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다발성골수종은 골수에 생기는 혈액암의 하나로, 골수의 면역력을 담당하는 형질 세포가 악성으로 변화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과거에 비해 발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혈액암 분야에서 임상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정성훈 교수(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에게 다발성골수종 치료의 최신 지견을 들어봤다. 


- 다발성골수종, 완치가 가능한가 
다발성골수종은 혈액암 중에서도 대표적인 난치⋅불치 질환으로 치료 후 10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생명 연장을 위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발병 시 빈혈, 고칼슘혈증, 신장 기능 감소, 뼈의 용해성 병변 등이 생긴다.

과거에 비해 발병률이 약 20~30배 정도 높아졌으며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고령에서 갑자기 이유 없이 빈혈이나 콩팥 기능 감소, 척추 골절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검사를 해봐야 한다.

- 치료 과정이 궁금하다 
진단되면 우선 환자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지에 따라 치료 전략을 선택한다. 국내의 경우 1차로 70세 미만은 ‘이식 가능 환자’, 70세 이상은 ‘이식 불가능 환자’로 분류한다. 단, 70세 미만이라도 동반 질환으로 인해 이식이 불가한 경우에는 그에 맞는 치료 전략을 따른다.

이식 가능 환자는 초기유도항암치료를 받고 일정 수준의 반응을 얻은 뒤 이식을 받으며 환자가 동의하는 경우 유지요법을 시행한다.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도 초기유도항암치료를 8~ 9주기 정도 시행한 후 반응을 어느 정도 얻었다면 유지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보통 VRd(bortezomib+lenalidomide+dexamethasone) 요법 시행 후 재발하면 2차 항암 치료를, 또 반응이 없어지면 3차, 4차 항암 치료를 추가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자가조혈모세포이식과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은 미리 채집해 둔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다시 이식하는 것이고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조직적합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이 일치하는 기증자의 골수혈에 포함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다.

다발성골수종에서는 주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표준치료로 시행한다.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합병증 위험이 높은데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재발 시 이식편대숙주반응 등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젊은 환자나 첫 진단 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기존 치료로 생존 기간이 길지 않다고 예상되는 환자에서 옵션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 ‘전처치 요법’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식 전에 시행하는 ‘전처치 요법’은 조혈모세포이식의 성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초기유도항암치료를 시행한 뒤 반응을 최대한 좋게 만들어 다음 재발까지 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고려할 점은 환자에게 큰 독성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식 후 오히려 생존 기간이 단축된다거나 합병증으로 나중에 재발했을 때 2차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면 이식의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전처치 요법은 ‘첫째, 결과가 효과적이고, 둘째, 독성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 최근 전처치 요법에서 부설판(Busulfan)을 활용하는 방안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의 전처치 요법에서 고용량의 멜팔란 단독요법이 표준 치료로 권고되고 있는데, 최근 멜팔란에 부설펙스주(Busulfex Injection)를 추가하면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설판이 먹는 약제로써 효과는 좋았지만 간독성 등의 부작용 문제로 인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부설펙스주가 나오면서 간독성은 줄이면서 효과는 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 멜팔란+부설판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에서 여러 기관을 대상으로 멜팔란+부설판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2상 연구가 약 99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이식 후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은 27개월 정도, 우려했던 간독성의 경우 간정맥폐쇄증(hepatic-veno occlusive disease, HVOD)이 3명에서 발생했지만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됐음이 보고 됐다.

두 군 간 직접 비교 연구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고용량 멜팔란 단독요법을 받은 환자와 병용요법 임상연구에 포함된 99명의 환자에서 특성이 비슷한 환자들을 비교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이 단독요법군은 25.2개월, 병용요법군은 32.9개월 정도로 보고되면서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정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

외국에서 두 환자군을 직접 비교한 무작위 임상3상에서는 병용요법군이 유의하게 더 높은 무진행생존기간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었다. 현재는 고용량 멜팔란 치료가 표준치료지만, 앞으로 멜팔란+부설판 병용 사용이 대체 요법으로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결과라 생각한다.

- 부작용 우려도 있다 
멜팔란+부설판 병용요법 시 일부 환자에서 점막염, 구내염 등이 감염과 연결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이식 이후까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우리 연구에서도 3명의 간정맥폐쇄증 환자가 생겼지만 모두 중증도가 악화되지 않고 회복됐으며 이후에도 간정맥폐쇄증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점막염도 이식 후 회복 전 단계에서 식사량 감소, 설사, 감염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지만 큰 문제없이 회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어떤 경우든 이상 반응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 

- 실제 임상에서의 적용은 어떠한가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멜팔란+부설판 병용요법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아직 데이터를 분석 중이지만, 고위험군 중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들에서 멜팔란+부설판 병용요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일부 보고가 있었다. 

-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보통 ‘이식’으로 치료가 끝난다고 생각하는데, 이식은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 병원이 충분한 임상경험을 갖추고 있어 합병증 등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이식 후 재발해도 다른 방법을 통해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최선을 다해 치료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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