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구 90%가 앓는 질환 의학저널 내용 10% 불과

"10대 90 현상"은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장한 "20대80의 법칙"에서 따온 개념이다. 전 인구의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갖고, 20%의 직원이 80%의 일을 해내며, 20%의 제품이 80%의 매출을 이뤄내고 나머지 80%의 제품은 구색맞추기용이란 것이다. 이 개념이 현대에 와서 10대 90 현상으로 전환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열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의학 연구 분야에서도 이 10대 90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의학 저널에서 논의되는 질병의 90%는 세계 인구의 10%만의 문제라고 한다. 나머지 90%의 인류가 겪는 질병은 겨우 10%만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권위있는 국제 의학 저널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에 대해 편파적이며, 제 3세계 국적의 편집인이 극소수에 달해 제도적 차원에서 인종차별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British Medical Journal과 Lancet의 편집인인 리차드 호돈은 최근 이 문제를 쟁점화시켰다. 그는 "권위있는 의학 저널들이 낙후된 지역의 질병에 대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WHO의 연구 결과를 인용, 세계적인 의학 저널의 편집인단 중 개발도상국 출신의 편집인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편집인의 불균형적인 분포는 "오늘날 의학 내에 존재하는 제도상의 인종적 차별의 한 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호돈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Annals of Internal Medicine, BMJ, JAMA, NEJM, Lancet의 편집인 명부를 제시, 이들 대부분은 "부자나라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가난과 관련된 질환 관련 연구 논문의 비중을 조사한 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AIM에는 가난한 나라들의 질병에 대한 글이 단 한편도 없었으며, JAMA의 경우 2%, NEJM은 4%, BMJ는 6%, Lancet의 경우 16%였다고 한다. 이러한 90% 이상 서구 중심으로 편중된 연구는 국제적인 저널의 명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호돈이 이런 생각을 다른 저널 편집자들에게 이야기 하자, 그들은 "인종차별적"이라는 그의 주장에 대해 맹렬히 거부하고, 불쾌함을 표현했다. 몇몇은 인종적 차별이라는 단어 대신 엘리트주의, 경향, 민족주의, 지방주의 등의 용어로 바꿀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호돈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영국 인종평등위원회에 사용되는 평등의 의미 즉 "제도상의 인종적 차별이란 조직의 정책과 실행이 다른 인종 그룹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때 발생하는 것이다"를 인용해 자신의 의견을 고수했다.

그가 주장하는 "인종차별적"이라는 의미는 편집인들 개개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인종차별적이란 것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선진국이 과학적, 의학적, 보건학적인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저널 편집인으로서 우리 대부분은 각자의 저널을 위해 세계적인 문제들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가난한 세계에 대한 무의식과 태만은 지구 한편의 삶에 대한 경험과 연구를 차단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호돈은 주장했다. 의학 저널 출판에서 편파적인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이유 중 일부는 광고나 구독 증가 등 저널 운영과 관련된 경제적인 측면이 적지 않게 관여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비판만 할 수는 없지만 10%의 인류가 나머지 90%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도 함께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의학 연구는 매체의 상업적 가치와 안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공개적인 토론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현상을 야기시키게 된다"며 호돈은 의학저널 편집인들은 90%에 달하는 연구 자금이 전 세계 인구의 10%에만 영향을 미치는 질병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는 10대 90의 갭을 줄이기 위해 저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동체의 책임은 의학의 중심 가치 중의 한 요소다. 전 세계를 향한 의학의 책임이 오늘날 의학저널을 통해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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