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팀, 와우축 전극 이용해 수술받은 환자 분석
얇은 와우축 전극도 잔청 보존에 적합 알아내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 김예리 전문의, 서울대병원 이상연 교수(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 김예리 전문의, 서울대병원 이상연 교수(사진 왼쪽부터)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이비인후과, 제1저자 서울대병원 이상연 교수) 연구팀이 잔청(남아 있는 청력)이 꽤 있는 난청 환자도 인공와우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잔청이 남아있는 환자 중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 36명과 2019년 이전에 일자 전극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 16명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잔청 보존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왔던 일자 전극만큼 얇은 와우축 전극 또한 잔청 보존에 적합하며 좋은 기능적 결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와우 수술 후 완전하거나 부분적으로 잔청이 보존되는 비율이 얇은 와우축 전극이나 일자 전극 모두 수술 3개월 후까지는 70%의 환자들에서, 그리고 수술 후 1년째까지는 65%의 환자들에서 관찰됐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수술 후 잔청이 소실되는 경우, 얇은 와우축 전극은 수술 후 한 달 이내에 나타나는 반면 일자 전극은 수술 3개월 이후부터 잔청이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달팽이관 내 면역반응 등에 의해 추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약물 투여 시점을 고려해 잔청 보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두 전극 간 수술 후 잔청 소실 양상의 차이점을 규명한 것은 학계 최초이다.

잔청 보존 효과 확인 

최 교수는 또 다른 연구(제1저자 분당서울대병원 김예리 전문의)를 통해 ‘고음급추형(ski-slope)’ 난청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의 효능 및 우수한 잔청 보존 효과를 규명한 연구를 추가로 발표했다.

고음급추형 난청은 고주파에서 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형태로, 일반 생활 속 소음은 정상적으로 듣지만 ‘ㅋ,ㅌ,ㅅ’과 같은 특정 영역의 자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다. 저주파 잔청은 존재하기 때문에 인공와우 수술 보다는 주로 보청기 착용을 통한 청각재활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고음급추형 난청에서도 인공와우 수술 후 약 70%가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잔청 보존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잔청 보존 효과가 좋을 환자들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돼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잔청이 잘 보존될 경우 하이브리드 외부기기를 사용해 저음역대는 보청기 모드로 음을 증폭하고, 고음역대는 와우 모드로 전기 자극을 주어 음의 분별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보청기 모드를 통해 저음역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누리고 증폭이 불가능한 고음역만 선택적으로 와우 모드를 적용해 말소리의 이해를 더 좋게 하는 것이다.

두 연구의 교신저자인 최병윤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 도입 초기에는 수술 대상이 잔존 청력이 남아있지 않은 성인에 국한됐지만 현재는 소아까지 대상이 확대됐다"며 "저주파 대역의 잔청이 많이 남아있는 경우도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청력이 애매하게 남은 경우라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그 정도를 파악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들은  ‘미국 이비인후과 저널'과 ‘유럽 이비인후과 저널에 각각 게재됐다.

한편,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한 인공와우 수술만 500여 건 이상 시행해오고 있는 최 교수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난청 분야 전문가로, 관련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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