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체제 유지후 5년후 재논의 대안에 의학계 반발

"약속을 지킬 것인가, 말 것인가."

정부 일부 부처를 옮겨 행정수도로 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도시를 구축하겠다는 일명 "세종시 논란"이 의학제도에서도 일고 있다.

현재의 의대(의예과+본과), 의대+의학전문대학원체제, 의학전문대학원 체제 등 3가지 유형을 두고 교과부 자문기구인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정구현)가 올해말까지 연구보고서를 제출, 내년초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바람직한 의학교육학제를 통해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 교과부와 제도개선위가 "현체제를 유지하면서 5~10년후 재논의"를 거쳐 확정하자는 방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나서자 의학계가 "약속을 지키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계에선 제도개선위 구성 당시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학제"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기에 제대로 연구가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결정하면 된다는 원칙적인 주장과 함께 "대학 자율"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현재 연구보고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공계 교수들의 반대가 심해 의전원으로 학제 전환을 강제할 수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도개선위" 산하 평가소위는 의대 및 의전원 학생, 교수, 이공계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의전원제도 설문조사 결과, 이공계 교수 70%가 의전원이 이공계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매우 안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결정을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대략 2가지 배경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는 올해 처음으로 의전원 졸업생이 배출됐기 때문에 의대-의전원 중 어떤 방식이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지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할 데이터가 없다는 것. 또 하나는 현재 제도개선위 산하 "평가소위"에서 진행한 학생 성적, 만족도조사, 의사국시 합격률 등을 비교평가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들 항목 자체가 객관성과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했겠느냐는 현실적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권용진 서울의대 의료정책실 연구교수는 "하나의 대학에서 의대-의전원 학생의 각종 비교는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 전체가 참여한 의대-의전원의 비교는 없었다"며, 20개 이상의 의대-의전원이 참여한 기본의학컨소시엄을 비롯 일부에서 진행된 몇몇 시험 결과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연유로 지난 8일 열린 의대·의전원장협회(이사장 임정기, 서울의대 학장)의 이사회와 임시총회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회원들에게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채 구두로 "학제"를 논의했다.

주목할 점은 이날 현재의 학제와는 다른 "인턴을 포함한 6~7년과정의 학,석사 통합과정"이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 "전문대학원" 중심의 교육 개혁에 동참하는 한편 각 의대의 목표에 근접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 과기부와 의학계의 타협점이 모색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안은 의예과와 본과로 구성된 의대를 6~7년(인턴 포함) 과정의 의전원으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과부나 의학계의 요구가 어느정도 반영된 절충안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의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학제"의 선택을 자율적으로 해달라는 것과 같이, 전체 입학정원 중 학부 졸업생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선발할 것인지 등에 대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안은 인턴 수련까지 포함하고 있어 학계와 병원계를 비롯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교과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단일 학제"만이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유일한 방안인지, 또 학제 전반을 강제하는 것이 교육 백년대계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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