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 도영록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 도영록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 도영록 교수

T315I 돌연변이에 유일한 효과 보이는 3세대 TKI 포나티닙  
국내에서 2차 치료부터 사용 가능
1,2세대 TKI에 저항성 생긴 경우, 조기에 약제 변경으로 치료 효과 높일 수 있어

- 만성골수성백혈병(이하 CML)이란 어떤 질병인가
CML은 백혈구에 생긴 혈액암의 일종이다. 우리 몸의 세포를 구성하는 46개의 염색체 중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의 끝부분이 자리를 바꿔 융합하면서(필라델피아 염색체), 일명 BCR::ABL1 유전자로 인해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이 과다하게 증식되는 질환이다.

병의 단계에 따라 만성기, 가속기, 급성기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CML 환자는 만성기에 해당하며, 국내 환자의 발병 연령은 (외국에 비해 10년 정도 낮은 편이지만) 대개 60세 이상에서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 CML의 치료법이 궁금하다
과거에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수술이 표준치료였지만, 1998년 표적항암제인 1세대 TKI 이마티닙이 개발되면서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없이도 치료가 가능해졌고, 생존율도 90% 정도까지 높아졌다. TKI(tyrosine kinase inhibitor)는 BCR::ABL1 유전자를 가진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인류 최초의 표적항암제이다.

2001년 5월 ‘There is new ammunition in the war against CANCER’라는 제목으로 <TIME>지 표지를 장식할 만큼 CML 치료의 판도를 바꿨으며, 2세대 TKI(다사티닙 등), 3세대 TKI(포나티닙)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CML 환자의 치료 옵션이 매우 다양해졌다. 다만, 만성기에 치료를 하더라도 가속기나 급성기로 진행되는 일부 환자에서는 여전히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 TKI로 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그 이유는 무엇인가?
TKI는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이지만, 저마다 크고 작은 부작용도 존재한다. 대개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 60대 이상의 환자에게, TKI가 가진 여러 부작용들은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젊은 환자들에서도 TKI의 여러 복약 조건들(복용 횟수나 식사 전 공복 시간 갖기 등)이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CML 치료 전략을 세울 때, 환자의 연령이나 기저질환, 생활 습관 등을 면밀히 파악해서 복약순응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TKI에 내한 저항성, 불내약성 등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병의 단계가 만성기에서 가속기, 급성기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 1세대, 2세대 TKI에 대한 저항성, 불내약성으로 인한 치료 실패 시 다음 전략은 어떻게 되나?
CML 초치료 시 1세대 또는 2세대 TKI를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약제에 대한 불내약성(intolerance)을 환자가 견디지 못하는 경우, 1,2세대 TKI 중 해당 부작용이 없는 다른 TKI로 변경한다. 아무리 약의 효과가 좋아도 부작용으로 환자가 약을 기피하면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만약 1, 2세대 TKI에 대한 저항성(resistance)으로 치료에 실패했다면, 3세대 TKI인 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으로 약제를 변경할 수 있다. TKI에 저항성을 보이는 경우 대개 BCR::ABL1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가 원인인데, 특히 T315I 돌연변이의 경우 유일하게 포나티닙만 치료 효과를 보인다. 현재 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은 국내에서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 사용이 허가된 상황이며, T315I 돌연변이가 생겼다면 아이클루시그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 저항성으로 인해 치료 반응이 없는 경우, 언제 어떤 치료제로 변경하는 것이 유리한가?
치료제 변경에는 환자의 특성과 치료 반응에 따른 여러 판단들이 요구된다. 따라서 치료 반응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어느 시점에 어떤 약으로 변경해야 한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다만 최근에는 초치료 시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에서 시간을 계속 끌기 보다, 조기에 치료제를 변경함으로써 치료 반응을 끌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ELN 2020 가이드라인에서는 TKI 초치료 후 3개월 시점에 BCR::ABL1<10%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치료 실패로 정의하여 조기에 약을 바꾸는 것이 치료 효과가 더 좋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1, 2세대 TKI에 치료 반응이 없는 환자들에서 3세대 TKI(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로 치료제를 변경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세대 TKI에서 저항성을 보인 경우, 다른 2세대 TKI에서도 저항성을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굳이 3세대 TKI(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 사용을 뒤로 미룰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 포나티닙의 심혈관계 부작용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포나티닙 효과에 대한 PACE 연구에서 약 30% 이상에서 심혈관계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주목할 것은 당시 포나티닙 용량이 45mg으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이후 시행된 OPTIC 연구에서는 2번 이상 TKI 치료에 실패한 CP-CML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반응이 BCR::ABL1≤1% 에 도달한 경우, 포나티닙의 용량을 각각 (1)45->15mg (2)30->15mg (3)15mg을 그대로 유지하는 3가지 군으로 나누어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45->15mg군에서 치료 12개월째에 약 52%에서 BCR::ABL1≤1% 이하에 도달한 반응은 보이면서도 심혈관계 부작용은 9.6%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포나티닙이 ‘용량 조절’을 통해, 효과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은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포나티닙을 사용하는 경우, 용량 조절뿐 아니라 부작용을 낮출 수 있는 여러 옵션들을 충분히 갖고 있다. 

- CML 환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잘 조절되는 CML 환자는 일반인과 유사한 여명을 기대할 수 있으며, 얼마든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단, 중요한 것은 주치의의 진단에 따라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분들 중에 처음에는 치료제를 잘 복용하다가 차츰 병이 조절되면 부작용 등을 이유로 복용을 중단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CML은 잘 조절이 되다가도 조절이 안 되는 단계로 이행되면서 급성 백혈병 형태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사소한 부작용이라도 주치의와 꼭 상의하시기를 권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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