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구체적인 실천방안 및 부처간 조정 없어

기후변화라는 세계적인 화두 앞에 우리나라 정부도 기후변화 적응정책을 제시, 적극적인 대처 자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기후변화 건강포럼(대표 장재연 아주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12일 "2010년 기후변화 적응정책, 국민건강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보건가족복지부, 기상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수산식품부 담당 인사들이 참여, 정부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비롯 기후·기상 역학, 기후변화적응센터, 응급상황시 대책, 경보제 등 기후변화 적응대책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큰 틀만 나와있을 뿐 총체적인 책임기관 설정이나 부처별 조정, 세부 계획 수립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재돼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보여줬다.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총체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녹색성장위원회의 최흥진 국장은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통과 후 104조원의 추정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소개했다. 이 중 기후변화 적응 및 국민건강에 대한 계획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국민건강 관리강화 ▲기후감시·예측·조기대응체제 ▲국가식량 안보체계 확립 ▲안정적 수자원 관리능력 강화 ▲기후변화 대응 재해관리 강화 등이 제시됐다.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담겨있는 내용들에 대한 각 부처별 세부발표도 이어졌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정은경 과장은 기후변화 적응 보건안전망 구축, 취약인구 및 취약지역 집중관리, 사전 예방 대응체계 수립의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예산문제로 묶여있던 질병관리본부의 매개체질환 관리시스템인 벡터넷(Vector Net)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김정식 연구관은 환경위성 및 전지구범위 네트워크 참여를 통한 기후변화 감시, 기후·대기 통합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통한 예측, 종합적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평가를 과제로 제시했다.

기상청 기후정책과 김성균 과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시나리오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산, 울릉도에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후변화 감시소를 신설해 기후변화 감시망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식약청의 경우는 다른 부처들이 2009년, 빠르게는 2008년부터 사업을 진행한 것에 비해 올해부터 기후변화대응 식품안전관리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식약청 식품감시과학팀 권기성 팀장은 2014년까지 125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기후변화대응 식품안전예측 및 영향평가, 기후변화 시물레이션을 통한 위해인자 영향분석 및 관리방안 연구, 식품안전 기술개발 및 관리체계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비교적 덜 주목받고 있는 식량문제에 대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 녹색미래전략과 이충원 과장이 식품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10년간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미국과 일본, EU는 각국 나름대로 식량자급률 및 안보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식량안보의 정의에 대해서도 통일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이에 농림부에서는 국민들의 인식고취와 함께 농업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정책이나 대책은 각 분야별로 잘 준비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각 부처별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 담겨있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은 단순히 계획들을 묶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처별 계획에서 중복되는 부분이나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정도 없는 상태고, 사업을 총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기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폭염, 알레르기 질환, 천식 등에 대한 경보제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활용도나 국민 노출도가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녹색성장위원회 최흥진 국장은 "건강관련 정책수립을 위해 통계가 필요하지만 이를 가지고 있는 부처 및 기관과 밀접한 연계가 부족하다"며 기후변화 연구라는 다학제 분야에 대한 네트워크 구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업의 구체안은 올해 하반기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김정식 연구관은 여기에 더해 현지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와의 연계를 강조했지만, 공무원들도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정의와 인식이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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