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조수진 한림의대 교수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2월19일 두통 치료의 최신 지견 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좌장은 조수진 교수(한림의대)였으며,이미지 교수(서울의대), 박홍균 교수(인제의대)가 차례로 강연 후, 토론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날의 강연 및 토론 내용을 요약 및 정리했다. 

 

삼차신경통의 진단과 치료

이미지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미지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2018년 3차 개정된 국제두통질환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ders; ICHD)에서는 보 다 명확하게 두통을 분류하였다. 3부로 구성된 ICHD에서 1·2부는 원발두통 및 이차두통, 3부는 신경통이 속한 통 증성두개신경병증, 기타 얼굴통증 및 기타 두통을 다뤘다. 환자에게 통증의 근원을 설명할 때 이처럼 두통인지 신경통 인지를 구분하여 설명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두통은 뇌 유래로 통증 부위가 명확하지 않은 반면, 신경통은 머리덮개근 유래로 통증 부위가 국소 부위 로 한정되는 양상이다. 환자들이 편두통은 주로 욱신거림, 쿵쾅거림, 깨질 듯함 등으로 표현하고, 신경통은 찌릿함, 바 늘로 쿡쿡 찌르는 듯함, 번개가 치는 듯함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ICHD는 기존에 삼차신경통(trigeminal neuralgia) 이라 통틀어 일컬었던 부분을 삼차신경의 병변이나 질병에 기인한 통증으로 표현하여 이를 원인이 아닌 임상 발현 양 상에 따라 삼차신경통 또는 통증성 삼차신경병증(painful trigeminal neuropathy)으로 분류했다.

세부적으로는 삼차 신경통을 병인학적 관점에 따라 신경혈관압박이 원인인 경 우 고전적삼차신경통, 그 외 요인이 원인인 경우 이차삼차 신경통,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를 특발삼차신경통으 로 분류했으며, 통증성 삼차신경병증은 통증 발생 위치에 따라 중추성 또는  말초성 신경병증으로 분류했다. 따라 서 환자를 진단할 때에는 삼차신경통과 삼차신경병증을 감 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통은 짤막짤막한 통증이 발생하 는 것이 특징이며, 배경통증은 비교적 관찰되지 않는다. 이 와 달리 신경병증에서는 배경통증이 기본적으로 나타나면 서 짧은 돌발성 통증, 감각 소실 또는 현저한 무해자극통증 (allodynia)이 동반되기도 한다<그림1>. 
 

그림 1. 신경병증(neuropathy) vs. 신경통(neuralgia)
그림 1. 신경병증(neuropathy) vs. 신경통(neuralgia)


삼차신경통은 날카롭거나 쏘는 듯한 심한 얼굴통증이 1초 이하에서 2분 동안 편측성 및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돌발발 작을 의미한다. 통증은 삼차신경 영역 내 다른 분지로 퍼질 수 있으며, 시간 경과에 따라 강도나 지속시간이 더 심해지 고 길어질 수 있다. 통증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통증이 침범 한 쪽의 얼굴 근육이 수축되거나 동측 눈의 눈물이나 눈 충 혈 같은 가벼운 자율신경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통 증 발작 후에는 통증이 유발되지 않는 불응기가 따라온다.

이와 같이 편측 얼굴통증의 반복적 돌발발작이 관찰되면 삼 차신경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 중 삼차신경근의 신경혈관 압박과 구조적 변화가 수술 중 또는 MRI를 통해 입증된 경 우 고전적삼차신경으로 진단하며, 주로 제2, 제3분지에서 발생하는데 통증 발작 사이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통증은 드물게 양쪽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통 증성 삼차신경병증은 외상, 염증, 자가면역, 혈관, 악성종 양, 감염, 퇴행성, 독성 및 대사성, 선천성, 특발성 및 기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급성 대상포진에 기인한 통증 성 삼차신경병증과 실제로는 신경병증에 속하는 대상포진 후 삼차신경통이다. 대상포진은 제1분지에서 발생하는 경우 가 가장 흔하다는 점이 삼차신경통과 다른 점이며, 피부에 심한 무해자극통증을 동반하고, 다양한 발진이 나타나는 것 이 특징이다.

