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SK케미칼·LG생명 등 5곳 추진
자본금 확보·합병 제약사 물색 "잰걸음"
정부 규제 맞물려 연내 성사될지 주목

올해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 인수합병(M&A)이 실현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연초부터 인수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물살을 타고 서명을 하는 회사도 나올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 제약사 가운데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회사는 대략 5곳. 대형제약사로는 녹십자, SK케미칼, LG생명과학이 포함되고 중소형 회사로는 삼양사, 일양약품, CJ제일제당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수년전부터 인수합병을 강조해왔는데 다국적 제약사들의 잇단 결합에 힙입어 올해 의지를 몸소 실천할지 관심이다.

먼저 지난 2008년부터 인수합병의 의지를 밝혀온 녹십자가 고 허 회장이 남긴 주식과 백신으로 확보한 현금을 인수에 활용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녹십자는 지난해 전년대비 25% 성장한 6432억 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영업이익은 무려 75.8%가 오른 1194억 원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64.8% 오른 805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녹십자는 합성신약에 국내업체를, 세포치료제는 해외업체를 인수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인수안을 줄곧 강조한 바 있다. 여러 측면에서 M&A 가능성이 커진 상황.

모자간의 유산분쟁을 하고 있어 어수선하지만 해외시장 진출과 국내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해 적어도 올해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든든한 대기업을 끼고 있는 LG생명과학도 올해 인수합병이 기대되는 회사다. 이 회사 역사 국제화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끊임없이 M&A를 검토해왔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자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초 기업설명회서 김인철 사장은 "국내외 기업과 M&A를 추진 중이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실천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몇몇 후보가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한 멘트도 남겼다. 김 사장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기는 힘들다"면서도 "M&A 상대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곳이다"라고 말해 현재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누가봐도 M&A 실현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M&A 전문가는 "대기업 특성상 빠른 행보를 보이는 만큼 올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겠냐"면서 "그룹차원의 막대한 투자금이 준비되어 있는 만큼 빠른 행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SK케미칼도 국내외 기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올해 결론을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수원공장땅을 매각해 83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터라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검토 중인 회사도 이미 알려진 상태다. 오스템인플란트의 경우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기업실사를 진행중이다. 여기에 최고의 합성기술력을 보유한 CTC바이오도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K케미칼 측은 "오스템인플란트의 경우 현재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결정되면 밝히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힘으로써 결합 가능성도 내비친 상태다.

CTC바이오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과거 SK제약, 동신제약, 인투젠을 사들인 배짱이 있는 만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론된 제약사 가운데 올해 인수합병을 실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인수에 대한 많은 경험과 1조에 가까운 현금 보유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중견제약사들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초 안국약품이 진단 유전자칩 전문기업인 "바이오메드랩"을 인수하며 M&A에 시동을 건데 이어 CJ제일제당, 삼양사 등도 인수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중 삼양사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지난 2007년부터 인수합병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올해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공시를 통해 "화학 및 바이오 관련기업은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제약사 인수는 계속 추진한다"고 말해 M&A에 변함없는 의지를 강조했다. 삼양사는 오는 2월 28일까지 제약사 인수에 대한 의견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하는데 어떤 내용을 담을지도 관심사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의 제약사 인수건도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1000~2000억 규모의 제약사를 물색하고 있다.

그밖에 보령제약, 일양약품의 M&A도 가시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1000억 규모의 제약사를 찾아 왔었는데 당장 현금 보유능력은 없어 지분인수방식의 투자방식이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인수도 늘어날 조짐이다. 한국GSK가 국내 제약사를 인수해 국내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페링제약도 국내기업 인수를 통해 2015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중 GSK는 늦어도 연말까지 복제약 시장 진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확정해 구체적인 안을 도출한다는 방침까지 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KPMG의 이재혁 이사는 "현재 10여개의 제약사들이 매수를 원하고 있다. 다만 팔려는 가격이 맞지 않아 성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부 규제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네릭 위주의 영업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제약사들이 매도에 응할 것으로 보여 활발한 인수합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