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박경일 교수

동아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박경일 교수
동아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박경일 교수

확장성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DCMP)은 심부전의 원인 중 하나로, 심장이 커지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치료를 위해 이뇨제, 혈관확장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ARB) 등 다양한 치료제들이 사용된다. 특히 ARB는 심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권고되는 중요한 약제이다. 관련해 최근 박경일 교수(동아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가 2개의 ARB 치료제 효과를 비교한 임상연구(OVOID study)를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 확장성 심근병증(이하 DCMP)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심장의 좌심실 공간이 커지고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노화, 당뇨 등과 함께 심부 전의 여러 요인 중 하나이다. 좌심실 기능이 떨어졌 는지 알기 위해서 심장영상검사를 통해 좌심실 구출률을 측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좌심실 구출률이 50% 이상이면 정상 기능으로 간주되고, 41~49%이면 경미하게 떨어졌다고 하며, 40% 미만인 경우 좌심실 기능이 떨어졌다고 평가된다.

대부분의 DCMP 환자들은 처음 진단 시에 좌심실 구출률이 20~30% 수준이다. 심부전이 이전 단계로 회복될 수 없는 비가역적 특징을 갖는 것과 달리, DCMP는 치료에 따라 좌심실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대개 원인은 미상이지만, 일부에서 음주⋅임신⋅갑상선 기능 질환 등이 DCMP를 유 발하기도 한다.

- 완치가 가능한가?
음주, 임신, 갑상선 기능 질환 등에 의한 DCMP는 호흡 곤란 등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치료를 시작 할 경우 완치 가능성이 50%가 넘는다. 반면 치료 시기가 늦거나 회복을 위한 원인 교정이 충분히 만족되지 않을 경우 병이 악화될 수 있다.

대개 1년 이상 약을 써서 좌심실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호흡곤란 증상을 계속 호소한다면 심장보조장치를 이식하거나 젊은 환자의 경우 심장 이식을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 DCMP 치료제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중 ARB의 작용 원리는 무엇인가?
DCMP 치료의 핵심은 병증의 원인을 찾아 차단(교정) 하는 것이다. 과도한 음주가 원인이라면 금주를 하고, 갑상선 질환이 원인이라면 갑상선 질환 치료가 우선 돼야 한다. 그 다음 치료의 목적이 ‘증상 완화’인지 ‘병의 회복’인지에 따라 치료제 선택이 달라진다.

증상 완화를 위해 이뇨제나 혈관확장제를 사용해 호흡곤란 등을 완화한다. 이뇨제는 몸 밖으로 수분을 배출시키고 혈관확장제는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각각 심장의 부담을 줄여준다. 그러나 이들 약제가 궁극적으로 병증의 예후를 개선하지는 못한다. 심장 기능의 개선을 위해 사용하는 치료제에는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이하 ACEi),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이 하 ARB) 등이 있다.

베타차단제는 맥박수를 낮춰 심장을 쉬게 해주는 약제이다. ACEi와 ARB는 우리 몸의 과도한 ‘레닌-안 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이하 RAAS)’을 억제함으로써 혈관을 확장시키고 체내 수분량을 감소시켜 심부전의 진행을 억제시킨다. 그 결과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다.

- 2022년 1월, 2개의 ARB치료제 효과를 비교한 OVOID study를 진행했다
‘OVOID’는 타원 형태를 의미하는데, 심장 모양이 연상된다. OVOID study는 다른 2개의 ARB치료제- 올메사르탄(olmesartan)과 발사르탄(valsartan)의 심근대사 효과를 비교한 연구이다. ‘심근대사의 회복률’이 중요한 이유는 심장이 근육조직이므로, 기능 회복을 위해 심근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는 DCMP로 처음 진단된 환자 40명(20~85세)을 대상으로, 심부전 치료를 위해 자주 사용되는 ARB치료제인 발사르탄 사용군과 보다 강력하게 안지오텐신II 억제 작용을 하는 올메사르탄 사용군으로 나눠 6개월 간 비교 진행됐다.

그 결과 좌심실 기능의 회복 정도와 호흡 곤란 개선에서 두 약제의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났으나, 심근대사 기능의 개선에 있어서는 올메사르탄의 효과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발사르탄 사용군에서 심근대사 기능의 회복이 거의 관찰되지 않은 반면, 올메사르탄 사용군에서 심근대사 기능이 거의 2배 개선된 것이다.

-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는
심근대사 기능의 분명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증상 개선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지만, 연구가 6개월 이상 진행되고 더 많은 환자가 등록됐다면, 임상적 차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이 연구가 DCMP 환자를 대상으로 두 개의 ARB 치료제 효과를 비교한 최초의 임상연구라는 데 의미가 크다. 그동안 ARB가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심장 기능을 회복하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된 바가 없었는데, 이번 연구가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다.

- DCMP 환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호흡 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외로 쉽게 끝날 치료가 방치함으로써 어렵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병을 갖고 계시다면, 치료제를 잘 복용하시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제들이 과거에 비해 부작용도 줄고 효과도 더욱 좋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체 에너지 대사의 재료인 ‘건강한 식사’를 강조하고 싶다. 건강하고 충분한 식사가 바탕이 돼야, 약물치료의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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