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혈액내과 조재철 교수

울산대병원 혈액내과 조재철 교수
울산대병원 혈액내과 조재철 교수

우리 몸에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맞서 싸우는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가 있다. 이러한 형질세포가 과다 증식 및 분화하면서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질병이 다발성골수종이다. 조재철 교수(울산대병원 혈액내과)는 “다발성골수종의 치료는 최소 8개월~수년까지 긴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 다발성골수종은 어떤 질환이며, 최근 유병률은 어떤가 
다발성골수종은 백혈병, 림프종에 이어 3대 혈액암의 하나로 ‘다발’, 즉 ‘여러 군데’의 ‘골수’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혈액암은 여러 가지 유전자 변이가 오랜 세월 축적되면서 나타난다고 보는데, 최근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혈액암이 많이 늘었다.

특히 다발성골수종은 2010년 초에는 신환 환자가 약 1천 명이 안 되던 것이, 최근 연 2천여 명에 육박해 10년 동안 유병률이 약 2.5배 늘었다. 과거처럼 희귀질환으로 단정할 수 없는 추세인 것이다.

- 다발성골수종의 치료 목표는? 
당연히 ‘완치’를 목표로 한다. 다만 다발성골수종은 재발이 흔하고 다른 혈액암에 비해 완전 관해에 이를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현재 완치율 약 15%), 완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에는 2차적으로 생존율을 연장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택한다.

- 다발성골수종의 치료 과정, 어떻게 되나
대개 70세 미만 환자라면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권하게 된다. 70세 이상에서는 일부를 제외하고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권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식을 원하는지, 질병의 정도, 환자의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한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결정되면 우선 환자가 관해에 이를 수 있도록 초기항암유도요법을 실시한다. 대부분 VRd (bortezomib+lenalidomide+dexamethasone) 3제 요법을 6개월 정도 사용하고, 드물게 콩팥 기능이 안 좋다거나 특정 약제에 견디기 어려운 환자에서 2제 요법을, 특정 상황에서는 4제 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초기항암유도요법에서 완전 관해 또는 일정 수준 관해에 이르렀다면, 환자의 자가조혈모세포를 채취 후 보관해 두고, 이식을 위해 고용량항암치료(전처치요법)에 들어간다. 이후 앞서 채취했던 자가조혈모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한다. 10일~2주 정도면 회복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전, ‘전처치 요법’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자가조혈모세포를 채집‧보관한 뒤 환자가 무균실에 들어가면서 고용량항암치료, 즉 ‘전처치 요법’을 시작한다. 앞서 시행했던 초기유도항암요법이 6개의 사이클을 통해 조금씩 약제를 투여하면서 병을 살살 녹여 없애는 전략이라면, 전처치 요법은 약을 한 번에 고용량으로 투여해 아주 깊은 정도의 치료반응을 얻어 잔존 질환을 최대한 제거하는 치료이다. 이 단계의 치료가 이후 자가조혈모세포의 이식 결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전처치 요법, 사용 약제에 차이가 있나?
어떤 전처치 요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환자의 특성 및 질병의 상태에 따라, 그리고 주치의의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개 무균실에서 2일 동안 고용량 멜팔란(melphalan)을 투약하는 것이 표준치료인데, 최근에는 멜팔란 투여 전에 부설판(성분명:busulfan/제품명:부설펙스주)을 3일간 투여, 총 5일 표준 요법(BuMel 요법)을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 부설판+멜팔란 병용요법(BuMel 요법)의 이점은 무엇인가?
국내 다발성골수종 환자에서 BuMel 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다기관 임상 2상 연구인 KMM150 연구를 통해, 첫 진단 시 빠른 재발이 예상되거나 그로 인해 여러 장기가 손상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비교적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에서 BuMel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이 비슷한 조건에서 멜팔란을 단독 사용했던 환자들보다 더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미국의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Lancet Hematology에 발표한 무작위 연구에서도 고위험군 환자에서 부설판 4일+고용량 멜팔란 2일 투여(총 6일) 치료 시 멜팔란 단독 사용군에 비해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국내의 경우 4일보다 3일 투여가 더 적절한 것으로 판단돼 부설판을 3일 투여함). 이에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도 고위험군 환자에서 부설판+멜팔란 병용요법이 권고되고 있다.

- 부설판 투여 시 간독성(VOD 포함), 구내염, 점막염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것은 사실인가? 
2010년 이전의 부설판은 경구용 약제로 간에서 해독 작용을 거쳐야 했다. 그 과정에서 간독성 위험이 있었는데, 현재 사용되는 부설펙스주는 주사제로 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체내에 흡수된 뒤 일부만 간으로 가기 때문에 간독성 위험이 크게 줄었다. 물론 주사 투여 때도 일부에서 간독성이 보고되긴 하지만, 다발성골수종 환자는 부설펙스주를 3일만 투여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그 외 설사나 구내염, 호중구감소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국내 의료 수준으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항암제도 강도에 따라 부작용 우려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므로, 그에 따른 주치의의 정확한 관찰과 조치가 필요하다. 

- 다발성골수종 치료 시 환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약제 복용 주의점이나 식습관 개선 등 치료 지침을 잘 준수하시는 것이 중요하며 치료 후 근소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항암 치료 후 약 70%가 허리 통증으로 인해 거동을 못 하면서 근 손실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통증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에 우리 병원은 재활의학과와 협업해 첫 치료 때부터 암 재활을 함께 시작한다. 별도의 운동요법을 통해 근감소증을 잘 극복하면, 항암 치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암처럼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과 달리 혈액암 치료는 최소 8개월~ 수년까지 소요된다. 따라서 치료에서 회복에 이르기까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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