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윤성수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좌장 윤성수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최근 ‘중환자에서 파종성혈관내응고(DIC) 관리의 최신 지견’에 관한 좌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윤성수 교수(서울의대)가 좌장을 맡았고, 방수미 교수(서울의대), 유쾌한 교수(가천의대), 장성수 교수(울산의대), 홍상범 교수(울산의대)의 강연이 이어진 후 심 도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지혈의 기전

방수미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수미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지혈과 혈전의 기전
지혈과 혈전은 동전의 양면으로 지혈 과정이 과도해지거 나 병적으로 진행되면 혈관내 미세혈전이 발생한다.

Two-path unifying theory에 의하면, 지혈은 두 가지 경로로 활성화되는데, 혈관 내피가 손상되었을 경우에는 von Willebrand factor가 혈소판과 결합하여 활성화되고, 혈관외 조직(extravascular tissue)이 손상되었을 경우에 는 tissue factor 경로를 따르는데, 결국 두 경로 모두 혈전 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지혈 경로를 통해서는 혈 전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thrombotic thrombocytopenia purpura, TTP) 유사 증후군이나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 등이 발생할 수 있고, ADAMTS13 결 핍 등의 병적인 지혈 경로를 통해서는 TTP나 파종성혈관 내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 소 견을 보이는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acute promyelocytic leukemia, APL)의 신생물딸림증후군(paraneoplastic syndrome) 등이 발생할 수 있다.
 


 

DIC와 SIC의 병태생리와 진단기준

유쾌한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혈액내과

SIC 병태생리
감염으로 인해 패혈증으로 진행하면 SIC (sepsis-induced coagulopathy)가 발생하게 되고 더 악화되면 DIC로 진 행한다. 패혈증은 조직의 관류 저하가 발생하고 이로 인 해 장기 부전이 나타날 수 있는데, 조직의 관류 저하가 발 생하는 데에는 혈관 확장으로 인한 쇼크 기전과 혈전증으 로 인한 기전이 있다. 혈액 응고가 일어나는 연쇄반응에 는 DAMPs (damage-associated molecular patterns), Nets (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 EVs (extracellular vesicles), glycocalyx 파괴에 의한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 등 여러 인자들이 복합적인 작용을 한다. 

DIC와 SIC 진단기준
SIC를 진단하는 scoring system은 PT-INR, 혈소판 수 치, 장기부전의 개수(SOFA score) 등의 지표들을 점수화 한 것인데, 총 4점 이상인 경우 SIC로 진단한다. 이를 ISTH overt DIC의 scoring system과 비교한 결과, overt DIC 환자는 SIC 진단기준을 대부분 만족시키고, DIC scoring system과 SIC scoring system 모두 사망률 등 예후 예측에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혈소판감소증을 동반한 패혈증 환자의 경우 보다 간편한 SIC 진단기준을 이용하고 SIC로 진단되면 다시 overt DIC 진단기준을 적용하여 DIC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DIC로 진단된 환자들은 antithrombin 등의 약제의 사 용을 고려할 수 있다<그림>.
 

그림. 패혈증 유발 DIC의 진단 알고리즘

 



                                                                  Discussion   

  장성수 :  
중환자실에 오는 환자들, 특히 패혈증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항응고 치료를 하는데, 혈소판감소증이 있는 경우 금기입니다. 따라서 혈소판감소증이 있는 패혈증 환 자에서 heparin을 고려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유쾌한 :  
패혈증에서 혈전증이 나타나면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데 heparin의 경우 기존의 여러 대규모 연구들이나 메 타분석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결과들이 없고 오히려 출혈 경 향만 나타나 혈전증이 우세한 상황이 아니라면 heparin 사 용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Antithrombin의 경우 임상 3상 의 1차 종료점은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메타분석에서 비교 적 antithrombin 투여가 더 효과적이었다는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antithrombin 역시 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heparin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 다. 환자가 출혈 경향이 없고 heparin 사용이 필요하지 않다면 antithrombin 사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윤성수 :  
지금까지 중환자에게 심각한 장기 부전을 초래할 수 있는 DIC 질환에 대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교수님들과 학술적 지견을 공유하였습니다. 
중환자에서 발생한 DIC는 혈전 생성과 출혈 등이 반복되기 때문에 진단 및 치료가 어려워 사망률이 높은 질환임에도 불 구하고 중환자실과 같이 급박한 환경에서는 자칫 그 중요성이 간과될 수 있습니다. 