외상의 경우 통증뿐만 아니라 현저한 무감각 또는 감각저하를 보일 수 있는데 이는 악성종양이 있는 상 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감별 진단을 위해 MRI 검 사가 필요하다. 그 외 삼차신경통과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 는 구강안면부의 편두통 또는 군발두통의 양상으로 나타나 는 일차두통질환, 발작 지속시간이 길고 대부분 제1분지에 서 발생하며 불안하고 초조한 증상을 동반하는 구강안면의 삼차자율신경두통, 지속특발얼굴통증 또는 새로운 진단명 인 constant unilateral facial pain with additional attacks (CUFPA) 등이 있다. CUFPA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진 바가 없지만 지속적인 배경 통증이 있으면서 발작이 10~30분 정 도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삼차신경통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기본이며 이에 실패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2008년도 미국 신경 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지침에서는 삼 차신경통의 치료 약물로 carbamazepine (근거수준 A), oxcarbazepine (근거수준 B) 또는 baclofen 및 lamotrigine (근거수준 C)을 권고했으며, 2019년 유럽신경과학회(European  Academy of Neurology) 지침에서는 장기 치료의 경우, carbamazepine 또는 oxcarbazepine을 1차 약제로 권고 했다(권고등급: 강함). 그러나 국내에서는 삼차신경통에서 oxcarbazepine의 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 외 약 물로는 lamotrigine, gabapentin, botulinum toxin type A, pregabalin, baclofen 및 phenytoin이 추가 또는 단독 투여 제로 권고되었다(권고등급: 약함). 

삼차신경통의 경우 수술을 고려하기 전에 충분히 약 물치료를 시도하여야 하며, 대개 반응이 좋은 편이다. Carbamazepine은 삼차신경통의 돌발성 통증의 빈도와 강 도를 줄여주고, 자발성 발작이나 유발성 발작에 효과적인 약물이다. Carbamazepine의 치료 반응률은 58~100%로 우 수한 편이며, 투여 시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점차 증량하 여 최종적으로 1일 300~2,400 mg을 투여한다.  

요컨대 삼차신경통과 삼차신경병증의 감별에서 가장 중요 한 특징은 돌발성 또는 지속적 통증이다. 삼차신경통의 치료 는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하며, carbamazepine은 높은 근거 수준으로 삼차신경통에 강하게 권고되는 1차 약물이다. 

 

환자 맞춤형 편두통 치료의 최신 지견

박홍균 인제의대 교수 일산백병원 신경과

편두통 환자는 편두통이 발현될 수 있는 유전적 배경을 바 탕으로 환자 자신의 내부 요인 및 외부 요인에 의해 편두통 이 발현되기도 하고,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편두통은 두 통이 발생하는 두통기(headache phase)만 있는 것이 아니 다. 두통기 이전에는 예민, 불안, 우울감, 빈뇨, 근육 경직 등과 같은 전구증상(prodrome)이 발생할 수 있으며, 두통 발생 후 잠을 많이 자거나 신체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후구증상(postdrome)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 자들은 두통뿐만 아니라 동반되는 다른 증상들에 대한 불편 을 호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편두통 환자 진료에서 가장 중 요한 점 중 하나는 환자의 증상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때문 에 세심한 문진이 필요하며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하고 진료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야 한다. 이것이 환자 맞춤형 편 두통 관리 의 시작이다. 또한 모든 환자에게 한가지 약제 및 한가지 용량만을 적용하는 것은 적합치 않으며, 환자의 상 태에 따라 매우 세심하게 조절을 해야하기도 한다.

급성 편두통 치료의 목적은 환자가 최대한 빨리 일상생활 에 복귀할 수 있도록 통증뿐만 아니라 환자를 성가시게 하 는 기타 증상을 최소화하고, 약물 과용 및 만성화를 방지하 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근거(evidence)를 중심으로 약물을 선 택하고 적절한 시간대의 약제 복용을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 다. 약제의 효능이 좋으면서 일관되게 나타나며, 부작용 및 재발은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2015년 미국두통학회(American Headache Society, AHS)에서는 급성 편두통 치료에 고려할 수 있는 약물을 근 거에 따라 분류 및 제시했다. 근거수준 A 에 해당되는 치료 제로는 현재 국내 사용이 가능한 naratriptan, almotriptan, frovatriptan, sumatriptan, zolmitriptan을 포함한 트립 탄 제제,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dihydroergotamine, NSAIDs 및 속효성 트립탄 제제와 장기지속형 NSAID 성분 이 포함된 복합제 등이 제시되었다<그림2>.
 

