 "환자를 맞이하기 위한 내부 인프라 구축을 통해 만족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도 교육을 통해 네트워크 강화를 꾀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동서신의학병원은 지난해 1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TF팀을 구성해 6월부터 환자가 늘기 시작해 4달간 약 1500명을 유치했다. 후발주자이면서도 성공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인프라를 구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주효했다.

이 본부장은 "재단을 설득해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알려나갔으며, 블루오션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의사결정단계를 팀장-실장-본부장 체계로 간소화하고,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병원 자체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타깃을 선정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동서신의학병원도 동서협진, 신속한 처리 등의 노하우를 살려 지속적으로 환자 유치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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