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김지수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좌장 김지수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최근 신경계 질환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속적체위지각어지럼증을 재조명하고 증상 개선 및 효과적 치료에서 항우울제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신경계 질환에서 St. John’s wort의 임상적 적용’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개최됐다. 

김지수 교수(분당서울대학교병원)를 좌장으로 하여 김성희 교수(이대목동병원), 박혜연 교수(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익성 교수(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가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강연을 진행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날의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 · 정리하여 게재한다.

 

지속적체위지각어지럼증의 역학적 특성

연자 김성희 교수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연자 김성희 교수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지속적체위지각어지럼증(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PPPD)은 진단 기준이 최근에 확립되어 관련 연구가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국내 PPPD 환자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PPPD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들에 대해 역학 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 모집은 ‘어지럼(dizziness), 자세불안(unsteadiness), 현기증(vertigo) 중 한 개 이상의 증상 및 유병기간, 악화 인자, 촉발 사건, 증상의 중증도, 다른 질환 가능성 낮음’의 PPPD 진단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

어지럼증 분야의 최고 권위 국제학회인 Barany society에서는 악화 인자의 기준을 서 있는 자세, 능동/수동 동작, 시각 자극에 대한 과민성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로 정하고 있지만 3개 기준을 만족시키는 환자는 실제 매우 적어 1개 기준 이상인 경우로 범위를 넓혀 환자군을 모집했다. 

환자의 삶의 질은 어지럼 장애 척도(dizziness handicap inventory, DHI),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PSQI), 한글판 우울증 선별도구(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PHQ-9), 상태 불안 척도(state-trait anxiety inventory-X1, STAI-X1), 한국판 성격 5요인 척도(big five inventory korean version, BFI-K)로 평가했고 자기효능감 척도(general self-efficacy scale, GSE), 회복탄력성 척도(brief resilience scale, BRS)도 평가 항목에 추가했다.

2020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8개 기관에서 28명의 의료진이 참여하여 185명의 PPPD 환자가 모집됐다. 주된 증상은 내적현훈(internal vertigo)이 55.6%로 가장 많았고 유병기간은 평균 약 28개월, 1주에 5.5일, 하루 약 9시간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촉발 사건은 양성돌발체위현기증(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이 38%로 가장 높았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34%를 차지했다.  악화 인자로는 능동/수동 동작이 80.0%, 시각 자극 36.2%, 서 있는 자세가 31.3%를 차지했다.  

악화시키는 동작은 머리를 움직일 때가 가장 많았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면 박탈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환자가 느끼는 어지럼 장애 정도는 ‘중등도 수준’으로 중등도의 수면장애를 보였다. 특히 우울 척도인 PHQ-9 점수는 평균 8.42(2.59~14.65)로, 경도 우울증(mild depression) 기준인 5-9점 사이에 해당되어 대부분의 환자가 경도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어지럼과 현기증 등의 증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반면 ‘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높아 역설적인 인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PPPD 환자는 지속되는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상당수가 수면 박탈을 겪고 있으며 경증의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특히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부적응(maladaptation)적인 인지적 자동 사고가 신체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인지 교육과 경증 우울증에 대한 약물 치료가 개입되어야 한다.

위 연구 결과는 PPPD의 진단 기준에 따른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다양한 평가 척도를 근거로 하였으며, 향후 한국인의 PPPD 모델을 정립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적체위지각어지럼증 환자에서 적절한 항우울제의 사용

연자 박혜연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자 박혜연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갑작스럽게 어지럼을 유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몸은 고위험자세조절전략(high risk postural control strategy)을 선택하여 전정기관의 의존도를 감소시키고 시각 등 다른 체성감각에 대한 의존도와 주변 환경에 대한 기민도를 높이게 된다.

