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관계"의 나라, 마음 먼저 보여주자

올해 병원들의 주요 전략은 법안이 통과된 지난해에 이은 "외국인 환자 유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유치가 아니라, 각 지역별 특성을 익힌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 가깝고 인구가 많아서 외국인 환자 유치 주요 타깃 시장으로 선정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원장들이 꽤 많다. 이처럼 그 지역 고유의 특성을 익히지 않은 채 접근하면, 비용만 들이고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게 된다.
이에 중국, 러시아, 중동, 미국 등 국내 병원들이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지역별 특성을 알아보고, 전략 마련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중국은 13억 인구의 0.1%만 잡아도 어마어마할 것 같다. 그중 부유층이 우리나라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하니, 더욱 욕심이 난다. 한류열풍으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성형·미용기술이 많이 알려져 있어 간단할거라 생각하지만, 중국인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만만하게 볼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병원은 대체로 중국 현지에서 움직이는 곳들이라는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하대병원은 2008년 12월 중국 청도에 국제진료센터를 개설했다. 1년 만에 50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그중 상당수를 우리나라로 보내면서 해외환자유치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박승림 원장은 1주년을 기념해 "국제진료센터의 진료 대상과 지역을 확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향후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외환자 유치 경쟁력을 한층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우리들병원도 중국 상해에 첨단 척추수술법 전수를 위한 국제척추수술교육전문병원을 개원했다. 중국 의사를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첨단 치료법 전수를 위한 목적으로, 제2군의대학부속 창하이병원과 쓰둥병원, 칭양 인민병원 등의 교육을 담당한다.

병원 관계자는 "이들 병원과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고 공유함으로써, 앞으로 최소침습 교육 시스템을 중국 전역에 조기 안착시킬 것"이라며 "앞서나가는 한국 의료기술을 인정받으면서 직접 우리들병원의 최소침습 의술로 치료받기 위한 외국인 환자가 연평균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병원도 천진에 의료진을 파견하게 됐다. 백남선 원장은 "천진 현지 한인회의 요청으로 천진 제1중심병원에서 소외된 한인회와 현지 병원의 의료기술이 부족한 부분의 건강관리를 담당하게 됐다"며 "간단한 진료는 현지에서 가능하더라도, 그 외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의뢰를 보내 재외동포와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가능하도록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 병원의 활동을 통해 중국 내 한국 의료기술이 대체로 선진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영남대병원과 의료관광 계약 체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 국제다이어트협회 Sheng Jie(盛杰) 사무총장은 "중국의 의료기술이 크게 떨어지진 않지만, 한국을 통해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며 "첨단기기나 시설 등이 우수하면서도 가격도 중국에서 비해 저렴한 수준에 이용할 수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인 환자를 우리나라로 오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영남대병원이 연간 300명 이상의 중국인 의료관광객 유치계약을 체결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영남대병원 최선호 대외협력팀장은 "의료관광객 1명 유치는 구매 순간의 선택이 좌우되는 휴대폰 1대 파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며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중국에 방문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두드린 것이 주효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중국 시장이 유독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인의 특성을 읽지 않고, 한류열풍에 편승해 무조건적으로 판매만을 위해 접근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조언이다. Sheng 사무총장은 "한국인은 중국인과 사교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며 "중국은 일단 관계를 형성한 다음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며, 처음부터 상품에 대해 설명하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또한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중국인들에게는 가족같은 배려가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그는 "중국인들은 가족, 친척, 친구간의 정을 어느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집밖에 나서면 한시 불안한 경향이 있어 먼 타국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선 사람에 대한 따스한 보살핌이 기본이며, 그 감정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따라서 중국과 중국인을 타인이 아닌, 가족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이 느껴지지 않도록 사무적으로 대하는 것은 상품 판매는 물론, 유치에 성공했더라도 좋은 인상을 은길리 없다.

언어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보통 안내 브로셔를 영문으로 만들어 두지만, 중국 시장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중국어로 된 것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중국 상해재경대를 졸업한 바이오머테리얼즈코리아 이영철 대리는 "중국인들이 돈을 지불할 경우 그만큼의 댓가를 철저히 바라며, 한국의 예의바른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며 그 전제조건이 정확한 의사전달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인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성형의 경우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만족도가 높지 않다"며 "중의대 출신 등 어느 정도 의학 지식이 있고 중국어 의학용어에도 익숙한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덧붙였다.

또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중국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좌식 생활이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중국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시드펄 박시현 대표는 "입식 생활을 하는 중국인은 오히려 서양인과 유사한 생활 습관을 갖고 있으며, 단순히 같은 동양인이라고 비슷하다고 판단하면 안될 것"으로 설명했다.

음식도 꼭 필요한 것만 차린 것이 아니라, 다 먹지 못하더라도 많이 차려놓는 것이 좋다. 가령 불고기를 좋아한다면 불고기집에서 불고기 하나만 시킬 것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푸짐할 정도로 여러가지 갯수의 음식을 차려놓는 것이 대접받는 느낌이 난다고 한다.

특히,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피부, 미용에 대해 앞서 있으며, 대체로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부위별로 특성화된 전문성을 보여주면서 중국과 다른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Sheng 사무총장은 "시장을 공략하려면 소비자의 니즈를 읽는 것이 기본이며, 지역이나 문화 차이를 알고 접근해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이해를 필수적으로 수반한 다음 환자 유치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중국에 오래 거주하거나 중국과 함께 일해본 이들은 하나같이 중국을 "관계(關係)의 나라"라고 일컫곤 한다. 관계에 대한 정립부터 이루어져야 그 다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직접 현지에 나가보자. 무조건 상품판매 광고만 하고 있으면서 중국 시장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또한 중국인의 특성을 익힌 세심한 배려가 뒤따랴아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