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치 130/80mmHg 미만”
“단일제형복합제 사용”
두 권고안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나?

대한고혈압학회 측은 올해 초 춘계학술대회에서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의 요약본을 보도자료 형식을 빌어 공개했다. 지침 요약본에는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과 비교해 그 동안 업데이트된 권고안이 담겨 있는데 △혈압측정 △목표혈압 △가면·백의고혈압 △항고혈압제 전략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새롭게 변화를 준 권고안 가운데 주목을 받은 대목은 ‘강화된 목표혈압’과 ‘단일제형복합제 사용’ 부분이었다. 학회는 새 진료지침에서 목표혈압과 관련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130mmHg 미만의 적극적 강압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 강화된 목표혈압을 제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항고혈압제 전략과 관련해서는 “치료 지속성 개선을 위해 하루 한 번 투약 및 단일제형복합제 사용을 권고”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단일제형복합제(SPC, Single Pill Combination)의 사용에 방점을 두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화된 목표혈압과 △단일제형복합제 사용의 권고를 두고 우리는 어떤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는 목표혈압 강하 → 부진한 고혈압 조절률 → 단일제형복합제 통한 치료 지속성 개선의 순환구조를 통해 조절률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목표혈압 강화의 시발점

현단계의 목표혈압은 전세계적으로 갈수록 더 엄격해지고, 강화되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를 대변하는 가장 단적인 예는 미국 심장학계의 혁신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지난 2017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낮췄다. 이에 발맞춰 고령인구를 포함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전반적으로 130/80mmHg 미만까지 낮추도록 권고한 것이 목표혈압 강화 움직임의 시발점이 됐다.

미국 심장학계로부터 시작된 목표혈압 강화의 바람은 이후 전세계적으로 파장을 야기하며 보다 엄격한 혈압조절 패러다임을 유도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고혈압학회가 지난 2018년 고혈압 진단기준은 140/90mmHg로 유지하면서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목표혈압을 130/80mmHg으로 낮추면서 강력한 혈압조절 패러다임 변화에 호응했다.

2022년 지침의 목표혈압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새 진료지침에서 이전보다 강한 목표혈압을 들고 나왔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130/80mmHg ‘정도’로 조절할 것을 고려한다”는 2018년 지침의 권고안이 “130/80mmHg ‘미만’으로 목표혈압을 제시했다”로 바뀐 것이 주목되는 변화다.

학회는 2018년 진료지침에서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고혈압이나 심뇌혈관 위험도가 고위험군인 경우의 혈압은 130/80mmHg ‘정도’로 조절할 것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강하게 혈압을 조절하되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보다는 130mmHg 수준 또는 보다 낮게(≤) 목표혈압을 맞추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반면 학회는 2022년 진료지침 요약본에서 무증상 장기손상 또는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가 3개 이상 동반된 경우에 해당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도 고혈압 환자에게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 즉 수축기혈압 130mmHg 밑으로 보다 낮게 조절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뇨병과 관련해서는 2018년 진료지침에서 심혈관질환 여부에 따라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 또는 140/85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반면 2022년 지침에서는 임상적 심뇌혈관질환이 없더라도 무증상 장기손상,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 1개 이상 동반 및 만성 콩팥병 3·4·5기에 해당하는 당뇨병은 고위험군으로 정의하고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춰 권고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대부분이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1개 이상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하면,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가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조절 대상일 확률이 높아진다. 한편 뇌졸중 동반 환자에게 140/90mmHg 미만조절을 적용하면서도 열공성 뇌경색 병력자에게는 130/80mmHg 미만을 권고한 것도 새로운 변화다.

한국인의 고혈압 조절률

이렇듯 국내외를 총망라해 강화된 목표혈압 적용대상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관심을 돌려야 할 고혈압 관리지표가 있다. 바로 지속적으로 지지부진한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고혈압 조절률이다. 한국인 고혈압 환자의 조절률이 여전히 50%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목표혈압의 하강이라는 복병이 고혈압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인의 고혈압, 즉 K-Hypertension은 최근의 역학보고에서 유병률이 29% △유병자 중 고혈압인줄 알고 있는 인지율은 67% △알고 치료를 받고 있는 치료율은 63% △혈압이 목표치 이내로 강하·유지되고 있는 조절률은 4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자 기준 조절률이 아직도 절반의 법칙(Rules of Half)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외에서의 고혈압 진단기준 변화에 따라 계속 낮아지고 있는 목표혈압으로 인해 국내에서 혈압 조절률을 더 끌어 올려야 하는 당면과제의 해결이 요원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의 조절률이다. 치료자 기준 조절률은 70%(2018 팩트시트 기준) 대인데, 이는 치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의 상당수가 혈압이 적절히 조절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항고혈압제 치료를 꾸준히 잘 받으면 혈압을 목표치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치료환자 가운데서도 여전히 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있는 경우의 비중이 30% 정도라는 점은 대한민국 심장학계의 숙제로 남아 있다.

