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유해반응은 약품 자체의 특성, 환자의 개인적 특성, 의사의 불충분한 위해관리에 의해 발생한다. 그렇기에 위해관리의 마지막 단계인 의료제공자, 환자,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어떻게 하면 위해 관련 정보를 의료인 및 환자와 효과적으로 교류할 수 있을까?

지난 해 12월 개최된 제4회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연수교육에서 이진호 교수는 지금까지의 사례들에 근거해 위해관리 성과가 좋았던 방법들로 법률개정, 정부캠페인, 어린이 보호용 포장, 검사결과에 따른 처방 제한, 화학구조 변경을 언급했다.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던 방법으로는 라벨수정, 안전성 서한, 자문위원회 구성, 교육 캠페인, 환자 동의서를 언급했다. 위해수준에 따라 방법론에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제약사가 라벨, 안전성서한 발송, 영업사원 디테일 등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 상충된 보고다.

그렇다면 주의사항 및 라벨변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임상의는 과연 몇명이나 될까? 의학박사 레이 스트랜드는 그의 저서 "약이 사람을 죽인다"에서 진료실을 방문하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에게 그들이 남기고 간 설명서를 다 읽는 의사가 있냐고 생각하는지 물을때 "농담하시죠?"라고 대답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연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김용수 상무는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시스템을 통한 도움을 강조한다. 즉, 환자의 정보와 약의 정보가 담겨 있는 EMR의 임상결정지원시스템(CDSS)을 통해 환자별 위험-이익비를 확인한 후 처방할 수 있다면 약물의 이익을 높이고 위해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교류를 시도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사례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대해 한번 고민해 보자.

탈리도마이드는 진정, 신경안정 및 임산부의 입덧, 구토 방지 효과가 있는 약물로 유럽에서 판매되었다. 그러나 최기형 부작용으로 인해 10,000여명의 탈리도마이드 기형아가 태어나면서 1961년 시판이 금지 되었다. 그러나 최근 탈리도마이드가 면역조절 및 항 맥관형성작용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나성결절홍반, 베체트증후군, 다발성 골수종 등과 같은 난치병 치료제로 새롭게 허가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판매는 태아에 대한 약물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탈리도마이드 위해관리프로그램을 통해 처방하는 의사, 조제하는 약사, 복용하는 환자에게 최기형성 부작용을 주지시키고 약물 사용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IBS 치료제인 알로세트론(로트로넥스, GSK)은 시판 후 심각한 변비, 허혈성 장염이 발생해 자진 철회한 후 제품 교육 및 시험에 통과한 의사만 처방을 허용하는 risk map으로 다시 시장에 진입했다. 제품의 처방프로그램에 등록해서 인증을 받은 의사는 제품설명서에 따라 환자의 처방 적절성을 확인한 후 약물에 대한 복약지도를 한다. 환자와 환자 동의서 양식을 리뷰한 이후 동의서에 사인을 받으면, 처방전에 처방프로그램 스티커를 부착해 환자에게 지급한다. 또한 로트로넥스 추적 조사에 등록하도록 권고한다. 의사의 처방전을 받은 약사는 스티커를 확인하고 약물을 지급하며, 다시 한번 추적조사 등록을 권고하는 과정을 거쳐 위해 최소화를 시도했다.

미국정부는 아스피린 복용 환자의 레이증후군 발생에 대해 1980~1984년 정부 차원의 캠페인을 벌인 결과 발생률과 사망률이 감소했다. 1970년 미국에서 모든 소아용 약물의 이중포장을 법적으로 규정한 후 중독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한 바 있다. 한국도 소아용 안전용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에선 한때 아세트아미노펜 과용량 복용으로 인한 급성 간부전, 사망 환자가 증가했다. 1998년 국가적으로 소표장 규정을 만들어 약국포장은 32정, 약국 이외 포장은 16정으로 축소시키자 입원률, 사망률, 간이식률이 모두 감소했다. 정부와 제약사의 적극적 위해관리가 제품 퇴출을 예방하고 공중보건을 지킨 것이다.

