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손형민 기자
  취재부 손형민 기자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최근 정치권에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양두구육이란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소고기를 판다는 의미로, 겉으로는 번듯하고 그럴듯하지만 속은 변변치 않을 때 사용한다.

이는 비단 정치권뿐만 아니라 제약업계에도 해당하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제약바이오 산업을 통합해 육성 및 지원하겠다는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설치’ 공약을 내세웠다.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며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현재까지 실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동안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제약바이오업계는 신년행사, 새정부 출범행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신설 목소리를 높였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가 연이어 낙마하는 등 정책을 진두지휘할 수장이 장기간 부재하면서 이야기가 사라졌다.

특히 지난 10월 열린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열띤 질의가 있었지만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설치 관련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다. 

이는 글로벌 신약∙백신을 만들어내기 위한 목표로 국내 개발사의 후기 임상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제약바이오 백신 펀드 정책’에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 8월 복지부는 현 정부 정책 공약 실현 일환으로 K-바이오 백신 펀드를 조성한다며, 2개 펀드에 각 500억원씩 1000억원 출자 후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 민간 자본 3000억원을 합쳐 백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통상적으로 펀드를 결성할 때 모태펀드 출자자 비율이 50% 가까이 돼야 위탁운용사(GP)가 펀드를 운용하는데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K-바이오 백신 펀드의 경우 출자 비율이 20%에 그쳤다.

시작부터 정부의 낮은 출자 비율과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현 상황에서 민간 투자를 잘 이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섞인 전망과 시작한 K-바이오 백신 펀드. 

우려대로 현재까지 펀드 결성이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펀드 조성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민간투자 금액 3000억원을 메꾸지 못해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도 백신 펀드 대상 정부 출자 금액을 기존 4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감소시켰지만, 최근 500억원으로 증액한다는 예산안을 제출해 기대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복지부는 해당 펀드를 1조원까지 키운다는 요량이지만, 현재 상황으로 비추어 봤을 때 펀드 결성 조차 어려워보인다. 

국회예산처는 최근 당초 목표했던 2023년에 펀드를 통한 신약 및 백신 후기 임상 등의 집중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정부 지원을 받은 신약과 백신 개발은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내년에는 개발이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요 근래 코로나19(COVID-19)가 한창 때 보다는 확진자 발생 수가 줄어 백신에 대한 관심이 한소끔 식은 느낌이다. 이에 백신 펀드가 잘 운용되려면 업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지속 관심을 갖고 업계의 이야기를 청취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백신 주권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한 정부, 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업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 백신 펀드 5000억원을 통해 위기에 닥쳤을 때 필요한 신약과 백신이 우리나라에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

그럴듯한 이름들과 정책들로 기대감을 높이기 보다는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