단일제형복합제 권고

이러한 상황에서 단일제형복합제의 사용을 적극 권고한 대한고혈압학회 2022년 진료지침이 주목받고 있다. 학회 측은 올해 선공개한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 요약본에서 항고혈압제 치료와 관련해 병용요법, 한 발 더 나아가서는 단일제형복합제의 선택을 강조하고 나섰다.

학회는 요약본 보도자료에서 “고혈압 치료에 있어 지속성의 개선은 향후 고혈압 관리지표의 개선을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치료 지속성을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고혈압 관리지표, 특히 조절률을 개선하는데 치료의 지속성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서 치료 지속성의 문제는 병용요법 확대로 치료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약물 갯수의 증가로 순응도 저하가 우려된다는 의미인 듯 싶다.

병용요법의 시대

한국·미국·유럽 등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약물 병용요법의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항고혈압제 병용 또는 복합제 요법이 한국인 고혈압(K-hypertension)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조기적용은 이미 보편화된 상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 항고혈압제 병용치료의 일상적인 적용과 함께,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거나 20/10mmHg의 강압이 필요한 경우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시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혈압 140/90mmHg 이상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시기를 더 앞당기고 있다. 더욱이 병용요법의 적용에 있어 순응도가 강조되는 가운데, 여러 성분을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단일제형복합제의 선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유럽의 140/90mmHg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적용시기를 앞당겨 권고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ACC와 AHA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다. 고혈압의 정의에 수정이 가해짐에 따라 촉발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특히 이를 수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고혈압1단계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다.

ACC·AHA는 새롭게 정의한 고혈압 2단계(140/90mmHg 이상)의 환자, 그리고 목표혈압보다 20/10mmHg를 상회하는 경우에 서로 다른 기전의 2개 약제(2제병용 또는 고정용량복합제)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ACC와 AHA의 입장에서는 고혈압 2단계이지만, 우리나라로 따지면 1기 고혈압인 140/90mm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1단계는 130~139/80~89mmHg 구간이다. 더불어 양 학회는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서 처음부터 2개 이상의 약제를 적용하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최선의 치료일 수 있다”며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럽 심장학계 역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병용요법의 조기적용을 강조한 바 있다. 유럽심장학회(ESC)와 고혈압학회(ESH)는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 대부분의 환자에게 2제 병용요법을 권고했고, 순응도를 고려해 단일제형복합제 적용을 우선하도록 당부했다. 즉 약물치료는 2제병용으로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가급적이면 단일제형복합제를 쓰도록 권고한 것이다.

병용처방 빈도

우리나라에서도 병용요법의 확대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한고혈압학회의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0’을 보면, 국내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팩트시트의 항고혈압제 처방패턴 변화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한 가지 약제를 처방받는 경우(1제요법)가 40.7%였던 반면, 2제 이상의 항고혈압제 처방은 59.3%로 단독치료보다 우위를 점했다. 세부적으로는 2제요법이 43.2%, 3제요법 이상이 16.1%로 두 가지 항고혈압제를 병용하는 처방이 다수를 차지했다.

병용조합 병용요법을 약제조합 별로 보면, RAS(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 + 칼슘길항제(CCB)가 61.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로는 RAS억제제 + 이뇨제(22.7%), CCB + 베타차단제(5.0%), RAS억제제 + 베타차단제(4.7%), CCB + 이뇨제(3.4%) 등이 순위를 지켰다. 3제요법에서는 RAS억제제 + CCB + 이뇨제(57.0%) 조합이, 4제요법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 CCB + 이뇨제 + 베타차단제(75.2%)가 가장 많은 처방기록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됐다.

병용요법과 순응도

고혈압 치료에 있어 목표혈압 도달 및 유지와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의 개선을 위해서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적용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은 치료약물의 갯수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부담을 야기한다. 치료약물의 증가가 순응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새 진료지침에서 단일제형복합제의 사용을 구체적으로 권고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학회는 새 지침 요약본에서 “치료 지속성 개선을 위해 하루 한 번 투약 및 단일제형복합제의 사용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연구결과와 국제적 고혈압 진료지침을 준용해 현재 지침에서 언급되고 있는 항고혈압제 하루 한 번 투약과 단일제형복합제의 적절한 사용에 대해 권고등급을 부여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권고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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