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부전에서의 철결핍’을 주제로 온라인 좌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최진오 교수(성균관의대)를 좌장으로, 오재원 교수(연세의대), 윤종찬 교수(가톨릭의대)의 강의와 김다래 교수(성균관의대), 김인철 교수(계명의대)의 증례 발표에 이어 패널로 참석한 강지훈 교수(서울의대), 김미나 교수(고려의대), 윤민재 교수(서울의대), 이수용 교수(부산의대)가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본지에 이 날 진행된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 · 정리했다.

[좌장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최진오 교수]

 

심부전에서의 철결핍과  최신지견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오재원 교수]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철결핍은 55%에 이르며

특히 급성 심부전 환자에서는  약 80%에서 철결핍이 나타난다.” 

심부전 환자의 철결핍 정의와 유병률
심부전에서는 serum ferritin 수치가 100 ng/mL 미만일 때와 ferritin 수치가 300 ng/mL 미만이면서 transferrin 포화도(TSAT)가 20% 미만인 경우를 철결핍으로 정의한다. 만성 염증질환에서는 증가되어 있는 사이토카인이 헤모글로빈과 적혈구를 현저히 감소시켜 철결핍을 유발한다.

심부전 또한 염증과 연관된 질환으로 철결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가설에 따라 많은 연구들이 진행됐다. 연구 결과,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철결핍은 55%에 이르고, 특히 급성 심부전 환자에서는 80% 가까이 철결핍이 나타나며, 빈혈을 동반하지 않은 철결핍이 빈혈 동반 철결핍보다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Van der Wal (Eur Heart J, 2019) 연구팀은 악화된 심부전에서 철결핍의 위험인자로 영양결핍 또는 수액 과다(fluid overload)로 인한 철의 흡수 부족, 철을 충분히 섭취하더라도 염증이나 신장질환 등으로 인해 철 저장이 잘 되지 않는 경우, P2Y12 저해제 사용에 의해 철이 소실되는 경우나 여성인 경우 등을 꼽았다. 

빈혈과 관계없이 철결핍만으로 위험 상승
심부전에 철결핍이 동반되면 미토콘드리아에서 ATP 생성이 감소하고 심근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수 또는 구조의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심장의 구조적, 기능적인 변화로 심부전이 악화될 수 있다. 심부전 환자에서 철결핍은 빈혈의 동반 유무와 상관없이 운동 능력 감소와 삶의 질 저하, 입원율 및 사망률 증가,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심부전 환자에서 동반되는 철결핍은 특별한 관심과 함께 조기에 중재가 필요한 질환 중 하나이다. 

FCM 투여군에서 전체 입원율 26% 감소
심부전 환자에서 철결핍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는 FAIR-HF (N Eng J Med, 2009), CONFIRM-HF (Eur Heart J, 2015), EFFECT-HF (Circulation, 2017), AFFIRM-AHF (Lancet, 2020) 연구이다. FAIR-HF 연구와 CONFIRM-HF 연구에 따르면,  FCM (ferric carboxymaltose) 투여 후 심부전 증상 및 NYHA (New York Heart Association) 등급이 개선됐고, 6분 보행검사에서 보행 거리가 30~40 m 늘어나는 뚜렷한 변화를 나타냈다.

FCM 투여군에서 입원율이 유의하게 감소한 CONFIRM-HF 연구의 흥미로운 결과를 바탕으로, 급성 심부전 환자 1,100명을 대상으로 AFFIRM-AHF 연구가 수행됐다. 그 결과, FCM 투여군에서 입원 횟수와 관계없이 전체 입원율이 26% 유의하게 감소했고, 심부전 관련 입원일수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심혈관계 관련 사망 단독 변수는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 않았으나, 심혈관계 관련 입원율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모든 분석에서 확실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여러 국제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 ‘철결핍을 동반한 심부전 환자의 철결핍 관리’에 관한 내용의 추가 개정이 이루어졌다. 

요컨대 FCM의 적절한 사용은 심부전 환자의 운동능력 및 삶의 질 개선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재입원율을 낮추고 나아가 의료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철결핍 관리 ESC & AHA/ACC 가이드라인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윤종찬 교수]

ESC 가이드라인
2021년 ES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부전에서 철결핍은 매우 흔하며 철결핍이나 빈혈은 급성 심부전의 재발이나 심부전에 의한 입원율, 심혈관계 관련 사망 및 모든 원인의 사망을 높이는 연관성을 가진다. 또한 철결핍이 동반되는 경우 빈혈 여부와 관계없이 골격근의 기능 이상 혹은 허약(frailty)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심부전 환자에서 빈혈 및 철결핍 여부를 전혈구수, serum ferritin, TSAT 검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스크리닝 하도록 권고하고 있고(Class I, Level C),  좌심실 박출률(LVEF) 감소와 철결핍을 동반한 경우에 정맥철분주사제의 투여는 심부전 증상을 개선하고 운동 능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AFFIRM-AHF 연구 이후 LVEF가 50% 미만인 환자의 경우 단순히 기능적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 감소를 위해 정맥철분주사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고, 경구 철분제는 낮은 흡수율로 인해 효과적이지 않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출률 감소 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철결핍 시 FCM 투여를 Class IIa, Level A and B로 권고하고 있다(Eur Heart J. 2021, 그림 1).

그림 1. 심부전 환자의 빈혈 및 철결핍 관리 권고안-2021년 ESC 가이드라인
그림 1. 심부전 환자의 빈혈 및 철결핍 관리 권고안-2021년 ESC 가이드라인

AHA/ACC 가이드라인
2022년 AHA/ACC 가이드라인은 심부전 환자에서철결핍 또는 빈혈 관리의 필요성을 명시하면서 빈혈 여부와 관계없이 철결핍을 동반하는 HFrEF 환자의 functional status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정맥철분주사제 보충요법을 권고하고 있으며(Class 2a, Level B-R), 적혈구생성자극제(ESA)는 사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Class 3 Harm, Level B-R, 그림 2). 