반면 위장관운동 촉진제인 시사프라이드는 에리스로마이신 등 CYP3A4 저해제와 병용시 치명적인 심부정맥을 유발한다. 제약사는 중재를 위해 라벨수정, 안전성 서한 발송, 안전성정보 언론게재 등을 실시했으나 소극적 대책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80개 의료기관에서 341명의 심부정맥 보고가 발생해 2000년 FDA로부터 사용금지 처분을 받았다.

▶임기응변식 위해관리 해결책 정부와 제약사 고민해야

국내에서 부작용 이슈가 거론됐던 제품들은 어떤 식으로 위해에 대처했을까? 2006년 국산신약으로 허가된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클레부딘은 시판 후 근육병증 부작용이 확인돼 2008년 라벨을 변경했다. 이후 미국내 임상시험 진행중 근육병증 부작용으로 시험을 중단하게 된 후 자발적으로 국내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다음날 식약청은 안전성서한을 발송했고 중앙약심의 지지로 판매를 재개한 이후 지난 해 6월부터 처방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제조사인 부광약품은 학회 디테일, 심포지엄중 정보전달, 처방병원에 대한 맨투맨 디테일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전달해 왔으며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했다"는 입장이다.

식약청은 지난 해 10월 소화성궤양용제인 미소프로스톨에 대해 일부 산부인과에서 허가용도가 아닌 분만유도제로 사용돼 자궁적출 등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의 안전성서한을 발송했다. 이 약물은 임부, 가임부 금기인 최기형성약물로서 PMS중 임신, 산욕기, 주산기 환자에서 비정상적 자궁수축, 양수색전증, 자궁내 태아사망, 잔류태반, 자궁천공, 자궁파열 등이 보고된 바 있다. 태아 사망사고도 보고된 바 있으나 라벨내 경고문구가 전부일뿐 처방에 대한 안전핀은 없는 상황이다.

최기형성 약물의 경우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복용중 피임 필요성 강조, 처방시마다 임신 테스트 권고, 1개월 분량 미만으로 포장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영업팀은 많이 팔아야 하는 시스템적 제약때문에 문제발생시에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위해관리는 제약사와 정부의 공동 책임으로 업체는 인식 제고, 정부는 REMS와 같은 시스템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리스테린과 호올스로 유명한 워너램버트사의 제약부서는 1990년대 초까지 잘나갔으나, 효자상품인 지질저하제 gemfibrozil(로피드)의 특허만료로 판매고가 급락했다. 이후 신약개발의 각오를 다진지 4개월만에 당뇨병 치료제인 troglitazone(레줄린)의 개발에 성공해 FDA 긴급승인 과정을 거쳐 6개월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공격적 마케팅과 함께 예방영역으로의 확대를 위해 임상시험을 벌이던 중 1997년 간부전 사망이 발생하며 실험은 중단됐다. FDA는 2~3주 간격으로 간기능 모니터링을 권고하는 내용의 라벨을 변경한 반면, 영국은 제품을 퇴출시켰다. 이후에도 수차례 라벨변경으로 소극적 대응을 하던 FDA는 2000년 판매 포기를 권고했다. 간질환으로 사망 후 30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그 사이 레줄린의 매출액은 21억 달러에 달했다.

최근 약물 안전성 관련 가장 큰 이슈는 시부트라민의 세계 시장 퇴출 가능성이다. 시부트라민은 이미 2094건의 부작용이 보고됐고, 17명의 사망 환자에서 약물과의 상관성이 확인됐으며, 이중 6명은 심혈관사건, 뇌졸중이 그 원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

EMA의 요청으로 시작된 심혈관질환 병력자, 위험군, 제2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SCOUT 연구를 통해 이 약물의 benefit-risk ratio가 1보다 낮게 확인됐기에 현재 FDA, EMA, 식약청은 이 약물의 처방 및 판매를 금지 또는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제약사는 지금까지 라벨내 심혈관질환자 복용 금지 문구를 삽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위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과연 이러한 결과에 이르렀을지는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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