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수팀, 전 세계 104개 국가의 의약품 강물 오염도 조사
카르바마제핀, 메트포르민, 시프로프록사신 등 검출
파키스탄, 불가리아 등 오염도 가장 높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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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전 세계 강 4분의 1 이상이 항당뇨병 약물인 메트포르민, 항경련약물인 카르바마제핀 등 각종 약물에 오염돼 환경은 물론 인간에게도 위협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이 연구는 영국 요크대 환경지리학과 John L. Wilkinson 박사 연구팀이 'Global Monitoring of Pharmaceuticals Project'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및 아시아 24개국, 유럽 37개국, 남아메리카 6국, 북아메리카 9개국 등 104개 국가와 1052개 강에서 의약품 오염 정도를 파악했다.

특히 미국은 81개곳, 19개 강이 의약품 오염 검사를 받았다. 한편 104개 국가 중 36개 국가는 이전에 의약품 오염을 측정한 적이 없는 나라였다. 

의약품 오염이 물고기 성장에 영향 

연구 결과, 270개 강은 약물의 오염 정도가 물고기가 성장과 연체 동물 및 곤충과 같은 무척추 동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가장 많이 검출된 약물 성분은 카페인을 비롯해 항경련제인 카르바마제핀,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이다. 그 외에도 고혈압 등 심장질환 치료제인 프로프라놀롤, 세균 감염 항생제인 설파메톡사졸 및 시프로플록사신, 항히스타민 약물인 로라타딘 등이었다. 

항생제 시프로플록사신은 64개 지역에서 안전성 한계를 넘었고, 메트로니다졸은 브라질, 방글라데시에서 안전성 한계를 300배 이상 넘어섰다.  

연구팀은 "강의 의약품 오염은 세계적인 문제"라며 "수중생물에 위협을 주는 것은 물론 항생제 저항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항생제의 잦은 노출로 박테리아와 다른 미생물이 현대 화학물질에 반응해 적응하고 진화하면서 내성을 가진 초강력 '슈퍼버그(superbugs)'가 될 수 있다"며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면 약물 효과가 떨어져 치료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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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항생제 저항성은 글로벌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미국 CDC는 매년 약 280만 건의 항생제 내성 감염이 발생해 3만 5000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 결과, 파키스탄, 불가리아, 에티오피아 강의 누적된 의약품 오염은 가장 높았고, 아마존 원주민이 거주하는 아이슬란드와 베네수엘라의 야노마미 마을 등 두 곳만이 의약품 오염에서 자유로운 곳이었다.  

리도카인과 나프록센을 포함해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14개의 의약품오염 물질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는 약물로 인한 오염은 미국, 유럽 국가, 중국 등이 주로 이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전 세계적으로 오염이 진행됐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전에 의약품 오염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었던 중·저소득 국가에서 더 많이 오염된 것이다. 

연구 결과 이런 강들은 제약사 제조공장 근처에 있거나, 처리되지 않은 하수 또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인체에 직접적 영향은 글쎄?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웨덴 예테보리대 Joakim Larsson 박사는 "설혹 의약품에 오염된 물을 마신다고 해도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 위험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적 해결책에 대해 Larsson 박사는 "의약품 제조, 가정 및 병원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방출 전에 더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많은 지역에서 처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오염의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비스테로이드계항염증제 디클로페낙과 에치닐에스트라디올(ethinylestradiol)과 합성 에스트로겐 에티닐에스트라디올(ethinylestradiol)이 이번 연구에서 테스트한 61개 물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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