그림 2. 타 질환 동반 심부전 환자의 관리-2022년 AHA/ACC 가이드라인
그림 2. 타 질환 동반 심부전 환자의 관리-2022년 AHA/ACC 가이드라인


심부전 환자의 철결핍 임상 증례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다래 교수]

[증례] 42세 여자 환자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내원했다. 심한 심비대, 흉수, 함요 부종, 6주 이내 6 kg 체중 증가가 있었고, NYAH class IV, 기좌호흡(orthopnea)이 심한 상태였다. 과거력은 없었고, 심방세동이 지속되었으며, 내원 당시 심박수가 128회, 혈압은 130/78 mmHg, 비만한 환자였다.

MCV는 정상 범위였고, 약간의 신기능 저하가 있었다. CK-MB, troponin T 수치 상승과 함께 NT-proBNP는 기준치를 많이 초과했다. 좌심방용적지수(LAVI)가 높았고, 좌심실도 비대했고, 우심실 수축기압(RVSP)은 28 mmHg, E/e’은 13, EF는 23%로 측정됐다.

Hb 수치는 13.2 g/dL, ferritin 수치는 167 ng/mL였다. IV furosemide 투여로 체중이 회복됐고 carvedilol, dapagliflozine, spironolactone, sacubitril-valsartan을 추가 투여하고, 심방세동에 NOAC을 사용했다. 경구약제로 바뀌는 시점에 TSAT 수치가 17.5%로 낮게 나와 FCM 500 mg을 투여했으며, 3개월 후 추적검사에서 ferritin은 112 ng/mL, TSAT 19%였고 환자 증상도 개선됐다. 

[고찰] 빈혈은 아니지만, TSAT 수치가 20% 미만인 철결핍 환자로 가이드라인 권고에 따라 정맥철분주사제인 FCM을 투여하였고, 증상 개선과 수치 상승을 확인했다. 이처럼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철결핍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FrEF 환자에서 철결핍 치료 전략
[계명의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김인철 교수]

[증례] 53세 여자 환자로,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두 달 전부터 숨이 차다가 최근 악화되어 입원하였고, 급속 심실 반응의 심방세동이었다. 심비대, 폐부종과 울혈이 다소 동반되어 있는 상태였으나 CT상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혈압이 약간 높았고, 심박수도 빨랐으며, Hb는 10.0g/dL, NP-proBNP는 4,236 pg/mL였다. 갑상선 기능 검사상 특이사항은 없었고, 심박출률은 30%로 저하, 폐동맥 수축기압(PASP)은 상승되어 있었다. 응급실에서 digoxin과 IV furosemide로 초치료 후 apixaban, candesartan 등의 사용으로 심박수가 조절되고 증상도 조금씩 안정되었다. 

퇴원 전 sacubitril-valsartan을 처방했다. 이 환자는 철결핍과 빈혈이 동반된 환자로 ferritin 11 ng/mL, TSAT가 7%로 떨어져 있어 퇴원 전 FCM 1,000 mg을 투여했고 특별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추적검사에서 Hb수치는 12.8 g/dL로 상승했고 철과 MCV, MCHC 수치도 향상됐다. 

[고찰] 가이드라인 권고에 따라 FCM 투여가 적절한 환자로 FCM은 1회 주사만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등 용법이 간편하고 환자 순응도도 좋으므로 이와 같은 증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Panel Discussion 

[서울의대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강지훈 교수]
[고려의대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김미나 교수]
[서울의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윤민재 교수]
[부산의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수용 교수]

 윤민재 :  대한심부전학회 KorHF III 레지스트리 등록 환자 중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철결핍과 철결핍 빈혈의 현황을 분석한 연구가 막바지 분석 단계에 있다. 전체 환자 중 53.8% (248명)에서 철결핍을 보였고, 철결핍 빈혈 환자는 전체 환자 중 34.9% (160명)로 대규모 다국적 연구와 매우 유사한 분포를 보였다. 

일상 진료 상황이나 국내 연구에서 대부분 Hb 수치만으로 빈혈을 진단 또는 정의하고 있어, 체내 철이 결핍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철결핍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serum ferritin과 TSAT 수치가 고려되어야 한다.

 강지훈 : 가이드라인에 철결핍의 중요성이 많이 나와있기는 하지만, 순환기 내과 ICU에서는 빈혈 검사와 수치 확인을 더 자주 하고 있다. 처치가 필요한 Hb의 기준 수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어  치료 없이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김미나 : 요즘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보니 iron panel을 시행하고 싶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의 빈혈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시행하게 된다. 입원 중 급성기가 지난 뒤 Hb 수치가 낮은 경우에서 철 보충요법은 좋은 예후와 연관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수용 :  만성 심부전에 철결핍 유병률이 높다는 걸 알게 된 후 철 검사를 정기적으로 추적하고, 철결핍 관리 시 증상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외래 또는 입원 환자에게 FCM을 처방 중이다. 

 윤종찬 :  FCM을 입원 환자에게만 주로 투여하고 있는데, 급성 비대상성 심부전(acute decompensated HF)으로 입원하는 환자에서는 검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여 가능하면 FCM 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진오 :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심부전 환자의 철결핍 치료에 FC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심부전 진료지침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곧 나올 예정이다. 그간 혼동되어 사용했던 철결핍과 빈혈이 확실히 구분되어 표기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빈혈 유무와 관계없이 철결핍이 독립적인 위험인자로서 치료 가이드라인 안에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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