상황이 종료되면 우리 몸은 다시 원래의 상태(normal re-adaptation)로 회복하는데, 일부 환자에서는 지속되어 자아성찰적(introspective) 셀프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구심성 신호에 대한 집행 기능(top down inhibition)에 문제가 생기면서 신호체계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다양한 어지럼증과 자세불안을 자각하게 되고 나아가 목 뻣뻣함, 보행 장애, 광장공포증, 불안 등으로 고통받게 된다.

PPPD 치료에는 전정재활(vestibular rehabilitation), 인지행동치료(cognitive-behavioral therapy, CBT), 운동치료 및 약물치료가 있다. 여러 가이드라인은 PPPD 약물 치료제로 항우울제 사용을 권유한다. 항우울제를 이용한 PPPD 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선택적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치료 반응률은 53~67%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본원 어지럼증센터에서 SSRI로 초치료한 PPPD 환자 약 200명을 3개월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임상적으로 뚜렷한 호전을 보인 환자 비율이 약 65%에 이르렀으며 저용량에서도 치료 반응을 나타냈다. 여성이 남성보다 치료 반응이 좋았고 남자의 경우 연령과 불안증이 적을수록 치료 반응이 좋았다(Min et al, J Neurol. 2021).  

원칙적으로 항우울제는 진정, 항콜린작용, 기립성 저혈압 및 소화기계 부작용 등을 우려하여 저용량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증량한다. 일정한 약물 반응에 도달하기까지 2~3주가 소요되며 치료 반응 평가를 위해 2~3개월 투여가 필요하고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1년 이상 치료할 것을 권한다.

약물 치료를 시작한 후 어지럼증이 더 심해져 조기에 내원하는 환자가 있는데, 항우울제, 특히 진정작용이 있는 항우울제 투여 시 이상반응으로 오히려 메스꺼움이나 어지럼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불안증과 불면증을 동반한 PPPD에는 전정신경 억제작용이 있는 benzodiazepine, 편두통을 동반한 PPPD에서는 삼환계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를 사용하여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 사용 및 복용 중단 시에는 보다 신중한 투여가 필요하다. 

신경계 질환에서의 St. John’s wort의 임상 적용 사례

연자 이익성 교수 (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 신경과)
연자 이익성 교수 (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 신경과)

PPPD의 치료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소통이다. 진단 병명이 ‘지속적체위지각어지럼증’임을 인지시키고, 국내 어지럼증 유병 환자에서 두 번째를 차지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는 점과 꾸준한 치료로 치료 가능한 질환임을 명확히 설명하여 환자를 안심시키도록 한다. 

PPPD 치료에서 전정재활치료는 환자가 30분 정도 어지럼 없이 걷는 것을 목표로 하며 약간의 어지럼을 느낄 정도까지만 실시하는게 좋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의 순응도가 높은 편으로, 향후 PPPD의 유용한 치료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물 치료로 저용량 escitalopram 등 항우울제가 많이 사용되지만, 내약성을 고려하여 항우울제 투여 전에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를 먼저 고려할 수 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급성 우울증 환자(n=244)를 대상으로 한 paroxetine과의 대조 연구와 경도~중등도 우울증 환자 대상 sertraline 대조 연구에서 동등한 우울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Szegedi A et al, BMJ. 2005). 2008년 Cochrance review에서 29개의 RCT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인트존스워트는 주요 우울증 환자의 우울 증상 평가에서 표준 항우울제와 유사한 효능을 가지면서(RR=1.02~1.00) 약물이상반응은 항우울제보다 더 적었다(OR=0.24~0.53)(Linde K. et al, Cochrane. 2008). 기존의 항우울제에 비해 변비, 구갈, 불면, 나른함 등의 부작용 발생률이 확연히 낮아 부작용에 민감한 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그림 1>. 

