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genous leukemia, CML)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백혈병의 약 10%를 차지하는 병으로, 국내에서는 매년 500여 명 정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1년 이후 표적항암제(tyrosine kinase inhibitors, TKI)의 등장으로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CML 분야에서 치료와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를 만나 TKI 선택의 핵심 전략을 들어봤다.
 

- CML 치료를 위해 TKI를 처음 복용하는 환자에게 TKI 선택  시 고려하는 점은.

국내에서 CML 환자에게 처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1세대 이마티닙(글리벡), 2세대 라도티닙(슈펙트), 다사티닙(스프라이셀), 닐로티닙(타시그나) 정도이다. 약제 선택 시에는 가족력과 과거 병력, 당뇨병 또는 고지혈증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하고 병의 위험지수도 계산해야 한다.

만약 당뇨나 고지혈증이 있다면 2세대 항암제를 피하거나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위험지수는 환자의 병이 얼마나 오래됐느냐를 간접적으로 계산해서 나누는데, 발병 시점을 기준으로 역으로 추정하거나 진단 당시 백혈구 숫자나 혈액 속 특정 세포의 비율, 환자의 나이, 비장이 몇 센티나 커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을 나누는 방법이 있다.

만약 환자가 고위험군에 속하면 1세대보다는 2세대 TKI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고위험군 환자에게 1세대 약을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고 재발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컨대 환자 개개인의 체질과 특성, 체중까지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관찰해서 그 환자에게 어떤 약이 제일 좋은가를 찾아가는 것이 CML 치료이다.

이 과정을 1년 이내에 완성해야 하고, 더 정밀하게 말하면 의사가 이 환자는 어떤 유전자 이상 때문에 이 약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라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시행착오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 2세대 TKI를 사용했음에도 돌연변이 발생, 저항성 등으로 CML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치료 가이드는 어떻게 되나.

2세대 TKI는 효과가 좋은 약이지만, 장기간 복용 시 혈관이 막히는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1세대와 2세대 TKI 사용 환자 중 일부가 T315I 돌연변이로 인해 약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만든 약이 3세대 TKI 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1세대 TKI를 포함해 최소 두 개 이상의 약을 쓰고 그 다음에 포나티닙을 선택하거나, 2세대 약으로 치료가 실패한 환자는 곧바로 포나티닙 사용을 할 수 있게 보험이 허가돼 있다.

포나티닙을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임상시험 결과 때문인데 당시 포나티닙 사용 용량을 45㎎으로 유지했던 것을 조기에 용량을 조절해 사용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치료 시 포나티닙 용량을 45㎎으로 시작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15㎎, 또는 30㎎으로 줄여 사용하고 있으며, 15㎎만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되는 만성기 환자들이 많다.
 

- 포나티닙의 경우 2018년에 발표된 PACE 임상연구 결과에 의하면 25% 정도 심혈관계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2021년 OPTIC 연구에서는 심혈관계 부작용이 6% 정도만 나타나는 것으로 발표됐는데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OPTIC 연구는 치료 프로토콜에 따라 약의 투여량을 줄이는 것이었고, PACE의 경우 최초 투여량 45㎎으로 진행한 것이다. 두 연구에서 보인 부작용 비율의 차이는 이런 치료 프로토콜 차이이며 얼마나 오랫동안 이 약을 고용량으로 지속했느냐, 그것이 부작용에 얼마큼 영향을 미쳤는지가 키포인트이다.


- TKI 약제들의 이상적인 치료 전략과 CML 치료 발전 방향을 어떻게 보는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TKI의 선택은 환자의 복합적인 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약을 선택하는 주치의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환자를 보고 연구를 했음에도 그 데이터가 100%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것을 완벽하게 분석하는 방법은 한 가지, 바로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실제 3년 전부터 해당 AI를 개발 중에 있고 그동안 치료했던 환자들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현재 90% 정도 매칭이 돼 있다.

이 AI가 완성되면 병 전체의 시나리오, 진단 후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효과에 따라 약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바꾸는 것, 최종에는 약을 끊을 수 있는 기능적 완치까지 3단계로 컨트롤할 것이다. 관련해서 의정부 을지대병원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13개 기관이 참여한 백혈병 초정밀바이오 연구단이 2월 25일에 발족했다.


- 여러 TKI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의견이 많다.

사실 TKI는 효과가 굉장히 좋은 약이다. 부작용이나 돌연변이에 대한 저항성 문제가 있지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다음 세대의 약들이 꾸준히 개발돼 왔고, 현재도 다른 신약이 임상시험 중에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만성골수백혈병 치료 약은 우리나라가 제일 저렴하다. 포나티닙만 해도 초기에는 가격이 비쌌지만 현재는 보험이 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비교적 감당 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약을 복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이 약을 쓰는 환자에 대한 연구 자료도 많이 쌓이는 등 호조건의 환경이다.

그럼에도 부작용을 이유로 이 약을 사용할 타이밍을 지나쳐 늦게 쓰는 경우가 있는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미루지 말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초기에 고열, 피부 발진 등 부작용이 나타나 약을 끊거나 중단 후 다시 시도하면 의료보험이 안 되는 문제도 있고 부작용 역시 환자의 상태에 맞게 용량을 낮춰가는 방법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용량 조절과 처방으로 약의 효과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 병의 치료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오랜 기간 약을 먹어야 되고 3개월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상태를 조절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주치의 처방에 맞게 정확하고 꾸준하게 치료에 임한다면 걱정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수명대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꽤 높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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