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황


글로벌제약사들의 주요제품 특허 만료로 불이 붙은 기업간 인수합병(M&A). 지난해만 해도 비교적 굵직한 결합이 8건에 달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추가적인 M&A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제 M&A는 규모의 경쟁, 파이프라인 확대,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 방법 등 다각도로 이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들뜬 분위기와 달리 국내 제약기업은 IMF를 거치면서 부도 이후 회생과정에 있는 제약회사를 대기업이 인수하면서 잠깐 사례가 증가한 바 있지만 이후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의 M&A는 10여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시장환경과 기업규모의 차이를 이유로 꼽으며 시너지 가능성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지만 R&D 투자 확대, 규모경쟁을 위해서는 향후 M&A가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이달 초 국내 제약시장에 화이자-와이어스 합병이라는 공룡 탄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제약기업 M&A의 현황, 결과, 분석과 함께 M&A를 통해 시너지를 얻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2008년 11월 미국내 M&A 전문가, 회계사, 변호사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The Weekly corporate growth report"와의 인터뷰에서 GSK의 CEO 앤드류 위티는 "추가적인 M&A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로슈와 화이자 역시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해 세계 제약시장의 변화상은 이들 기업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업계에서 M&A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거대 제약사의 경우 최근 10년간 성장의 80%를 연매출액 10억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의약품 대부분이 향후 5년내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제네릭 등장시 평균 60% 이상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

한편 1990년대 이후 R&D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신약 허가 수는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허가과정이 더 까다로워지고 임상시험기간과 참여 환자수 증가가 이유로 언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기업이 고려할 수 있는 생존 및 성장전략으로는 기존사업 합리화를 위한 영업마케팅 강화,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글로벌 시장 진출, 신규사업 개발을 들 수 있는데 각 전략 모두 M&A를 핵심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삼일회계법인 제약산업 PI 신숙정 상무에 따르면 M&A는 신규시장 진입을 위한 가장 쉬운 경로로써 선택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M&A를 통해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화이자는 워너램버트(리스테린, 리피토), 파마시아(세레브렉스), 콜리(백신전문회사), 코브엑스(바이오기술 플랫폼 보유), 바이오렉시스(단백질개발 기술 플랫폼), 리나뉴로사이언스(통증,치매치료제), 인사이시브(항고혈압제 Thelin)를 흡수하며 성장해 왔다.

지난 해에는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와이어스를 흡수함으로써 화학제제와 생물제제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공룡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두 기업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향후 화이자의 시장점유율은 40%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항고혈압제 코자의 특허만료 이후 MSD는 지난 해 11월 쉐링프라우와의 합병을 종결지으면서 화이자에 이은 세계 2대 처방약 제약사로 재탄생했다.

애보트 역시 M&A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해 애보트는 7건의 M&A를 완료 또는 합병의사를 언론에 발표했다. 백내장 수술기기, 레이져 시력교정기기 등 아이케어 전문기업인 AMO와 솔베이가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지향하는 로슈는 항암제와 진단기술에 집중한 M&A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 진단기기 전문회사인 벤타나를 통해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이 환자에게 반응할지 사전에 진단하는 진단기기까지 판매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08년에는 피라메드를 인수함으로써 항암제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지난 해에는 미국 바이오테크놀로지회사 제넨텍을 인수함으로써 단일클론항체에 투자를 시작했다. 로슈는 일본 제약회사 츄가이의 지분매입을 통해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기업의 M&A가 기업의 생존·성장전략으로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시장은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규모있는 기업들의 M&A 사례가 드물고, 두드러지는 효과를 낸 기업도 드물다.

대기업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외형이 상위제약사에 비해 크게 적었던 SK케미칼은 2006년 동신제약을 흡수합병함으로써 화학제제에 더해 혈액제제, 백신 등과 같은 제품라인을 확충하면서 규모를 확장시켰다.

KT&G는 담배사업의 성장둔화 이후를 대비한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2003년부터 영진약품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해 현재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셀트리온도 12%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한편 일양약품은 지난 해 말 cGMP로의 시설확충과 백신공장 설립이 필요한 가운데 cGMP 인증을 받은 우리팜을 계열사로 인수함으로써 비용절감과 백신공장 부지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얻었다.

제약기업의 M&A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기를 띌 전망이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해 초 M&A시 최대의 시너지를 얻을 기업결합을 예측하는 "드림팀 모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모델에 포함되어 있었던 MSD와 쉐링프라우는 실제 3월에 M&A 계획을 발표했다.

이 모델은 그밖에 사노피아벤티스-BMS, 머크-BMS, 아스트라제네카-BMS, 존슨앤존슨-BMS 결합시 시너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BMS가 대형 글로벌제약사의 먹잇감으로 부상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2006년 미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유럽 최대 제약회사인 GSK가 BMS를 인수할 경우 항혈전제 플라빅스와 항고혈압제 아바프로를 추가함으로써 심혈관계 분야를 강화함은 물론 항암제 분야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4년간 꾸준히 제약회사 M&A를 추진해 온 삼양사가 가능성 있는 기업으로 언급된다. 삼양사는 매출액 2천억원대의 제약사 인수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성사될 경우 제약분야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고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단한 시너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이미 오래동안 끌어 온 일이기에 당장 뭔가가 성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은 편이다.

동국제약도 최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생물제제에 관심을 표명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제네릭 전문사인 호스피라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M&A를 추진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셀트리온이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의 국제적 영업망과 국내 판매를 위한 제품을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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