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환을 넘어 삶의 질의 주축에 서다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의 범위가 질환의 치료에서 삶의 질까지 확장되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 다수의 연예인 자살과 함께 학업을 위한 청소년들의 ADHD 약물 남용 사례들까지 발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기도 했다. 정신 건강이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의 문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사업들을 주도하는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정작 일반인들과 정신과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이에 정신과는 올해 이 거리를 줄이고 국민건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정신보건법 개정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정신보건법 개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올 3월 개정법률에는 정신질환자의 치료 후에 대한 관리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환자들의 치료 후 사회복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흔히 정신질환자들은 정신과 치료 후 흔히 요양시설에서 사회복귀 훈련을 받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심리·건강상태, 활동능력에 대한 평가가 없어 효과는 물론 자발적인 참여도도 낮은 상황이다. 이에 치료 후 사회복귀 훈련을 하기 전에 투약 상태, 신체적 상태 등을 정신과 의사에게 자문하도록 했다.  

병원에서도 정신과 환자들과 연관이 있는 의료·간호진들은 환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받도록 했다. 특히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더라도 환자들의 퇴원 시 검사를 시행해 치료 후에도 환자의 상태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환자의 권리에 대한 부분도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 8일에는 민주당 김우남 의원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내 기존 정신의료기관이 보호의무자 동의에 의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킬 경우 정신과 전문의 1명의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법안을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속하는 2인 이상의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서를 받도록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정신질환자의 입원 중 대부분이 강제입원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대부분이 보호의무자의 신청이 많아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살 예방에 대해서는 뚜렷한 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작년 보건복지가족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예방대책에 논의를 시작한 바 있지만, 예방전화 이외 추후 명확하게 제시된 대책이 없어 지속적인 사업진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업 속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어디로 가는가

국내 소아청소년들의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심한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가 유독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으로 시끄러웠던 이유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ADHD) 약물 중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가 소위 "공부잘하는 약"으로 둔갑해서 오남용 되는 사례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학회 홈페이지(http://www.kacap.or.kr/) 게시물을 통해 국내에서 ADHD 약물의 오남용이 사회 객관적인 문제는 되고 있지 않고, 단기간 사용할 경우 의존성을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학업스트레스가 심한 소아청소년들에게 사용될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학회는 약물이 심리적 의존성 유발은 물론 성격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임상에서 학부모들을 대할 경우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한국 정신과 100주년이기도 한 올 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국민건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 중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정신과의 개명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우선 올 해 추계학술대회에서 환자 및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진료범위를 정확하게 명시할 수 있도록 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11월 초 이사회를 통해 명칭을 "정신건강의학과"로 확정지었다.  

학회는 개명은 필요성이 2002년부터 학회 내에서 제기된 후 2006년 이를 위한 위원회가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또 우울증을 비롯해 많은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높아진 데 비해 외래 방문률이 저조한 이유로 "정신과"라는 명칭을 원인으로 꼽아왔다. 이에 학회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정체돼 있는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바로 과명칭이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대한의학회의 심사 및 의결,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의료법 개정안 발의, 국회에서 개정이라는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 학회는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들은 산하 학회인 대한정신분열병학회의 정신분열증 병명 개명작업과 보조를 맞춰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대한간질협회 등 간질관련 학회들이 간질병을 뇌전증으로 개명하는 작업은 거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 있다.

▲학회, 공공성을 띄다  

하지만 개명만으로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학회의 법인화를 진행하고 있다. 학회에서 대한정신건강재단을 설립, 학회 내 연구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연구결과들을 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학회가 내걸고 있는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의사들의 사회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정부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힘든 정신장애인에 대한 국책연구사업에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대표성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현재 학회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여성, 청소년, 탈북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들의 공적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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