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외에도 영업 대국민홍보기능 숨어 있어
고가 미술품 다뤄 리베이트 가능성도 지적

제약사들이 사내에 미술관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미약품, 안국약품에 이어 최근에는 대웅제약이 미술관을 설치했다. 또 자체 미술관은 아니더라도 미술을 주제로 한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2년 4월 문을 연 한미사진미술관은 한미약품 사옥 19층에 자리 잡고 있다. 회사 측이 문화예술분야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것인데 매년 한미사진상도 개최하고 있다. 국내 미술관 중 유일한 사진전문 미술관이라는 칭호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안국약품도 AG갤러리를 열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른자인 본사 1층을 전면 리모델링해 만들어 화제를 낳기도 했던 이 갤러리는 올해로만 3년째다. 이 때문에 거리행인도 부쩍 늘었다. 안국약품 홍보팀 최영민 팀장은 "카페를 만들까도 생각을 했었지만 정서적 함양차원에서 갤러리를 만드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웅제약이 본사 건물 9층에 갤러리를 개관해 제약사들의 미술관 개관 붐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매년 아트콘서트를 열며 예술에 관심이 많은 현대약품도 곧 옮길 신사옥에 갤러리를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삼진제약도 사내 미술관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미술관이 없는 회사들은 대관을 활용하기도 한다. 동아제약은 2008년 창립 75주년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취운 진학종 선생 초서병풍전"을 개최했다. 반응이 좋았다고 판단했는지 앞으로 사내개관도 고려중이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미술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문화경영이지만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면 제약사들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종의 쇼룸 효과를 통해 보다 큰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쇼룸은 일본 제조 기업들이 본사 1층에 제품을 구경하거나 작동해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전시장인데 이러한 발상을 국내 제약사들이 미술관에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일단 사내에 있는 만큼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복지함양 효과가 뛰어나다. 여기에는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예술적 시각을 높이고 또한 스트레스를 풀라는 회사 측의 배려가 담겨있다. 이 때문인지 가장 많이 애용하는 직원들은 임산부들이다.

안국약품의 한 직원은 "평소 그림에 관심이 없었는데 미술관 개관으로 보는 눈이 생겼다"며 "전시만 해놓은 게 아니라 전문큐레이터가 상주하고 있다. 때문에 직원들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용도도 숨어 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의약사들이 많다는 점을 파악해 이를 영업에 활용하고자 함이다. 실제로 지난해 안국약품은 처방展이라는 제목 하에 의사 18명의 작품을 전시했다. 한미약품도 자사가 운영하는 의·약사 전용 포털 사이트인 HMP에 한미사진미술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경우 제약사들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의약사들을 파악할 수 있는데다, 이를 통해 향후 현장에서 자연스런 대화를 풀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전략적인 수단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회사 또는 제품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전시장은 무료입장은 물론이거니와 일부는 차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회사 들은 "일반인을 회사내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기업이미지 제고 및 제품 인식 효과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술품을 다루는 특성상 리베이트로 변질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삼성이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해 비자금의혹을 받아왔고, 국세청 간부가 미술품 강매의혹을 받아 구속된 사례가 있는 등 미술품은 리베이트로 활용된 전과가 화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약사들은 "주로 신흥작가들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고가의 미술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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