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형광외과연구회 공성호 회장(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대한형광외과연구회 공성호 회장 
대한형광외과연구회 공성호 회장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과거 외과의사들은 수술을 정교하게 시행해 환자의 예후를 좋게하는 것에 관심이 집중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예후뿐 아니라 환자 맞춤치료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조영제인 '인도시아닌그린(indocyanine green)'을 위암 수술에 이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형광외과연구회에서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데, 공성호 회장(서울대병원 외과)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형광외과연구회가 연구하는 것과 연구회 구성은?

의사가 위암 절제 수술을 할 때 눈으로는 암이 어디까지 전이됐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의사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암이 주변 조직으로 전이됐을 것을 감안해 위를 크게 절제하면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절제를 조금만 해 암세포가 자라 암이 재발되면 그것 또한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때 인도시아닌그린이 의사의 걱정을 조금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연구회는 간담췌, 대장, 갑상선, 위장관 외과 수술을 하는 의사 약 30~40명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이 조형제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인가? 

위암 환자에게 이 조형제를 주입하면 정상 세포는 녹색으로 염색되지만 암세포는 염색이 안 된다.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면 녹색을 띠는 정상조직과 그렇지 않은 암조직을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특히 암 주변 조직에 조형제를 주사하면 그 부위부터 조형제가 흘러가는 림프관을 보여준다. 림프관은 암이 퍼지는 중요한 경로이고, 수술 후 재발할 때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위라 수술을 결정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인도시아닌그린을 이용한 수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이 조형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의사의 감이나 그동안의 노하우로 암 부위를 절제한다. 그런데 이 조형제를 투여하면 눈에 보이니까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수술을 안심하고, 안전감 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 수술이 익숙하지 않은 의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형제가 전이된 암을 100% 보여주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또 암이 림프절을 막으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게다가 인도시아닌그린이 몸에서 빨리 퍼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조기 위암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원래 절제해야 하는 부위보다 더 많이 절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있는지? 

몇몇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고, 일반화된 수술법도 아니어서 아직은 "주관적으론 도움이 되는데 객관적으론 데이터가 없어 고민이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형광외과연구회 회원들이 임상에서 데이터를 쌓고, 연구를 하고 있다.

- 위암 이외에 다른 수술에서도 사용되나?

외국에서 담당절제술을 할 때 이 조형제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위암, 대장암, 암의 림프절 전이를 확인해야 하는 여러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 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암센터 등에서만 이용하고 있다. 

이 조형제를 이용해 수술하려면 복강경, 근적외선 인도시아닌그린 비디오 혈관조영술 등 기구와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병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기존 수술법보다 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

- 새로운 술기(수술법)가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수가를 책정하는 정부와 환자들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위암 수술 시 위를 얼마나 절제했느냐에 따라 수가가 책정된다. 많이 절제하면 수가가 더 많이 책정돼 있다.

수술하는 의사로서는 조형제를 사용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수술하는 것보다 간단하게 절제하는 것이 덜 힘들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환자의 삶과 기능 보전을 위해 위를 최소한으로 절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환자의 개인 특성에 맞게 수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쓴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도 위의 절제된 부분만 측정해 수가를 계산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 환경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환자들도 조금 절제하면 수가도 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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