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보건복지가족위 예산안이 극적으로 처리되면서 올해 전염병 예방정책의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지난 해와 큰 차이가 없어 신종플루에 이어 A형간염으로 우려하며 한 해를 보내지는 않을지 의문스럽다. 본지는 지난 해 여름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A형간염에 대한 조속하고 효과적인 정부 및 의료계의 예방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그 방향을 검토하고자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새해가 시작되는 지금 과연 어떠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지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예방접종 예산 0원

의협 산하 신종전염병전문의원회 김우주 위원장은 "A형간염 예방대책은 백신접종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예방접종만 한다면 사회적 비용 소실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지난 해 사망환자가 15명에 이르는 등 고위험군에서는 치명적인 질환이기에 선별적인 예방접종 정책 마련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올해 예산에 A형간염 예방접종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A,C형간염 관리" 항목으로 책정된 1억7800만원이 관련된 유일한 예산으로 홍보와 연구용역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현재 시군구 보건소에 1명뿐인 "지자체전염병 감시 대응요원 확충"을 위해 확보된 예산이 연말부터 제1군전염병으로 전환되는 A형간염의 역학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 국방부는 15억원의 백신구입비를 확보해 군내 취사병 등 식품 관리자 3만명을 대상으로 2회 백신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제전문가회의, 공청회·좌담회 참석, 연구용역 등으로 분주했던 복지부의 무일푼 결과와 대조적이다.

의협 신종전염병위원회 박희봉 위원은 최근 신종플루 유행시 타미플루 구입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미리 대책을 세움으로써 향후 20년에 걸쳐 유행할 A형간염의 효과적 예방접종 계획 수립 및 시행으로 3~5년 만에 감소시킬 수 있으면 국민건강과 국가의 사회경제적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노력을 당부했다.

▶0원 이후 정부 대책과 문제는?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해 개최된 A형간염국제자문회의와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올해 초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기예방접종 포함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밖의 대책 역시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곽정숙 의원실측은 "A형간염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도 반영되지 않고, 제1군감염병으로 지정한 감염병예방법도 올해 말이나 시행되는 등 정부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홍보 및 공조= "A,C형간염 관리" 예산은 홍보에 9800만원, 연구용역사업에 8000만원이 책정되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일정규모 이상 회사에 포스터 발송, 동영상 제작 등 지난 해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계획중이다. 그러나 포스터 제작비용보다 더 큰 발송비용은 예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빠듯한 상황이기에 담당자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수인성 전염병인 A형간염에 강조되는 것은 개인위생과 식품위생. 그렇기에 대국민홍보는 질환 예방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해 성공적으로 평가받았던 손씻기 운동으로 대표되는 개인위생 홍보는 올해에도 정부와 의협의 공조하에 지속될 예정이다. 식품위생의 경우 식약청이 주무기관으로 질병관리본부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식약청에서 식품, 특히 날음식 취급자에 대해 A형간염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백신접종을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연구용역(역학조사) 결과 A형간염의 주요 원인으로 날음식이 지목됐기 때문. 그러나 역학조사에 대한 정보공유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식약청의 홍보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 한편, 원인으로 날음식이 지목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업 종사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공론화 여부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백신공급= 지난 해 의료인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했던 부분은 백신 부족 사태.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약사측와 이 같은 공급계획을 협의했다고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성인백신 86만 도스(상반기 수입 물량 58만 도스), 소아백신 200만 도스가 수입될 예정이다. 성인백신 부족사태를 겪었던 지난 해 상반기 유통량이 6만 도스였기에 제약사측이 정부와의 협의내용을 준수할 경우 백신 부족의 우려는 해소될 전망이다.

▲연구용역= 이런 가운데 백신 접종시 1,2차 항체생성률을 비교하는 백신효과 분석과 5~10년전 선택접종을 실시한 영유아들의 항체가 유지 현황에 대한 연구용역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이미 제약사측에서 동일한 내용의 임상시험을 실시한 후 제품을 출시했을터에 이 같은 연구를 실시한 이유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측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용역을 예산에 포함시킴으로써 또다시 용역 결과 이후로 예산안 마련을 미룰 가능성에 대한 지적 등 현 시점에서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발생보고체계= 현재 A형간염의 발생현황 조사 및 역학조사 체계에 따르면 900여개의 표본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기 때문에 경향 확인만 가능하다. 또한 필요시 유행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나 의무사항이 아닌 협조사항이다. 그러나 올해 12월 30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제1군감염병으로서 환자 발생시 전수 보고가 의무사항으로 바뀌고 역학조사에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 경우 표본의료기관의 15.7%에서만 환자 발생 보고를 했었다는 2006년 조사 결과가 있기에 발생자 수는 또 한차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복지부는 올해 확보한 "지자체전염병 감시 대응요원 확충" 예산을 이용해 신종플루 등 전염병 환자 창궐로 부족한 시군구 보건소내 전염병 역학조사 담당자를 증원할 계획이다.

예방접종 정책 3년만에 유병률 95.6% 낮춘 이스라엘

지난 해 질병관리본부 주최 국제전문가회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유병률이 50.4명으로 한국과 같이 중등도 유병률의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18~24개월 영유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사업을 통해 유병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A형간염 백신 접종률이 전무한 가운데 1999년부터 예방접종사업을 벌인 결과, 3년 후 전연령층 유병률은 10만명당 2.2명으로 급감했다. 2009년 이스라엘의 GNP는 2만2475달러로 한국의 1만9751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빠른 전염력, 비치명적 질환, 사회비용 소요, 백신으로 완전 차단 가능. A형간염의 특징들로 정부가 적극적인 예방대책 마련에 나설수도, 방관할 수도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인이나 소아가 아닌 사회적 비용소실을 동반하는 청장년에서 발병함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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