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시장의 블루오션 의료산업

-이창우 한국FTA연구원장·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대학원 교수

미·EU 외 동시다발적 FTA 추진

선진국서 배우고 개발도상국에 적극 진출

우리가 강점 가진 분야 집중 육성해야

 
미국에서는 심혈관 이식 17000만 원, 인도 가서 수술하면 1000만원, 터키에서는 2100만원. 미국은 지난해 56만 명이 해외로 의료관광, 2012년에는 160만 명이 나갈 것으로 예상.

 
최근 한 일간지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의료분야에 엄청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는 의료관광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연간 40만 명을 유치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비해 결코 의료기술이나 서비스가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올해 5만 명 수준인 한국은 이 분야의 후발주자로서 갈 길이 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단초는 FTA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데 있다고 본다.

 
지금 세계는 FTA 전쟁 중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3백 개 이상의 FTA가 출현하고 2008년에 세계무역의 55% 이상이 FTA 교역이었다고 하니, 2010년 말이면 세계무역의 60% FTA 교역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FTA는 세계무역의 주류무역이요, 새로운 세계경제 생태계요, 블루오션이 되었다. 따라서 경제의 9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2009년에 세계 수출 9위를 달성한 대한민국에게 FTA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존망의 필수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우리나라도 뒤처진 FTA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어서, 20개 이상의 FTA, 70여 개국, 50억 명의 시장과 FTA를 체결하게 된다. 2010 1 1일부터 한-인도 FTA가 발효되고, -아세안 FTA가 태국이 참여함으로써 종합적으로 발효가 되며, - FTA, -EU FTA, -GCC FTA, -페루 FTA, -캐나다 FTA 등이 2010년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호주 FTA, -뉴질랜드 FTA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터키 FTA, -러시아 FTA, -콜롬비아 FTA, -SACU FTA, -메르꼬수르 FTA, -- FTA도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FTA 시대이다. 이렇게 FTA가 순조롭게 발효된다면 2012년 이후에는 우리 무역의 80% 이상이 FTA 교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러한 국내외적인 FTA 상황을 무시하고 FTA를 부정한다는 것은, 곧 자신이 시장으로부터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기업은 물론 개인·가정·기관·단체·지자체·국가 등 모든 경제주체들은 일상생활에서 FTA 없이는 생존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의료업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할까? 물론 한- FTA, -EU FTA가 의료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세미나나 토론회 등은 많고, 개별적으로 FTA 시대에 대비하는 업체나 기관, 의료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잘 알면서, 행동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본다. 의료업계가 조용하다면 그것은 FTA 시대에 대한 대비도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업계에 FTA가 단기적으로는 위기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기회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조속히 FTA에 대한 대비를 하라고 촉구하고 싶다. 어차피 이제 FTA를 거부하기에는 늦었다. 세계가 한국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때를 놓치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는 일등석도 소용이 없고, 서로 자기만 살겠다고 싸워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의료업계도 찬반이나, 호불호를 지나서 한시바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의료업계를 편의상 의료서비스·의료기기·제약·한방 등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동일한 FTA내에서도 의료 분야마다 문제점이 다를 수 있고, FTA마다 불리한 점과 유리한 점이 다를 수 있다. 문제점을 알아야 대책이 나올 수 있지만, 여기서는 지면상 FTA 별로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을 다 살펴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 FTA를 반대하는 진영의 주장을 보면 그 단초를 알 수가 있다. 의료분야의 예를 들면 의약품 가격 상승, 의료비용 증가, 건강보험제도의 파괴, 국내 의약품 정책에 대한 악 영향, 신약에 대한 평가절상, 미국의 정책에 대한 종속 심화, 초국적 제약자본에 대한 종속 심화 등을 FTA 반대 이유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 분야 등이 한·미 FTA의 개방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주로 제약분야에서 걱정이 많다.

 
한편, -EU FTA에서는 의료기기를 비롯한 의료산업 분야의 무역역조가 보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U FTA에서는 보건의료 상품의 상품 관세를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최장 7년 내에 철폐하되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는 개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한-EU FTA가 발효되면 7년 이내에 관련 분야 상품의 관세를 모두 철폐키로 합의했는데 이중 의료기기는 총 134개 분야 중 97개 분야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7년 내 모든 관세를 철폐한다.

또한 의약품은 전체 498개 중 453개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5년 이내에 나머지 분야도 포함시킨다. 이에 따라 한·EU FTA가 예정대로 내년 중 발효될 경우 의료기기 관련 산업의 무역역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6.5%에 달하는 관세 철폐로 종전보다 싼 값에 들어옴으로써 유럽 업체들에게 시장을 장악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이다.

 
이와 같이 FTA를 피할 수가 없다면, 방법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면서 정부나 국민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의료인들이 FTA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FTA 21세기 세계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의료분야도 더 이상 피할 수가 없다.

 
둘째로 FTA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우리가 추진하는 FTA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기술과 노하우, 제도 등을 배우는 한편 우리의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동경하는 중국·인도·아세안·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가 들에게는 FTA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은 세계 최고이지만 수십 년 전 우리의 자동차, 조선, 반도체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때에는 훨씬 더 열악했다.

 
셋째로 의료분야 FTA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각 의료분야에 FTA 전문가가 있어야 그 분야의 대책이 나올 수 있다. FTA는 기본적으로 국제무역이다. 이제 의료분야 무역전문가와 더불어 FTA 전문가도 나와야 한다. 그래야 FTA 강국의 의료분야 경쟁자와 우리 의료분야가 국제경쟁을 할 수가 있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넷째로 의료분야의 FTA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FTA는 시장을 통합하는 국제무역 네트워크이다. 따라서 이런 FTA 특성을 활용한 의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중국과의 FTA 협상 시 우리가 강점이 있는 의료분야의 개방을 추진하고, MICE 산업과 의료분야를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700만 명이 넘는 한민족 네트워크와의 건강검진 연계도 추진하고, FTA 추진국가의 거대 제약사와 제휴하여 제3국 진출도 추진 할 수가 있다.

 
다섯째로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의하여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재편하고, 산학연의 연구역량을 결집시키는 한편, 유망 의료벤처는 지원하고, 개량신약이나 바이오분야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물론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 신약개발에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분야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분야로서 국가기능 차원에서도 어느 분야 못지않게 소중하다. 그러나 역시 한 산업분야로서 글로벌 경제 트렌드나 국제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특히 시장이 통합되어 초 경쟁이 벌어지는 FTA 환경 하에서는 모든 분야가 예외 없이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의료분야도 이제는 내부의 논리를 극복하고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21세기에 한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블루오션으로서, 세계적인 산업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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