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석



현재 트렌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M&A는 규모의 경쟁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그렇기에 대규모 M&A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 경우 단기적인 규모의 경제 실현과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효과가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한계를 가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규모의 경쟁보다는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을 목적으로 방향을 선회해 소규모 M&A가 증가하고 있다. 소규모로 진행할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처럼 M&A에도 트렌드가 있다. 트렌드를 살펴보면 첫째, M&A 전부터 공동 R&D나 공동 마케팅을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한 후 M&A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MSD는 2005년 글리코파이사와 R&D 계약을 체결한 후 2006년 인수를 단행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2006년 캠브리지안티바이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 전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과 바이오벤처기업인 크리스탈제노믹스가 R&D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처럼 사전에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경우 단기적인 실사를 통해 쉽게 파악되지 않는 장단점과 문화적 차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둘째, 특허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바이오의약품과 항암제, 정신과 관련 의약품을 가진 기업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제품군은 단일클론항체.

2005년 이후 생물제제 산업에서도 인수합병을 통한 구도 재편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2007년 LG경제연구소 윤수영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제약 상위 10대 기업중 5개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자회사이다. 반면 순환기, 당뇨병 관련 제제는 제품 포화로 시장 신규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면서 중외제약과 크레아젠의 결합사례가 있었다.

셋째, M&A 대상이 제네릭 전문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는 브라질의 3대 제네릭사인 머드레이를 인수했고, 다이찌산쿄는 인도의 글로벌 제네릭사인 란박시를 지분매입했다.
국내기업 왜 조용한가

국내 제약기업 역시 M&A 필요성은 줄곧 제기되어왔던 이슈다. 정부의 GMP 기준 선진화와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 요구 등 자본투자를 수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별등재시스템과 강력한 약가 통제로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기업 대형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R&D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도 추진중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그밖에 한·미, 한·EU FTA의 영향으로 2010년 이후에는 제약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당위론은 존재하나 말만 무성한 상황이다. 삼정 KPMG 이재혁 기업금융본부 이사는 "최근 동국제약과 같은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도 M&A를 선포했다며 앞으로 제약사간 몸집 불리기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M&A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뭘까? LG경제연구원 윤수영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효과에 대한 확신 부족때문"이라고 언급했다. M&A의 효과란 규모의 경제 확보, 영업·R&D 효율화,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의미한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강한 오너십 문화, 소수에 불과한 대규모 기업, 제네릭 위주 제품군, 영업 타깃의 중복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R&D 미흡으로 연구개발 자원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창출할 기본적인 임계규모에 미달된다는 점이다.

국내 상위 20개 제약사의 평균 R&D 투자율은 6.1% 수준이라는 보고가 있지만 문제는 규모다. 전체 제약기업은 85%가 10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로 700여개가 난립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성수 생명화학연구단장에 따르면 연매출 7~10조원 규모의 회사만이 다양한 질환 분야에서 독자적인 신약개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이 규모에 미달하는 기업은 특정질환 및 초기단계에 특화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반적인 트렌드는 소규모 M&A로 흐르고 있지만 한국은 규모의 경제 마련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 하태기 기업분석팀장은 "국내 상위 제약사간 M&A 성사는 매출 1조원을 근접하거나 넘어서기 때문에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경우 글로벌 제약회사의 M&A로 영업력의 우위를 빼앗기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입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일회계법인 신숙정 이사는 "세계적으로 신약개발 촉진을 위해 개발 과정을 단축시키고자 하고 있기에 이제 한국도 신약개발에 도전할만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 M&A는 몸집 불리기에 기여할 것"이라 언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경변화에 수반된 구조조정은 활발해지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자발적 M&A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다.

성공적 M&A 본보기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성공적인 M&A를 위한 전제 조건은 전략방향의 명확화와 차별화다. M&A를 통해 가장 큰 시너지를 낸 사례중 하나로 꼽히는 CJ의 사례를 소개한다.

1982년 인터페론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한 후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제약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CJ는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함으로써 재도약을 할 수 있었다. 한일약품은 일본 제약기업의 한국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제약사들과 합자해 설립된 회사로 종합감기약 화이투벤과 다이찌산쿄에서 도입한 고지혈증치료제 메바로친 등으로 유명한 중견 제약 회사였으나, IMF 이후 경영난에 놓여 있었다.

M&A 이후 CJ는 한일약품의 해외 의약품도입선을 이용하여 제품라인을 다양화하고, 국민 감기약인 화이투벤을 통해 저비용으로 기업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볼 수 있었다. CJ는 2007년부터 글로벌진출기로 잡고 해외 선진시장 진출, 매출 1조원 돌파, 해외 매출 비중 12% 차지를 목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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