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여름이면 꼭 한번씩 찾아먹는 음식이 있다. 평양냉면이다.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을 보고 나서 과연 이 돈을 주고 먹을 음식인가 싶어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 생각나는 맛에 입가에 미소가 맴돌고 입맛이 다셔져 매년 여름이면 찾곤한다.

반면에 나쁘고 고통스러운 것도 처음이라는 이유로 더 힘들고 아프다.

여러 처음이라는 이름의 고통의 경험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최근까지 일주일에 수차례 겪었던 코로나19 PCR 검사일 테다.

선별검사소에서 강제로 뇌를 찌를 듯 코 속으로 깊숙히 들어오는 면봉의 느낌은 아직까지도 기억하기 싫은 처음의 경험이기도 하다.  

처음의 경험은 좋고 즐거웠던, 그렇지 않던 웬만해선 다시 느껴볼 수 없을 만큼 특별하다. '처음'이라 더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초심(初心)'을 간직하려는 것 같다.

제약사의 사명은 새로운 기전의 의약품을 개발해 환자들의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도 필요하지만 최근 국내외 제약업계의 트렌드는 희귀질환과 암 정복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글로벌 제약업계의 연구개발의 초점은 새로운 기전의 희귀질환 치료제 혹은 항암제 개발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가 개발에 실패했거나, 긍정적인 데이터를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다케다가 개발 중인 전립선암 치료제 오르테로넬은 안드로겐 합성을 억제하는 비스테로이드성 17,20-리아제 억제제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전이성 호르몬민감성 전립선암 등 대표적 전립선암 분야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로슈가 개발 중인 티라골루맙도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의 병용요법에서 비소세포폐암, 소세포폐암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지 못했다.

특히 확장기 소세포폐암은 치료 옵션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개발 소식이 없는 분야라 더 안타깝다.

가장 최근에는 신호전달림프구활성화분자7(SLAMF7) 표적 면역자극 단일클론항체 엘로투주맙이 다발골수종 분야에서 환자 예후 개선에 실패했다는 성적표를 받았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희귀질환과 암은 정복하지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완치가 가능한, 또는 증상을 조절하며 일반인처럼 질병과의 동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처음이라 더 힘들 수 있지만, 처음이라 더 희망적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