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 가이드라인 알고리듬, 혈당강하제 선택기준 두갈래로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 혈당·체중조절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올해도 어김없이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매년 업데이트되는 ADA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은 지난 한해 새롭게 등장한 당뇨병 치료동향과 연구결과를 되짚어 보고, 이를 토대로 새해의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전망해보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ADA는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의 예방·진단·치료에 관한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해 신규 치료전략을 업데이트했다. 더불어 혈당조절 이외에도 당뇨병에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이 동반된 대사증후군 환자의 치료전략에 대해서도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역시 2형당뇨병의 약물치료 섹션이다. 임상의들이 반드시 정독해야봐야 할 사항은 혈당강하제 사용에 관한 알고리듬이다. ADA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라 봐도 무방한 이 알고리듬은 환자와 약제의 특성에 근거한 혈당강하제 선택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식화해 설명하고 있다.

환자 중심 접근법

알고리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ADA가 추종하는 ‘환자 중심 접근법(patients-centered approach)’이 오롯이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맞춤형(tailored medicine) 또는 개별화(individualization) 치료라고도 불리는 환자 중심 접근법은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있어 개별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해, 이를 근거로 각각의 특성에 적합한 기전과 혜택을 갖춘 치료전략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ADA는 전통적으로 이 맞춤치료의 임상적용을 실현시키기 위해 한 길을 달리고 있다.

혈당강하제 선택기준

2형당뇨병의 약물치료 부문에서도 환자 중심 접근법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약물치료 알고리듬은 심혈관질환·심부전·신장질환 병력 또는 위험인자의 여부·혈당수치·체중변화·저혈당증 위험 등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한 후에 이를 잘 치료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춘 약제들을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안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당뇨병 치료를 위한 혈당강하제의 선택에 있어 환자 임상특성과 약제특성이 두 가지 큰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2022·2023 알고리듬

그런데 환자 중심 접근법을 근간으로 개발된 신규 당뇨병 가이드라인의 약물치료 알고리듬은 이전과는 다소 변화된 또는 발전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가이드라인의 알고리듬을 살펴 보면 차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22년 알고리듬의 상단부에는 “(2형당뇨병의) 1차치료는 동반이환 질환, 환자중심 치료의 인자(혈당수치, 체중, 저혈당증 위험 등)에 근거하며 일반적으로 메트포르민과 생활요법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위치해 있었다.

1차치료제 선택에 있어 환자의 임상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일반적으로 메트포르민이 대부분의 경우 낙점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메트포르민이 대부분 1차치료제이지만, 환자특성에 따라 다른 계열의 혈당강하제를 첫치료에 사용해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2023년의 알고리듬은 환자의 임상특성에 근거한 혈당강하제의 선택방식을 한층 더 강화한 모습이다. 새 알고리듬은 1차치료제 선택에 대한 언급 없이 치료목표에 따른 혈당강하제 선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즉 올해 알고리듬에서는 2022년판의 상단부에 배치됐던 문구가 “건강한 식생활습관, 당뇨병 자가관리 교육”이라는 슬로건으로 대체되고, 그 하단에 두 갈래의 치료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약제선택을 주문하고 있다.

날개 펼친 치료목표

알고리듬을 두 획으로 나누며 날개를 펼치고 있는 두 갈래의 치료목표는 바로 ‘심장·신장질환 위험감소’와 ‘혈당·체중조절’이다. 심장·신장질환 위험감소를 위해서는 SGLT-2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가, 혈당·체중조절을 위해서는 메트포르민을 비롯한 다른 계열의 혈당강하제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치료목표Ⅰ

