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식, 의지 충만...시스템화 필요

우리나라의 위해관리 현황을 보자. 위해관리 5단계가 모두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제품 등록시 선제적인 위해관리 대책 마련은 미흡하다.

약물의 위험평가는 PMS, 의약품 재평가제도, 자발적 부작용 신고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PMS는 신약 판매 허가조건으로 제약사가 시판 후 4~6년동안 허가 당시 제출한 특별조사실시계획서에 따라 연차보고서를 제출하고 그 결과를 재심사하는 것으로 국내 최초 개발신약, 개발국 허가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신약, 개발국 외 사용국이 없는 신약의 경우 3000례 이상, 나머지는 600례 이상을 보고해야 한다.

의약품 재평가제도는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을 최신 의약학적 수준에서 재평가하고 생산·사용실적과 외국 허가·사용현황을 평가하는 제도다. 이들 제도는 적극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반면 시판 후 약물 위험평가의 핵심인 자발적 부작용 신고 제도 및 활용은 부족한 부분들이 지적되어 왔다.

식약청은 2006년 지역약물감시센터를 지정함으로써 자발적 부작용 보고를 늘리고자 시도했으나 수집자료를 학계와 공유하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은 0점"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보고 건수도 미약해 2008년 7210건이 취합돼 인구 10만명당 신고건수로 환산하면 14명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PMS, REMS 자료를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오픈함으로써 연구분석 및 안전성 정보 전달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가까운 일본의 부작용 보고 건수가 인구 10만명당 83명(2006년 10만건)임에 비하면 부작용 신고 제도는 운영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해 8월 식약청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전국 15개 지역약물감시센터와 함께 약물감시사업단(www.pharmacovigilance.or.kr)을 발족했다. 약물감시사업단은 포괄적 약물감시체계를 구축해 부작용 신고를 활성화하고, 약물역학연구를 수행하며, 안전한 약물사용에 대해 전문가와 일반인을 교육하고, 국제협력 연구를 수행하여 국제수준의 의약품부작용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는 등 4가지 목표에 대한 연구사업을 진행중이다.

▶올해부터 지역약물감시센터 평가
▶약물감시사업단, "미흡한 센터는 잘라낼 것"

사업단은 지난 달 29일 1차년도 사업결과 및 2차년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지난 해 보고건수는 2만1745건으로 2008년의 3배에 달했다. 실마리정보 분석으로 약물과의 연계성 평가를 위한 방법론 연구는 지난 해에 이어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실마리정보란 유해사례와 약물간의 인과관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된 정보로서 인과관계 입증자료가 불충분한 것을 의미한다. 사업단은 현재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심평원 자료를 이용해 실마리정보 검색을 진행중이다. 세부과제 책임자인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박병주 교수는 "약물역학 및 분석연구에 심평원 자료를 오픈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외부자료 누출 금지 규정에 따라 심평원 자료실에서 직접 분석해야 하는 등 곤란한 점이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FDA는 전자의무기록과 보험청구기록 등 기존 자료를 활용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의약품에 대한 약물역학연구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국제협력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양적인 팽창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보고서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상세기술 및 용어 통일이 강조됐다. WHO 웁살라모니터링센터는 회원국으로부터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데 2006년 한국의 보고 건수는 0건이었다. 이후 부작용 수집량은 늘었으나 보고의 질적 수준이 미흡해 WHO 보고는 그리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세부과제 책임자인 동국의대 이진호 교수(일산동국대병원 병원장)는 질적 수준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현재 후아트(WHO-ART) 용어집 개발을 완료했고, 상반기중 홈페이지 및 CD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또한 약물유해사례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대처 및 실마리정보 방법론 연구의 국제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사업단은 올해부터 지역약물감시센터 평가를 도입해 운영수준이 너무 떨어질 경우 센터지정을 취소할 계획이다.

한편 식약청은 의약품안전정보관리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손숙미 의원의 "약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해야 운영이 가능하지만, 법률 개정시 의약품 안전성 정보는 이 기관에서 담당하게 되며 의약품 제조업자·수입업자·의약품도매상·약국개설자·의료기관 개설자가 유해사례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정부와 학계 모두 약물위해관리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의지가 엿보인다. GSK 학술부 최원 상무는 "미국, 유럽처럼 시스템화된 형식은 없어도 상당부분 스며들어 있다"며 "PMS는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더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REMS는 2008년, EU-RMP는 2005년에 도입됐기에 한국의 연구용역을 통한 방안모색은 그리 늦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최 상무는 "조만간 시스템화된 RMP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부작용 보고 패턴을 보면 특정 약물의 부작용이 이슈화될 때 보고율이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언론과 소비자단체 또는 국회에서 이같은 이슈를 숫자에만 근거해 여론화시키곤 한다. 문제는 적극적인 부작용 보고를 통한 위해관리 노력이 역으로 제약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국민 의식 계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분모가 클수록 부작용 사례도 많은 것을 단순한 숫자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또한 부작용 자발적 보고시 환자 정보 수집이 용이하지 않은 제약사보다는 의료인을 통하도록 함으로써 부작용 보고서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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