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연구의 현주소

올해 임상시험 진행 목표 미국과 영국의 국립암센터들이 암백신 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국립암센터를 비롯 가톨릭의대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서울약대 강창율 교수 연구팀 등 일부 기관에서도 암백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 국립암센터 면역·세포치료연구과에서 주력하고 있는 암백신은 DNA에 초점을 맞춘 개인맞춤형 치료용 백신이다. 이는 항원 특이 면역세포를 분리, 증식시킨 상태의 항원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으로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증식시키는 펩타이드 백신과 방식은 틀리지만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국립암센터 면역세포치료연구과 권병세 교수팀은 올해에는 백신에 대한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6년 전부터 펩타이드 백신 연구를 시작해 다양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4~5년 정도 뒤진 셈이다. 이는 기초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등록된 연구 중인 암 관련 생물학 신약제제는 모두 항암제로 암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외국 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암백신 연구에 뛰어드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암백신 연구에 걸림돌은 무엇인가.


△임상승인 프로토콜도 아직 없어
국내 암백신 연구의 문제점을 찾기 전 신약이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약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은 우선 효과적인 물질 및 제조방법을 확보하고 이를 특허로 출원하게 된다. 이후 독성검사 등 전임상 단계를 걸쳐 의약품제조관리(GMP) 설비가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임상대상을 확보하는 것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암백신 연구과정의 문제는 대상 물질의 확보 이후 전임상단계부터 발견된다. 임상시험 승인을 위해 경가해야하는 기관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이지만 아직 펩타이드 백신을 비롯 생물학적 제제를 대상으로 효과, 독성, 안전성 평가에 대한 프로토콜이 확립된 것이 없다. 또 시약의 종류, 약물의 용량, 환자사례 별로 평가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프로토콜이 없는 상황에서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인지도와 배경지식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허받은 물질들에 대해 원천기술로서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명확하게 없고 전문가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전임상, IND (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 작성 등을 전문으로 하는 임상시험대행업체(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CRO)들도 마찬가지. 이런 상황에서 국립암센터 GMP 사업팀이 1년 반 이상의 기간을 들여 식약청과 논의해온 결과가 "올해 안 임상시험 진행"이다. 기초 연구자가 행정까지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자들의 연구의지가 낮아지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다. 약물의 특허출원 후 2상임상까지 진행을 기대하는 연구자들이 오히려 드문 형국이다. 이에 특허 후 전임상, 1상임상을 거쳐 외국의 대형 제약사에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자들도 다수 있고, 반대로 외국 제약사에서 가능성 있는 특허들을 사가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원천기술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특허들이 외국으로 새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원해주겠다"와 "결과는 언제쯤"의 사이
전임상단계를 지나도 문제는 또 기다리고 있다. 임상을 위해서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장소가 필요하지만 이를 구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제제는 12시간 안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임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장소에 있어야 하지만, 장소 확보는 물론 설비를 갖추는 비용도 구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게다가 정부의 자금지원도 생물학 관련 분야에 집중되지 않고 있다. 임상환경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국립암센터에조차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지원은 원활하지 않다. 기초와 임상을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진행하는 "국가주도 가교적 개발사업(B&D 사업)"에서도 생물학적 제제 분야가 빠져 있다는 점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구분야에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문제는 지원 여부 결정을 위한 경제성과 장래성 평가를 서두른다는 것. 기초연구의 기술 자체에 대한 평가 기준도 없고 연구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원 현황은 기초연구에 20%, 실용화 단계에 대한 투자는 80%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연구 및 평가 프로토콜이 노하우 기반이 없다고 다른 질환 및 평가 가이드라인처럼 외국의 프로토콜을 빌려올 수도 없다. 새로운 물질의 개발은 물론 효과 및 안전성 평가, 임상시험 등 모든 과정 자체가 노하우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안은 철저하다. 국가별 식약청이 무게를 두는 방향이 다르다는 점은 프로토콜 도입이 힘들다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치료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다발하고 있는 악성흑색종의 경우 4기 이상의 환자들에게 투여해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효과보다는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연구팀은 안전성의 허들을 넘을 수 있도록 되도록 단순하게 연구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펩타이드를 이용한 백신 연구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식약청은 안전성과 실효성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성이 담보되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연구는 없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펩타이드 백신이 아닌 고가의 맞춤형 백신을 타깃으로 잡은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를 먼저 시작한 국가들은 이미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백신과 다른 화학치료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전략에 대한 효과적인 조합을 찾고있다. 효과적인 펩타이드 백신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이제까지의 DNA 백신 연구는 순식간에 가치가 잃게 된다. 게다가 DNA 맞춤형 치료가 유전적인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나갈 길을 묻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물론 국내의 제약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아니다. 암백신은 사전검사를 통한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 힘들고, 임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이에 대한 손해액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생물학적 제제 연구에 대한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조혈모센터가 구축돼 있는 가톨릭의대의 경우 임상연구의 답을 해외에서 찾았다. 연구에 맞는 임상연구 대상이 있는 국가나 이미 시스템이 구축된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한 후 국내 승인을 받는다는 것이다. 카엘-잼백스사의 백신 3상임상도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암백신에 대한 임상 진행 자체가 노하우가 되는 지금 임상을 외국에서만 진행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생물학적 제제의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임상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프로토콜 및 평가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물론 시스템 및 프로토콜 구축에 앞서 기초연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학계 및 연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필수 선결조건이다. 세계적으로 암백신의 상용화라는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와있는 지금,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 국내에서의 임상연구를 거쳐 상용화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암, 치료 보다 예방이 우선되야 -

세계보건기구 "세계암의 날" 암이 무서운 점은 세계 제1위의 사인이라는 점과 함께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학적인 개입이 없다면 2005~2015년까지 8400만여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통계청이 작년 "2007년 사망원인 통계연보"에서 1983년부터 다른 질환의 사망률과 비교했을 때, 타질환 사망률이 5% 내외에서 증감한 것과 달리 사망률이 12.3%에서 28%로 증가했다는 점은 심각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WHO는 매년 2월 4일을 세계 암의 날로 지정, 암 유병률 및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의 주요 요지는 암에 대한 예방과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이다. 올해의 주제는 "암 역시 예방할 수 있다(Cancer can be prevented too)"로 ▲금연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알코올 섭취의 자제 ▲암을 유발시키는 감염원에서의 보호를 대표적인 예방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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