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물류연합 피코이노베이션의 피코몰, 의약품 직배송나서
자회사 구축 움직임도...동구바이오, 도매업 자회사 씨앤와이즈 설립
한국의약품유통협회 “공정경쟁 저해 우려”

피코이노베이션 조감도(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제약업계 물류연합 ‘피코이노베이션’이 설립한 의약품 유통몰 ‘피코몰’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의약품 보관을 위한 창고 부족, 유통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피코이노베이션에 참여한 업체는 중소형 제약사 17개사로 건일제약, 국제약품, 뉴젠팜, 대우제약, 대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동화약품, 비보존제약, 삼천당제약, 아주약품, 안국약품, 일성신약, 진양제약, 테라젠이텍스, 팜젠사이언스, 한국파마, HLB제약 등이다.

특히 피코이노베이션은 최근 의약품 유통몰 피코몰을 만들며, 본격 의약품 직배송에 나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등 유통업계는 피코몰이 기존 도매 기능에 영향을 미쳐 산업에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며, 불공정 행위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사가 병원∙약국에 직접 납품가능...유통업계 ‘반발’

피코이노베이션은 중소형제약사가 출자 비용을 모아 의약품 창고가 부족한 회사들이 공간 확보를 위해 만든 연합단체다. 한국제약협동조합을 주축으로 한 연합회는 한진, CJ올리브네트웍스 등과 물류센터 구축에 본격 나섰다.

피코이노베이션은 경기도 평택시 드림산업단지 내에 1만 6천여 평의 부지를 확보 해 물류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진은 보유하고 있는 물류 역량과 의약품 전용 스마트 콜드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의약품 전담 배송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구축한다. 회사 측은 2021년 12월 피코이노베이션에 2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피코이노베이션에 물류 컨설팅을 제공하고 센터 설계부터 구축, 창고관리시스템(WMS) 운영, 관리까지 책임진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의약품 온라인 유통몰 피코몰도 런칭했다. 피코몰은 약국 도매몰로 기존 유통업체가 해오던 의약품 직배송에 제약사가 직접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피코몰에 입점한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피코몰에 참여한 일부 제약사가 피코몰을 통해 의약품 직배송을 시작했다"며 "피코몰은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주문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구축했다. 소비자에게 의약품을 간편히 구매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유통업계는 이 피코몰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중소제약사들이 직접 참여해 유통업계를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오영, 백제약품 등 기존 수수료를 받고 의약품 물류 유통 경쟁을 하던 업체에 타격을 줘 공정경쟁에 저해 요소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열린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정기총회에선 피코몰을 막기 위해 유통업체가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약품유통협회 조선혜 회장은 "관련 현안에 대해 회원사들이 함께 협조해줘야 한다"며 "집행부와 회원사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공정거래 위반 요소를 지속 파악할 예정이며, 회원사들이 피코몰에 입점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우려에도 제약사의 의약품 도매업 직접 참여는 가속화 될 전망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최근 의약품 도매업 자회사 씨앤와이즈를 설립했다. 이는 회사 측이 본격 의약품 도매업에 뛰어든 모양새로 비춰지기도 한다. 동구바이오제약 대표는 한국제약협동조합 조용준 이사장으로 피코이노베이션에 가장 높은 출자비용을 댄 회사 중 하나다. 다만, 공정거래인지 공정거래를 저해 여부는 의견이 팽팽하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약국 입장에선 도매상 독과점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 바뀌는 것이서 피코몰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서울의 한 대형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는 "이미 활성화된 사이트들도 많고 기존에 거래하던 곳이 있어 거래처를 바꾸게 될까 의문"이라며 "피코몰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낱알반품도 기존 도매처에서 다 해주고 있어 큰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피코몰은 피코이노베이션의 설립 취지를 크게 뛰어넘어 제약업계 의약품 유통업에 혼란을 야기할 소지는 있다"면서도 "병원·약국에서 근무하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장,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시장 자율 경쟁으로 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