알고리듬의 왼편을 차지하고 있는 치료목표는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료목표의 한 축으로 “목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장·신장질환 위험감소”라는 문구가 알고리듬의 왼편에 자리하고 있는 것. 이는 심혈관질환·심부전·신장질환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2형당뇨병 환자일 경우 심장·신장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혈당강하제를 선택하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그 다음 하단에는 이러한 임상특성의 2형당뇨병 환자에게 심혈관질환·심부전·신장질환 혜택을 입증받은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를 우선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의 약물치료 권고안에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심부전, 만성신장질환(CK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인 2형당뇨병 환자에게는 심장·신장질환 위험(cardiorenal risk)을 감소시키는 혈당강하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특히 알고리듬 하단부의 부연설명란에는 “심혈관질환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 심부전·만성신장질환 환자에서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의 선택은 메트포르민 사용 여부와는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감소를 치료목표로 하는 당뇨병 환자그룹에서 메트포르민 1차치료와 관계없이 이들 두 계열의 약제를 첫치료로 적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근거해 알고리듬에서는 ASCV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에게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이 입증된 GLP-1수용체작용제 또는 SGLT-2억제제를, 심부전 병력의 2형당뇨병 환자에게 심부전(HFrEF, HFpEF) 혜택이 입증된 SGLT-2억제제를, 만성신장질환 병력의 2형당뇨병 환자에게는 신장질환 진행위험을 감소시킨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를 우선 치료제로 고려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SGLT-2i & GLP-1RA

최종적으로 올해 가이드라인에서는 ASCVD·심부전·만성신장질환 병력이나 ASCVD 고위험군 여부를 먼저 파악해, 이에 해당하는 환자인 경우 각각의 동반질환에 대한 혜택이 입증된 SGLT-2억제제(SGLT-2i)와 GLP-1수용체작용제(GLP-1RA)를 선택하도록 했다. 먼저 ASCV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에게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를 우선 선택하고 그래도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면 계열의 병용을 고려하라는 것이 알고리듬의 설명이다.

심부전 병력의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는 심부전 혜택이 입증된 SGLT-2억제제를 우선 고려하도록 안내했다. 만성신장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도 SGLT-2억제제와 함께 GLP-1수용체작용제의 우선 선택이 권고됐다.

치료목표 Ⅱ

알고리듬의 오른쪽에 포진하고 있는 치료목표는 ‘혈당과 체중조절’이 핵심이다. 심장·신장질환 비병력자 또는 비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인 고혈당과 비만을 관리하라는 의미로 “목표: 혈당과 체중관리 목표치의 달성 및 유지”라는 문구가 배치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는 전체의 30~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혜택 혈당강하제들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계열약제들의 특성을 살려 2형당뇨병을 치료코자 혈당과 체중조절에 힘을 실은 모습이다.

과거 알고리듬과 비교하면 혈당·체중조절이 핵심인 치료목표의 하단에 비로소 메트포르민을 비롯한 다른 계열의 혈당강하제들이 등장한다. 오른편 치료목표 문구 아래에 (혈당조절과 관련해) 메트포르민 또는 여타 혈당강하제(병용요법 포함)를 선택하도록 안내문이 자리하고 있다. 체중조절과 관련해서는 GLP-1수용체작용제, SGLT-2억제제, 메트포르민, DPP-4억제제 등의 계열이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체중감소 효과가 매우 높은(very high) 혈당강하제로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높은(high) 약제는 둘라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 중등도 수준은 여타 GLP-1수용체작용제와 SGLT-2억제제, 중립적 영향에 해당하는 경우는 DPP-4억제제와 메트포르민이 각각 호명됐다.

메트포르민

과거와 현재 ADA 가이드라인에서 2형당뇨병의 1차치료제로 자리하는 메트포르민은 2형당뇨병 약물치료의 대명사격이다. △당뇨병 예방 △혈당조절은 물론 △심혈관질환 예방혜택 시사와 관련한 임상근거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혈당강하제 중 하나다. 여기에 비용효과까지 고려돼, 현재 전세계에서 2형당뇨병의 1차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처방빈도 1순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메트포르민은 대규모 랜드마크 임상연구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혈당조절 또는 혈당강하제의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혜택을 가장 먼서 시사한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근거해 ADA도 올해 새롭게 발표한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메트포르민을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의 가능성이 있는 약물로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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