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대 러스크 인스티튜트 안정환 진료원장

 한국의 임상수준은 영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세계무대에서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의 수가 다양화되고 증가하는 모습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 무대에서의 활동 또는 학술교류를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의료 선진국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희망을 꿈꾸는 젊은 임상의를 위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임상의 두 명을 선정해 "꿈"에 대한 조언을 전하고자 한다.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싶은가? 한 우물을 파라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에게 극적인 "한 방"이 있을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만으로 평범한 인생 여정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성공한 인물이 있다. 뉴욕대학병원내 재활병원인 러스크 인스티튜트의 진료원장이자 뉴욕대학병원 재활진료분야 수석을 맡고 있는 안정환 교수는 최근 뉴욕대학과 병원을 대표하는 광고모델로도 선정됐다. 안 교수는 "그저 한 우물을 파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 결과"라고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정말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이 그렇게 단순하고 평범하단 말인가? 도미 후 수석이 되기까지 과정이 궁금해졌다.

 안 교수는 1970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1975년 도미해 엘름헐스트병원 산부인과에서 일 년간 인턴으로 일하다 우연한 기회에 같은 병원의 한국인 재활의학과 레지던트들로부터 재활의학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들은 병원에서 주는 봉급 외에도 연방정부로부터 매달 연구 보조금을 받고 있었기에, 재활의학이 앞으로 정부의 관심과 함께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당시 재활의학과로는 제일 유명했던 뉴욕대학병원에 레지던트 수련 신청을 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끝에 이 병원과의 인연은 시작됐다.

 수련 후 척수손상의학에 마음이 끌려 팰로우십을 일년간 했고, 지도 교수의 제안을 수락해 병원에 근무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1986~1990년까지는 New York Regional Spinal Cord Injury Model System의 수석책임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척수손상환자들의 치료와 재활에 공헌이 많은 여러 의과대학의 저명한 교수들과 친분을 맺기도했다. 1991년부터는 뉴욕 매거진이 선정하는 "뉴욕의 가장 훌륭한 의사들" 중의 한명으로 선정되어 왔다. 후진양성에도 관심이 많았던 안 교수는 한국으로 치면 정년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레지던트 및 의대생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또한 "Recovering from a Stroke"를 발간하고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교과서에 척수장애 재활에 대한 chapter를 쓰기도 했다. 자신의 나아갈 길을 결정해 평생을 매진해 온 것이 미국내 top10에 드는 재활병원의 수장으로 만든 것이다.

 평범하고 따뜻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그에게 뉴욕대학병원과 러스크 인스티튜트의 특징과 그곳에서의 근무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팁을 부탁했다. 뉴욕의대는 1841년에 세워졌으며 많은 저명한 의사들을 배출시킨 곳으로, 소아마비 예방에 최고 공로가 있는 Dr. Sabin과 Dr. Salk가 이곳에서 연구를 했고, 심장의학에 큰 획을 긋게 된 cardiac catheterization도 여기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뉴욕대학 및 랑곤대학병원은 뉴욕시 맨하탄 동쪽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랑곤 대학병원은 Tisch Hospital(acute care University Hospital), 러스크 인스티튜트(RIRM) 그리고 Hospital for Joint Disease (HJD)를 모두 합친 병원 system이다. 그 외에도 NYU Clinical Cancer Center가 몇년전에 개원을 했으며, 대학병원 바로 아래 block에서부터 남쪽으로는 유명한 Bellevue Hospital(뉴욕 시립병원)과 맨하탄 원호병원이 연이어 있다.

 러스크 인스티튜트는 1948년에 Dr. Howard Rusk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세운 사립종합재활병원이며, 현재 5개 병동(Medically Complex Rehab Unit, Stroke & Brain Rehab Unit, Pediatric Rehab Unit, Cardiac &Pulmonary Rehab Unit, and Musculoskeletal Rehab Unit)으로 나뉘어 급성 재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안 교수는 러스크 인스티튜트에서 임상실습을 하기를 원하는 학생이나 수련의는 뉴욕의대 재활의학과 교육 담당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기를 권하며, 동시에 자신에게도 전달되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임상실습을 위한 신청 수속이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타국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냈을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상은 조금 특별할 것 같았다. "세계는 변하고 있다. 사회의 여러 제도가 변함에 따라 우리가 활동하는 의료계도 변한다. 정치, 경제 그리고 종교가 의학연구와 의료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때 보다도 눈에 띄고 피부에 느껴진다. 의학에 대한 공부만 해서는 숨가쁘게 변해 가는 현실에 적응하기가 힘들어 질거라고 생각한다".

 안 교수는 "특히 재활의학 전문의들은 사회제도를 잘 앎으로서 좀 더 많은 의료혜택이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신문을 매일 읽도록 권했다. 또한 환자를 치료하는데는 환자의 진단명 이외에도, 모든 검사 결과와 현재의 임상 소견들을 맞추어 보고, 과거 병력을 다시 살펴 봄은 물론이며, 환자의 psychosocial background를 이해함으로서 그 환자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환자 및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 환자에게 치료 진행 과정과 계획을 알려 주고, 그들이 궁굼해하는 점들을 솔직히 대답해 주어야 상호간의 신뢰가 이루어 져서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좋은 임상 의료인은 새로운 의학 지식을 익히고, 의학 분야의 연구동태 및 결과를 인지하며, 사회를 알고, 항상 환자들과 대화해야 한다.

/사진/뉴욕타임즈, 뉴욕매거진 등에 게재된 뉴욕대학 및 대학병원 광고속의 안정환 교수

/사진/안정환 교수는 국제무대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의 인생을 "한 우물을 파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 결과"라고 말했다. 회진중인 안 교수(좌측에서 두번째)와 스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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