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 구미차병원 김준철 교수(신장내과)
RECOVERY 결과, 레나메진(AST-120) 치료 시 보행속도 증가…삶의 질 향상

▲차의과대 구미차병원 신장내과 김준철 교수. ⓒ메디칼업저버
▲차의과대 구미차병원 신장내과 김준철 교수.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근감소증(sarcopenia)은 근육량, 근력, 신체수행능력 등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근감소증에 영향을 주는 특정 질환이 없는 노인 인구에서 유병률은 60~70세 5~13%, 80세 이상 11~50%로 알려졌다. 

이와 비교해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3.9%에서 98.5%까지 다양하게 보고된다. 같은 연령 및 성별인 건강한 성인과 비교하면 3~5배 높다고 추정된다.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는 데 학계의 중지가 모이면서 근감소증 관리와 치료적 접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차의과대 구미차병원 김준철 교수(신장내과)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치료에 구형 탄소 흡착제인 레나메진(AST-120)을 활용할 수 있을지 평가한 RECOVERY(RolE of AST120 in sarCOpenia preVEntion in pRe-dialYsis chronic kidney disease patients) 연구를 진행, 그 결과를 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지난해 12월 3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레나메진은 2015년 8월 캡슐제로 발매돼 유효성과 복약 편의성을 검증하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됐다. 2021년 11월 유비스트 기준 구형흡착탄 시장점유율 51.4%를 기록했다. 

본지는 대한신장학회 산하 근육감소증 및 여림연구회 회장인 김준철 교수를 만나 RECOVERY 연구 목적과 의미 등에 대해 들었다. RECOVERY 연구는 투석 전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예방을 위한 AST-120 역할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근감소증이 위험한 이유는?

첫 번째는 연령적 노화 때문이다. 만성 콩팥병으로 투석치료를 받는 국내 환자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근감소증에 취약해지고 있다.

두 번째는 병리적 노화 때문이다. 신장은 체내의 요독을 체외로 배설한다. 그러나 만성 콩팥병은 요독이 체외로 배설되지 못해 체내에 축적되면서 여러 가지 병리학적 상황이 발생한다. 음식 섭취의 저하 및 제한, 체내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 반응 증가, 신체활동 감소, 근육 소실 증가 관련 호르몬 상승, 근육 생성 호르몬 감소 등 변화가 나타난다.

이같이 복잡하게 연결된 원인으로 인해 만성 콩팥병 환자는 노화의 가속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과거에는 만성 콩팥병을 가속화된 노화(accelerated aging) 또는 조기 노화(premature aging)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이중노화(dual aging process)에 따라 만성 콩팥병 환자는 근감소증에 취약하고 정도가 더 심하다. 근감소증이 입원과 사망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악화시킬 수 있어, 최근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위험이 이슈가 되고 있다.

- RECOVERY 연구는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AST-120인 레나메진이 근감소증 및 근감소증 관련 요인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과 목적은?

근감소증 치료는 크게 운동요법, 영양요법, 약물요법 등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운동요법과 영양요법은 만성 콩팥병뿐 아니라 다른 질환 환자, 일반인에게서도 근감소증 치료를 위해 진행된다.

그러나 약물요법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약제가 없다. RECOVERY 연구는 안전성이 확인된 AST-120을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 AST-120을 근감소증 약물요법으로 선택한 근거는?

먼저 AST-120은 만성 콩팥병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치료제로 허가받아 30여 년 동안 임상에서 널리 사용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 또 AST-120은 신장기능이 감소해 체내에 축적되는 요독소(indoxyl sulfate)의 전구물질인 인돌(indole)에 흡착해 체외로 배출시켜 요독소의 축적을 억제한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요독소가 심뇌혈관뿐 아니라 근육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다. 요독소가 근감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요독소를 줄이면 근위축 또는 근육기능 악화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그동안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레나메진 등 AST-120를 투약 후 근감소증 관련 인자들의 호전 여부를 확인한 연구는 발표된 바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

▲차의과대 구미차병원 신장내과 김준철 교수. ⓒ메디칼업저버
▲차의과대 구미차병원 신장내과 김준철 교수. ⓒ메디칼업저버

- 연구 결과는 어땠나?

투석 전단계의 만성 콩팥병 3~5기 환자 150명을 레나메진을 투약한 AST-120 치료군과 비치료군으로 배정해 근육량, 근력, 신체수행능력 지수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치료군의 요독소 수치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비치료군보다 보행속도가 증가했다. 단, 두 군간 보행속도가 0.1m/s 이상 차이나는 것을 1차 목표점으로 설정했는데 유감스럽게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진 않았다. 

하지만 연구 기간에 치료군의 보행속도가 증가하는 패턴은 분명히 나타났다. 또 치료군의 만성 콩팥병 관련 삶의 질 척도도 향상됐다.

- 향후 필요한 연구는?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더 긴 연구기간을 가져 AST-120의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RECOVERY 연구기간은 48주인데 결과 추세로 봤을 때 기간을 더 연장한다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함께 만성 콩팥병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투약하는 AST-120 용량이 근감소증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와 충분한 효과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 용량이 적절한지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본 연구를 첫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길 바란다.

- AST-120이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치료에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하나?

세 가지 근감소증 치료 측면에서 약물요법이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 만성 콩팥병 환자의 근감소증 치료를 위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레나메진 등 AST-120이 근감소증 치료의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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