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이태연 부회장
서울시의사회 이태연 부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 이태연 부회장] 국회 내 여당과 야당의 극한 대립 속에서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인 중범죄 의료인 면허 취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비롯한 7개 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 됐다. 

이례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특정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본회의에 직회부된 정치적 배경과 민주적 절차에 대한 문제점보다, 직무와 관련 없이 모든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일률적인 면허 취소에 대한 법적인 문제점을 논해 보고자 한다. 

우선, 의료법 개정안은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의 생존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의료인의 범죄의 유형과 전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든 범죄로 면허취소 사유를 확대한 부분은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에서조차 여러 차례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교통사고나 금융사고 등과 같은 민·형사상 과실로 인해 의료인의 면허가 박탈된다면, 상식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 등에서의 주된 논리로 변호사 등 타 직종과의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그간의 헌법재판소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변호사인 청구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변호사와 의료인을 차별한다라는 주장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2009년, 2016년, 2019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범죄의 종류를 제한하지 않고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2년간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한 변호사법 제5조 2호 조문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당시 헌재는 의사, 약사, 관세사는 그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고 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도 그 직무 영역과 관련된 범위로 제한돼 있으며,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며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침에 따라 이러한 차별취급이 합리성과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음을 판시했다. 

다시 말해 변호사의 경우에는 법률전문가로서 법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그 업무상 법률을 직접적으로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직업과는 달리 그 직무 수행에 있어서 광범위한 윤리성과 공정성의 확보가 필요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의료계는 지난 2012년 국회의 일방적인 입법강행으로 우리의 소중한 면허권을 강탈당한 전례가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 '도가니법'으로 불린 '아동 및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이었다. 

당시 성범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벌금형 이상일 경우 일률적으로 10년간 의업을 수행할 수 없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으며, 의료계 및 법조계의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강행 처리된 바 있다. 

이 법은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으나, 헌재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수년 간, 많은 수의 의료인들이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받았다. 

의료인 역시 평범한 한 인간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과실로 의사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것은 타 직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디 의료인에게도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생존권 및 직업 수행의 자유가 지켜지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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