이 좌담회가 중환자를 진료하시는 의료진들께 DIC 환자 진 료에서 antithrombin의 보조 요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DIC의 진단기준 및 Antithrombin의 효과

Antithrombin은 항응고 작용뿐만 아니라 항염증,

신생혈관 억제, 항박테리아 및 항바이러스 작용도 나타내어

패혈증 등 관련된 여러 질환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장성수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DIC 진단기준
DIC는 혈전이 국소 부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 전신에 다 발성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미세혈전의 생성과 여러 장기 의 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DIC scoring system에는 여러 지표들을 사용해 왔다. DIC의 병태생리학적 특성에 따르면 혈액 응고가 많이 나타 나 전신적으로 혈전이 발생하면 혈소판 수치 및 fibrinogen 수치가 감소하고, PT (prothrombin time)가 증가하며, 최종 적으로 FDP (fibrin degradation product) 수치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지표들이 overt DIC 진단에 사용되어 왔는데, non-overt DIC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fibrinogen 지 표는 제외하고 antithrombin 지표를 추가했다. 

이렇게 진단 지표가 다른 이유는 non-overt DIC에서 fibrinogen 수치는 감소하지 않는 반면 antithrombin은 초기 에 많이 소모되어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non-overt DIC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여 증상이 더 진행되 기 전에 antithrombin 등의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예후에 도 움이 될 수 있다.


Antithrombin의 특성 및 효과
Antithrombin은 간에서 생성되어 혈액응고 인자를 조 절하므로 간기능이 중요하다. 중성구에 의해 활성화되 는 elastase로 분해되므로 감염이나 패혈증이 있으면 antithrombin 수치가 감소한다. 

Antithrombin은 항응고 작용뿐만 아니라 항염증, 신생혈 관 억제, 항박테리아 및 항바이러스 작용도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항염증 작용은 내피세포에서 PGI2 유리를 촉진시켜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 

Antithrombin-beta의 경우 그람 음성균을 둘러싸서 제거 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antithrombin은 염증 및 세균과 관련된 패혈증 치료를 비롯하여 여러 질환에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DIC 및 SIC에서 Antithrombin의 임상적 이점

중환자실에서 DIC 환자 진단에 어려움이 있지만,
여러 연구 결과 antithrombin 투여로 인한 생존 이득이 입증되었다 

홍상범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홍상범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중환자실에서 DIC 관리의 어려움
중환자실에서 출혈은 흔히 나타나므로 발견이 쉽지만, 혈 전은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 아니라면 발견이 쉽지 않다. DIC는 초기에 혈전이 주된 기전이 되므로 병인을 조기에 발 견하여 약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이지만, 대부분은 마지막에 발견되며 출혈의 위험으로 인해 임상에서는 항응고 치료가 쉽지 않다.  


DIC 환자에서 Antithrombin의 임상적 효과
국내 연구에 따르면 패혈증이나 중증의 감염 환자에서 antithrombin 수치가 DIC의 중요한 예후인자로 입증되었다(Ann Lab Med. 2014;34;85-91). 여러 임상 연구 결과 DIC 환자에서 antithrombin 투여 시 생존 이득이 있고, 회복 속도가 빨랐다.

일본의 대규모 후향적 연구에서는 DIC가 있는 패혈증 환자(9,075명)를 대상으로 28일간 사망률 을 비교한 결과 antithrombin 투여군에서 사망률이 40.6%로 대조군(44.2%)에 비해 감소했다( 2014;12:1470-1479).

국내 전향적 관찰연구에서는 패혈성 쇼크가 발생한 응급환자 중 DIC로 진단된 환자에서 antithrombin을 투여한 후 대조군과 사망률을 비교했다. 양군 간 기저 특성은 대부분 유사했고, 양군 모두 혈소판감소증이 심했으며, antithrombin 수치도 모두 낮았다. 연구 결과, antithrombin 투여군의 28일 후 사망률은 17.8%로 대조군(34%)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했다( =0.047). 다른 일본 연구에서 antithrombin을 heparin과 병용한 투여군에서도 주요 출혈은 차이가 없었다.


DIC 환자에서 Antithrombin 사용의 의의
국내 환자들은 서구 환자에 비해 출혈 빈도가 높아 항응고 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환자에 서 DIC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antithrombin 수치가 감소된 환자에서 heparin을 쓰지 못하는 경우 antithrombin 사용이 환자의 예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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