그림2. 미국두통학회에서 제시한 급성 편두통 약물(근거수준 A)


속효성 또는 지속형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환 자가 여러 종류의 트립탄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매 진료 때 마다 처방을 다르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첫 진료 시 에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평가해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제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미리 설명하면, 약물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을 줄이는데에 도움이 된다. 만약 환자 가 약이 듣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용량이 투여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하며, 환자가 효과가 있긴 한데, 두통이 심할 때에는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라 고 한다면 복용 시간의 문제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TEMPO 연구에서는 편두통 환자들을 대상으로 두통 발현 1시간 이내 트립탄을 복용한 조기복용군과 두통 발현 1시간 이후 트립탄을 복용한 지연복용군으로 나누어 약제 투여 시점 에 따른 효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약제 복용 후 2시간이 경과 해도 통증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 비율이 조기복용군 52.8%, 지연복용군 30.2%로 나타났다. 즉, 두통 발생 후 트립탄을 조 기 복용하는 것이 급성 편두통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 을 시사한다. 따라서 두통이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트립탄 약 제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환자에게 미리 설명하면 복약순응도 개선과 환자 상태 호전에 도움이 된다. 

트립탄 제제는 흡입제, 피하주사제, 패치와 같이 다양한 제형이 개발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경구제만 사용 가능하 다. 특히 구강붕해정 제형은 물 없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 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즉시 복용할 수 있어서 환 자 만족도가 높다. 

"어떤 사람이 편두통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가?"라는 질문에 전 AHS 회장 Lawrence Newman은  Migraine affects everyone. 이라 답변했다. 편두통은 환자 자신은 물 론이고, 환자의 증상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 문에 결국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편두통 환자 한 명을 잘 관리하면 그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를 도울 수 있다.

                                                                       증   례   

50세 여성 환자가 많은 종류의 편두통 약제 복용에 대한 불편함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예방 요법 차원에서 환자의 약제 복용 횟수를 propranolol 40mg, topiramate 25mg 및 amitriptyline 10mg 모두 1일 1회에서 1일 2회로 증량했고, 1일 2회 복용하던 flunarizine은 중단했다.

급성 치료제로는 naratriptan, zolmitriptan, caffein +  ergotamine을 1일 1~3회 복용했다. 그 결과 급성 치료제 복용 횟수가 1달 기준 8일로 감소했으나,  환자는 두통은 좋아지고 있는 것 같지만 기운이 없고 걱정이 늘고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호소하였다. 이에 propranolol 10mg 1일 2회, topiramate 12.5mg 1일 2회, amitriptyline 5mg  1일 1회로 변경하여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약물의 용량을 감량하고 보톡스 시술을 추가했다.    

그 결과 환자는 두통 증상뿐만 아니라 이외 불편한 증상들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였다. 이후 환자는 경구용 예방 약제를 중단하고 보톡스 시술만 받다가 시술 간격을 늘린 뒤 현재는 급성 치료제만 처방받고 있다. 편두통 치료 시 두통 치료로 오히려 삶의 질이 저하되면 치료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제를 조절 하는 것이 필요하다.
 

                                                       Q & A    

Q. 트립탄 계열 약제 중에서 naratriptan은 반감기가 6시간 정도로 상당히 깁니다. 구강붕해정은 어떠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박홍균 
임상연구를 통한 평가에서 쉽게 잘 복용할 수 있어서 좋다 라는 환자들의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무엇보 다도 전구 증상이 있을 때, 물 없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 조수진 
참고로 제가 직접 naratriptan 구강붕해정을 복용해 보니 효과가 좋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Q. 트립탄 계열에서도 약제간 변경을 시도하시나요? 

 A. 박홍균 
먼저 환자에게 약제 복용 후 증상이 호전되었는지, 호 전되었다면 당일 증상이 재발하진 않았는지 여부를 물 어봅니다. 증상이 재발한 경우에는 장기 지속형 약제 를 선호하고 재발하지 않은 경우에는 속효성 약제를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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