그림 1. 세인트존스워트와 타 항우울제의 안전성 비교
그림 1. 세인트존스워트와 타 항우울제의 안전성 비교

증례 1 전정장애를 거쳐 PPPD로 이환된 환자

37세의 남자 환자로 8년 전 심한 회전성 어지럼과 구토로 내과에서 1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이후 회전성 어지럼은 없었으나 머리가 맑지 않고 멀미하는 것 같은 느낌과 어지럼증이 지속됐다. 이후 점차적 전정장애를 거쳐 PPPD로 진행된 것으로 진단됐고, 세인트존스워트 300 mg과 betahistine 16 mg을 하루 두 번 3개월간 복용했다. 이후 어지럼증의 재발은 없었으며 증상이 호전되어 6개월 후 세인트존스워트를 중단하고 간헐적으로 alprazolam만 복용하면서 현재 3년째 추적 관찰 중이다. 

증례 2 재발성 BPPV 및 전정편두통, PPPD로 이환된 환자

44세 여자 환자로, 양성돌발체위현기증(BPPV) 진단 후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받았다. 지속적인 어지럼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웠고 편두통은 월 10회 이상 발생했다. 전정기능검사, 뇌 MRI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고 PPPD와 전정편두통으로 진단되어 세인트존스워트 300 mg과 betahistine, cinnarizine을 투여한 후 환자의 증상이 개선됐다.

11개월 후 내원한 당시 약 복용 후 졸음이 심해 세인트존스워트와 betahistine만을 2개월간 복용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세인트존스워트 대신 escitalopram을 처방했다. 하지만 약제 변경 직후 심한 기립불내성(orthostatic intolerance)이 발생했고 이에 escitalopram을 중단하고 세인트존스워트로 약제를 다시 변경했다. 현재 환자는 호전반응을 보이고 있다.


 Discussion 

국내 역학 연구와 기존 연구의 결과 비교

김성희: 국내 역학 연구 결과는 기존의 대규모 역학 연구와 대부분 유사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어지럼, 자세불안보다 현기증이 좀더 많았고, 악화 인자에서는 1~2개만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불안 수준이 더 낮게 나왔고 심한 신경성(neurotic) 환자가 좀더 많았습니다. 

김지수: 우울이나 불안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어지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PPPD는 어지럼이 주요 증상인데 어지럼에 의해 우울, 불안증이 속발될 수 있어 인과관계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고 기준이 불명확할 수 있습니다. 또한 PPPD 진단 기준은 유병기간이 3개월 이상인데 국내 역학 연구에서는 3개월 미만 환자가 46%이므로, 3개월 이전 환자군과 3개월 진단 기준에 맞는 환자군의 특성 간 차이 유무에 대한 하위그룹 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PPPD와 신체증상장애(Somatic symptom disorder)의 구분 

박혜연: 병태생리학적으로 볼 때 신체증상장애에서는 해소되지 않은 욕구나 불편한 감정 등 심리적인 요인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PPPD는 실제 전정질환이 선행하고 이에 대한 인지적, 정서적 반응의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적절한 PPPD 약물 치료 기간

박혜연: 일반적으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 증상이 완화된 후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유지요법을 권고하고 있지만 PPPD 치료 시 적절한 약제 투여 기간이 임상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경험상 PPPD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에서 조기에 감량을 거쳐 약물 복용을 중단했는데 재발 없이 상태가 잘 유지된 환자도 있었습니다. 
PPPD 환자에서 노이로민®의 처방

이익성: 노이로민®은 세인트존스워트 생약추출물로 우울 증상 감소뿐만 아니라 신체화 장애 개선효과도 입증되었습니다. 사용 경험으로 볼 때 기존의 항우울제에 비해 변비, 구갈, 불면, 나른함 등이 적었고 피부 알레르기도 발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노이로민®은 항우울제와 유사한 효과가 입증됐고 내약성이 우수하여 항응고제, 세포증식억제제 등의 일부 병용 금기 약물에만 주의하여 처방한다면 PPPD 환자 및 경도의 우울, 불안 환자의 초치료에서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SSRI 등의 항우울제 사용을 환자들이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이로민®은 증상 및 징후와 관련된 R 코드로도 사용될 수 있어 환자들이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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