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중심의 서울대병원 이사회 구성 바꿔야
"병원장 선출을 직선제 변경해야" vs "공공기관장을 직선제로 뽑는 곳 없어"

서울대병원 이사회가 오는 15일 병원장 선거에 나온 11명의 후보 중 2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이사회가 오는 15일 병원장 선거에 나온 11명의 후보 중 2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지난해 끝났어야 할 서울대병원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선출 방식에 대한 의견이 또 분분하다. 

현재의 대통령실 지명 방식을 벗어나 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나 직원들이 직접 병원장을 뽑을 수 있도록 직선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일각에서는 직선제 방식은 병원 경영을 모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장은 공석인 상태다. 이전 김연수 원장이 지난해 5월 임기를 마무리했어야 하지만,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해가 바뀐 지금까지 병원장 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정승용 교수(외과)와 박재현 교수(마취통증의학과)를 교육부에 추천하고, 교육부가 대통령실에 제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두 교수 모두 병원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반려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장 공모는 다시 시작됐고, 최근 11명이 병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입후보자는 권준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 김경환 교수(흉부외과), 김병관 교수(소화기내과), 김영태 교수(흉부외과), 박경우 교수(순환기내과), 박재현 교수, 방문석 교수(재활의학과), 이은봉 교수(류마티스내과), 조상헌 교수(알레르기내과), 백남종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한호성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외과) 한호성 교수다.

서울대병원장 선출 방식 바꿔야 

오래전부터 국립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 자기 역할을 하려면 병원장 선출 방법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임명권자의 발탁을 기다리는 지금까지의 선임방식을 벗어나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를 바탕에 둔 리더를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병원장 선출 방식은 서울대 총장, 기획재정부 차관, 교육부 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서울대병원장, 서울의대 학과장, 서울대치과병원장, 임명직 이사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후보 2명을 선출해 교육부에 제출하고, 교육부가 대통령실에 제청하면, 대통령실이 한명을 낙점하는 방식이다. 

서울대병원 내부 한 교수는 지금의  원장 선출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병원장 선거에 의료진이나 직원들은 관심도 없다. 누가 병원장이 되든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하지만 지금의 선출 방식은 잘못됐다고 본다. 구성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여할 수도 없는데 병원 분위기만 어수선하고 시끄럽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장 선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외부 목소리도 있다. 

건강과 대안 이상윤 연구원(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은 서울대병원 이사회 구성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이사회 구성 중 9명 중 3명이 정부 관료다. 이사회가 병원장의 병원 운영에 면밀한 검토나 비판, 조언하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이 비중을 낮춰야 한다"며 "병원장 외에 병원 운영에 실질적 책임을 지는 2인을 실행이사로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기재부 차관과 교육부 차관은 당연직 이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병원장과 실행이사 2명은 내부 구성원이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며 "내구 구성원과 환자, 지역사회, 시민사회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서울대병원 내부 구성원의 신망을 받는 의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정책위원장은 "서울대병원은 공공병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렇게 오랫동안 병원장을 결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이렇게 오랫동안 서울대병원장 자리를 비워두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서울대병원장은 병원 내부의 어려움을 알고, 전공의 교육과 연구, 진료 등을 균형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수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장 직선제 요구는 병원 경영 모르는 사람들 얘기" 

병원장을 직선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병원 한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직선제로 뽑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표했다. 

그는 "이번 정권에서 병원장 선출이 늦어졌던 것이지 매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근거로 직선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 논리"라며 "서울대는 법인이고, 이미 반 민영화됐고, 그곳 총장이 이사장이다. 이런 상태에서 병원장 직선제 요구는 내부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은 비영리단체가 아니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곳이다. 병원장은 수만 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라며 "직선제로 선출하면 출신 지역 학교, 진료과 등 파벌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지금보다 더 직선제가 더 낫다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사회는 15일 11명의 후보 중 2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해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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