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한기훈 교수
텔미사르탄/S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각 계열 1등급

이상지질혈증에 동반되는 고혈압. 고혈압에 동반되는 이상지질혈증. 두 만성질환은 심혈관질환의 대표적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두 질환 각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두 위험인자가 흔하게 동반이환된다는 점이다. 또 두 질환이 동반이환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곱하기 방식으로 배가된다. 이렇게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집단적 발현과 이로 인한 폐해가 널리 알려지면서, 대사증후군을 잡기 위한 약물치료의 전략적 선택도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여러 동반질환을 하나의 정제로 다스리겠다는 단일제형복합제(SPC,  Single Pill Combination) 전략이 그 중 하나. 울산의대 한기훈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의 설명에 따르면, SPC 전략은 단일질환 복합제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여러 질환을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동반질환 복합제로까지 기술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들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는 4제 복합제가 대표적인데, 한기훈 교수로부터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을 동시타깃으로 하는 4제 복합제의 등장배경과 임상적용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Q.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의 유병률 정도는?

두 만성질환 모두 연령과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고혈압의 경우 남성은 30대 이상부터 혈압수치가 치솟기 시작하고, 여성은 폐경 후부터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이상지질혈증도 비슷하다. 남성의 경우 30대부터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20%에 육박하고 60세 이상 연령대로 가면 유병률은 30% 이상에 근접한다.

특히 고혈압 유병자는 고혈압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 이상지질혈증 위험이 월등히 높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22’에 따르면, LDL콜레스테롤 160mg/dL 이상을 고LDL콜레스테롤혈증으로 정의했을때 고혈압 환자의 59.9%에서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30mg/dL 이상으로 정의했을 경우에는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비율이 72.1%로 추정됐다.

Q. 두 만성질환이 흔하게 동반이환되는 이유는?

먼저 복부비만이 인슐린저항성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에는 고혈당에 따른 대사이상이 야기된다. 인슐린저항성에 따른 대사이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의 발생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상지질혈증이 고혈압 발병률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222~369mg/dL)이 총콜레스테롤이 가장 낮은 그룹(167mg/dL 이하)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28% 높았다. 또한 LDL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그룹(138~301mg/dL)의 고혈압 발병률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27% 높았다.

Q. 이상지질혈증·고혈압 동반이환 시 심혈관질환 위험은?

위험인자의 동반이환과 중증도가 심할수록 심혈관질환 위험도 증가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위험도의 증가가 덧셈이 아니라 곱셈방식으로 배가된다는데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두 위험인자의 진단시점 또는 그 이전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지질혈증에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동반되면 각각의 위험인자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게 되는데, 이 경우 복약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단일제형복합제(SPC, Single Pill Combination) 전략이다. 다중 약물복용의 부담을 줄이고 동반된 여러 만성질환을 하나의 정제로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이상지질혈증·고혈압 동반이환 환자에게 적용하는 복합제들이 다수 개발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Q.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정확히 측정해서, 한 발 앞서 더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이 없더라도,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이 동반이환됐거나 여기에 신장기능장애나 당뇨병 등이 추가돼 있을 경우에는 심혈관질환 병력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고 각각의 위험인자를 적극 치료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개원가에서도 경동맥초음파 등을 많이 하는데, 다중 위험인자에 무증상 죽상동맥경화증까지 확인됐다면 이 또한 심혈관질환 병력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등을 철저히 치료하도록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에 고혈압·당뇨병·신장질환 등에 더해 무증상 죽상동맥경화증까지 겹친 경우라면 심혈관질환이 없더라도 고위험 또는 초고위험군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LDL콜레스테롤을 조절해야 한다.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에게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조절까지 권고하기도 했다.

Q.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전략의 현주소는?

IMPROVE-IT 연구를 통해 콜레스테롤합성억제제 스타틴과 콜레스테롤흡수억제제 에제티미브 병용의 심혈관질환 2차예방 혜택이 입증되면서 병용요법 또는 복합제의 개발·적용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에제티미브는 일본에서 75세 이상의 고연령대를 대상으로 진행된 EWTOPIA75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 1차예방 가능성까지 시사됐기 때문에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전략의 전방위적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게 됐다.

Q. 4제복합제 ‘누보로젯’이 출시됐는데?

단일제형복합제(SPC, Single Pill Combination) 전략은 단일질환 복합제에서 출발해서 현재는 동반질환에 단일질환 복합제를 다중(multiple) 또는 교차혼합(cross-over)하는 단계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고혈압 2제 복합제와 이상지질혈증 2제 복합제를 하나의 정제로 혼합한 4제 복합제가 대표적이다. 가장 최근에 선을 보인 4제 복합제로는 항고혈압제 텔미사르탄과 S-암로디핀에 지질치료제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까지 4제 성분을 하나의 정제로 혼합한 ‘누보로젯’이 있다.

이 4제 복합제의 특징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칼슘채널차단제(CCB)와 스타틴·콜레스테롤흡수억제제 등 각 계열에서 1등급으로 평가받고 다빈도 처방되는 약제들을  하나의 정제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텔미사르탄은 긴 반감기에 따른 높은 효과 지속성, S-암로디핀은 부작용 위험감소에 따른 내약성 개선,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는 심혈관질환 예방혜택 등 다방면에서 임상근거들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용량선택의 기회가 부여된다면, 대사증후군과 같은 다중 위험인자 동반이환 환자에게 높은 복약 순응도와 약가 경제성 등을 앞세워 맞춤치료의 또 다른 선택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